
[스포츠춘추]
때로는 1+1이 2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가 바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 성공한 감독 누누 에스피리투 산토와 검증된 스포츠 디렉터 에두를 한 팀에 모으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깊은 골이 오히려 클럽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사이 좋았던 감독과 구단주의 관계마저 악화일로다.
누누 감독은 23일(한국시간) 크리스털 팰리스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쏟아냈다. "구단주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지난 시즌엔 매일 대화할 정도로 가까웠다"며 운을 뗀 그는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관계는 변했다. 예전처럼 가깝지 않다"며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공개적 불만 표출은 누누의 평소 성격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다. 과묵하고 신중한 스타일의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구단주와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갈등의 시발점은 올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리나키스 구단주가 7월7일 아스널 출신 에두를 축구 총책임자로 영입한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에두는 "영입, 성과, 스쿼드 전략, 선수 육성"을 총괄하는 새로 신설된 직책을 맡았다. 구단주는 분명 이 영입을 승부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노와 에두는 첫 만남부터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23일 보도에서 "누누가 에두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이며, 개인적이고 깊은 수준의 갈등이 있다"라고 전했다. 갈등이 워낙 심각해 에두가 아예 훈련장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누노는 공격적 자세를 취했고, 에두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처음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은 지난주였다. 누누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클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목표했던 지점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며 팀 상태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비록 에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클럽 내부에서는 누구를 겨냥한 발언인지 뻔했다.
이 폭탄 인터뷰가 공개되기 직전, 포레스트는 급작스럽게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클럽 역대 최고 이적료인 3750만 파운드(691억원)를 들여 입스위치 타운에서 오마리 허친슨을 영입했다. 이어 아르노 칼리뮈앙도, 제임스 맥아티, 더글러스 루이스까지 연달아 데려오며 거액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보강에도 누누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갈등의 배경에는 복잡한 에이전트 파워게임도 자리하고 있다. 누누의 에이전트인 호르헤 멘데스는 한때 마리나키스의 핵심 파트너였다. 하지만 작년 6월 에릭 다실바 모레이라 영입 이후 포레스트 이적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반면 에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키아 주라브키안이 새로운 권력자로 떠올랐다. 주라브키안은 카를로스 테베스의 전 에이전트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허친슨과 더글러스 루이스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을 대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마리나키스와 경마 사업에까지 손을 잡고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런 변화가 누노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누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추측에도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 언론이 해임 가능성을 보도하자 "연기 없는 곳에 불은 없다"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나야말로 가장 걱정하고 우려하는 사람"이라면서도 "그래도 여기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자신의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전 토트넘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가 누누의 후임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지난 6월 토트넘을 떠난 뒤 새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더 가디언은 "포스테코글루가 이 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에서 극과 극의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7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17년 만에 트로피를 안겨줬다. 노팅엄 입장에서는 유럽 대회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누누는 불과 두 달 전인 6월20일 장기계약을 체결했지만, 에두 영입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30년 만의 유럽 진출을 이끈 지휘관이 계약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질설에 휩싸였다. 이제 마리나키스는 선택해야 한다. 누누와 에두 중 누가 시티 그라운드를 떠날 것인가. 그리고 포스테코글루가 정말 새로운 사령탑이 될 것인가. 두 달 만에 뒤바뀐 노팅엄의 운명을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