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WBC 대표팀(사진=MLB.com)
한국야구 WBC 대표팀(사진=MLB.com)

 

[더게이트]

메이저리그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빅리거들을 보낼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계획이 실현되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고 싸우게 된다. 오타니 쇼헤이가 일본 대표로, 애런 저지가 미국 대표로 올림픽 무대에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지난 26일(한국시간) 토론토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2028년 LA 올림픽 야구 대회 일정 조율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구단주들이 일종의 선을 넘었다. 가능하다면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오랜 장고 끝에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는 뉘앙스였다.

메이저리그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개최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라는 점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LA에서 하는 일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브리즈번에서 열린다면 훨씬 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2032년 대회는 어렵겠지만, LA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일회성 이벤트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작은 건 아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를 보여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정 문제도 풀렸다. LA28 조직위가 지난 7월 첫 일정안을 내놓았을 때 야구는 7월 15일부터 20일까지로 잡혀 있었다. 2028년 올스타전은 통상 7월 11일쯤 열린다. 나흘 간격은 메이저리그 입장에서 애매했다. 한 번의 긴 휴식기를 두고 올스타전과 올림픽을 모두 소화하려면 일정 조정이 필요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LA 2028과 일정 문제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지금은 선수노조와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구상으로는 올스타전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어 선수들을 2주간 서부 지역에 묶어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국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올림픽 야구 일정을 개막식 이전으로 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잡한 퍼즐이지만, 풀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게 메이저리그 측 판단이다.

선수노조도 우호적이다. 토니 클락 메이저리그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대표팀은 물론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뛰고 싶어 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국가대항전의 매력을 맛본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를 갈망하는 분위기다. 클락 사무총장은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2028년만이 아니라 그 이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8년 LA 대회를 발판으로 메이저리거들의 올림픽 참가가 정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열기도 뜨겁다. 브라이스 하퍼 같은 스타들이 올림픽 출전을 원하고 있고, 특히 오타니 쇼헤이 같은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은 참가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올림픽 야구는 그야말로 드림매치가 될 전망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오타니는 올 한 해 내내 야구계에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가져다줬다"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역대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월드시리즈에도 출전 중이다. 우리는 운이 좋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의 올림픽 무대 등장이 야구의 세계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오타니와 트라웃의 WBC 대결(사진=MLB.com)
오타니와 트라웃의 WBC 대결(사진=MLB.com)

물론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올림픽 출전은 한국야구 메달 전선에는 악재다. 2006년 WBC 4강 진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한때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한국야구지만 그 뒤로는 내리막길이었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연거푸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노메달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2023년 WBC에서는 일본에게 대패하며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BO와 야구계는 2026년 WBC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대표팀 에이스로 기대했던 키움 안우진이 어깨 수술로 1년간 재활에 들어갔고, 지난해 정규시즌 MVP인 KIA 김도영도 세 번째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연말 체코, 일본과 평가전 4경기를 치르며 내년 WBC를 준비 중이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8년 올림픽에서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한다면 한국야구의 메달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메이저리거가 출전하지도 않았던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빅리그 스타들이 총출동하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메달 색깔과 별개로, 이정후와 김하성, 김혜성 같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오타니, 저지 같은 스타들과 맞붙는 장면은 야구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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