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키움 선수단. (사진=키움 히어로즈)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키움 선수단. (사진=키움 히어로즈)

 

[더게이트]

'개밥사태'가 남긴 상처를 봉합하고, 레전드 복귀로 팬들의 비판 여론도 달랬다. 설종진호 키움 히어로즈가 2026시즌 코칭스태프로 새 진용을 갖추고 내년 시즌 탈꼴찌를 노린다.

키움은 지난 3일 2026시즌 1군 및 퓨처스팀 코칭스태프 구성을 확정했다. 2025시즌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키움은 신임 설종진 감독 체제에서 내년 시즌 선수단을 지도할 코치진 구성을 완료했다. 전임 단장이 영입한 코치는 떠났고, 현 수뇌부의 신임을 받는 인사들 위주로 1, 2군 코칭스태프가 꾸려졌다.

눈에 띄는 건 에이스 안우진의 '개밥훈련' 부상에 총대를 메고 팀을 잠시 떠났던 정찬헌 투수코치의 복귀다. 정 코치는 키움에서 선수로 활약하다 2024년 은퇴했고, 올 시즌부터 코치로 활동했다. 현역 시절 허리 등 잦은 부상으로 고통받았던 경험을 살려 후배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몸 관리에 많은 도움을 주는 코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8월 초, 안우진이 키움 2군 구장인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이른바 개밥훈련, '벌칙 펑고'를 받다가 넘어져 어깨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군 전역을 앞두고 팀 훈련 참가했던 안우진은 청백전 뒤 벌칙 펑고를 지시받았고, 처음에 거부 의사를 보였으나 반강제로 수행하다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쳤다.

시즌 막판 1군 복귀를 넘어 내년 WBC 출전까지 바라보던 리그 특급 에이스의 부상에 여론이 들끓었다. 부상 과정에서 선수가 원치 않는 벌칙성 훈련 강요가 있었다는 여러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고,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홍원기 감독 경질 이후 구단 관련 여러 논란이 연쇄적으로 터진 가운데 에이스마저 다치자 팬들은 분노해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정찬헌 2군 투수코치가 대신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키움 구단에서는 "2군 투수코치로서 선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키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죄없는 파트 코치가 총대를 멨다"는 게 중론이었다.

한 키움 출신 야구인은 사태 당시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대외적으로 사임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다시 부르지 않겠나. 그게 아니면 본인이 책임질 일도 아닌데 그만둘 이유가 없다"고 예상했는데, 3개월 만에 예상대로 된 셈이다.

당시 2군 감독대행으로 사태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오윤은 이번에 정식 2군 감독으로 승진했다. 안우진은 어깨 수술을 마친 뒤 시즌 막판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부상으로 인한 피해를 일부 복구했다. 안우진은 수술 이후 구단을 통해 "제 부상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빠른 회복을 위한 기원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지지 않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외부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사태의 희생양 역할을 맡았던 정찬헌 코치가 다시 복귀하면서, 올시즌 키움의 최대 악재였던 개밥훈련 사태는 거의 봉합되는 수순이다. 

박병호가 키움 잔류군 코치가 됐다. (사진=키움)
박병호가 키움 잔류군 코치가 됐다. (사진=키움)

프랜차이즈 출신 레전드들의 귀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애초 키움의 코칭스태프 발표 직후만 해도 팬들의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구단 레전드 출신인 김수경 투수총괄코치, 삼성에서 은퇴한 박병호 잔류군 선임코치 합류가 알려지면서 잃었던 점수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

키움은 '1·2군 투수 총괄'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신설하고, 히어로즈 레전드 출신인 김수경 전 NC 다이노스 코치를 해당 역할에 선임했다. 키움의 이번 보직 신설은 최근 몇 년간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꾸준히 영입한 젊은 투수 자원들의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김수경 코치는 1군과 2군, 퓨처스팀 코치진들과 함께 협업하며 투수들의 육성 방향성과 훈련 체계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의 1군 및 2군 코치들이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한다면, 김수경 코치는 그 위에서 전체적인 전략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투수 육성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현역 시절 '수경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 코치의 합류를 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4일 발표한 '박병호 잔류군 선임코치'도 반가운 소식이다. 박병호 코치는 2005년 LG 트윈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2년 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거쳐 2018년 히어로즈로 복귀, 2021년까지 활약했다. 이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25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KT 이적 당시 키움 구단은 박병호에게 제대로 된 오퍼를 하지 않으면서 크게 잡을 의사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키움과의 관계가 영영 멀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친정팀과 손을 잡고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박병호는 현역 시절 철저한 자기 관리와 모범적인 태도, 훌륭한 인품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수였다. 무엇보다 최근 스타 선수들이 은퇴하면 하나같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향하는 가운데, 418홈런 레전드가 잔류군 코치를 맡아 지도자로 일하기로 한 결정에 야구계에서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박병호에 대한 애정이 깊은 히어로즈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 같은 소식이다.

코칭스태프 선임을 완료한 키움은 11월 원주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1, 2군과 잔류군을 합해 코칭스태프는 총 18명으로 2025시즌 개막 때와 같은 숫자를 채웠다. 시끄러웠던 사태를 봉합하고 레전드 출신 복귀로 설종진호 코칭스태프는 일단 구색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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