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카일 하트에 대한 500만 달러(약 70억원) 구단 옵션을 거절했다. 하트는 50만 달러(약 7억원) 바이아웃을 받고 FA 시장에 나선다. 지난해 KBO리그를 평정했던 좌완의 메이저리그 복귀 도전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의 애니 하일브룬은 5일(한국시간) 파드리스가 하트와 내야수 타일러 웨이드, 포수 엘리아스 디아스에 대한 옵션을 모두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하트는 지난 2월 파드리스와 1+1년 계약을 맺으며 5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계약 첫해 연봉은 100만 달러(약 14억원)였고, 1년만 버티면 내년 500만 달러 옵션을 손에 쥘 수 있었다. 33살의 나이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였다.
현실은 냉정했다. 하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6경기에 선발로 나서 2승2패, 25.2이닝, 평균자책 6.66을 기록했다. 지난 3월 29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이후로는 쭉 트리플A에 머물렀다. 시즌 후반에는 릴리프로 전환돼 14경기를 소화했지만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도 선발 8경기, 2승3패, 38.1이닝, 평균자책 4.93에 그쳤다. 메이저리그는커녕 마이너리그에서도 평범한 투수였다.
하트는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에이스로 군림했다. 총액 90만 달러(약 12억6000만원)를 받고 26경기에 나서 13승3패, 157이닝, 182탈삼진, 평균자책 2.69를 기록했다. 탈삼진 1위, 평균자책 2위, 다승 3위에 오르며 투수 골든글러브와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당연히 NC는 재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뛰어들었다. 무려 18개 팀이 관심을 보였고, 휴스턴, 밀워키, 볼티모어, 미네소타, 뉴욕 양키스 등 5개 팀이 구체적으로 움직였다. 샌디에이고가 하트를 낚아챘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계약이었다.
하트에 앞서 비슷한 길을 걸은 투수가 있다. 에릭 페디다. 페디는 2023년 NC에서 20승6패, 평균자책 2.00에 209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 3관왕과 MVP, 최동원상을 휩쓸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10억원)에 계약하며 빅리그로 복귀했다. 2024년에는 9승9패, 평균자책 3.30으로 안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2년차인 올시즌 무너졌다. 세인트루이스, 애틀랜타, 밀워키를 거치며 32경기에서 4승13패, 평균자책 5.49를 기록했다.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패전처리로 지위가 계속 격하됐지만 투구내용은 나아지지 않았고, 밀워키는 지난달 20일 페디를 FA로 풀어줬다.

이제 하트와 페디 모두 FA 시장에서 새 팀을 찾아야 한다. 원소속팀 NC와의 재결합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NC 핵심 관계자는 더게이트와 통화에서 "카일 하트, 에릭 페디와는 구단에서 계속 대화는 하고 있다"며 "두 선수를 다시 데려오는 것도 완전히 선택지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가능성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이 만만찮다. 두 선수 모두 미국에서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액도 중요하다. 이미 미국에서 거액 계약을 맺어본 선수들이다. NC가 두 선수를 만족시킬 만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총액 제한을 두고 있다. 기본 400만 달러 총액에 재계약 연차에 따라 증액이 가능하다. 페디와 하트는 KBO리그에서 한 시즌 뛴 뒤 미국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2년차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기존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내년 구단이 옵션을 사용하면 3년차가 된다. 페디, 하트, 데이비슨으로 외국인 선수 3인을 구성할 경우 총액 440만 달러(약 63억원) 이내로 맞춰야 한다. 데이비슨의 내년 몸값이 150만 달러라서 남은 290만 달러를 페디와 하트가 나눠 가져야 한다.
기존 외국인 투수 라일리 톰슨의 재계약도 변수다. 라일리는 올 시즌 17승7패, 평균자책 3.45를 기록했다. NC 관계자는 "라일리 본인도 한국에 남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라일리가 재계약하면 외국인 투수 한 자리만 남는다. 1선발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2선발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NC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손에 쥐고 검토 중이다. 외국인 투수 두 자리를 완전히 새 얼굴로 교체하는 방안이 있다. 라일리를 재계약하고 다른 한 자리를 새 얼굴로 채우는 방안도 있다. 한 자리를 페디나 하트로 대체하는 방안, 아예 두 자리를 페디와 하트로 채우는 방안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데이비슨의 옵션을 행사할지, 다른 외국인 타자를 새로 데려올지도 고민해야 한다. 주어진 총액 제한 안에서 최상의 조합을 구성해야 하는 NC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때 KBO를 평정했던 두 투수가 다시 창원으로 돌아올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얼굴들이 NC 유니폼을 입을지. NC 팬들이 남은 오프시즌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