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
면접관이 돌연 면접자가 되어 최종 합격자가 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감독 후보를 면접하던 프런트 직원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샌디에이고는 7일(한국시간) 크레이그 스탬멘(41)을 신임 감독으로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스탬멘은 지난달 은퇴한 마이크 실트 감독의 후임으로, A.J. 프렐러 단장 체제에서 다섯 번째 정식 감독이다.
미국 야구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스탬멘이 감독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SPN에 따르면 스탬멘은 애초 후보를 면접하는 쪽이었다. 메이저리그 스태프 및 야구 운영부 특별 보좌역 자격으로 화상 면접에 참여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다 뜬금없이 본인이 감독이 됐다.
불펜 리더서 프런트로, 다시 덕아웃으로
스탬멘은 메이저리그에서 13시즌을 뛴 불펜 투수다. 2016년 말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수술을 받은 지 1년여 만에 파드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봄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2022년까지 6년을 샌디에이고에서 보냈다. 지금 기준으로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고, 팀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333경기에 출전했다.
투수지만 뛰어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났고, 클럽하우스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매니 마차도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같은 스타들의 존경을 받았다. 2023년 8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입은 어깨 부상 여파로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프런트에 합류해 메이저리그 팀과 선수 육성 부서를 오갔다. 최근 2시즌은 전직 선수 A.J. 엘리스, 앨런 크레이그와 함께 특별 보좌관 직함으로 활동했다.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 경력은 전혀 없다.
50명 후보 중 뒤늦게 합류해 최종 선택
샌디에이고 구단은 실트 감독의 후임을 찾기 위해 약 50명의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명 안팎이 1차 화상 면접에 참여했고, 스탬멘을 포함한 20명 가까운 관계자들이 면접관으로 참석했다.
구단은 오래전부터 스탬멘을 높이 평가했고 잠재적 후보로 여겼지만, 정작 스탬멘 본인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1차 면접 후 스탬멘이 뒤늦게 후보로 나서기로 했고, 면접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종 후보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특별 보좌관 닉 헌들리, 기존 투수코치 루벤 니에블라, 레전드 1루수 앨버트 푸홀스 등이 올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벤치코치 브라이언 에스포지토, 특별 보좌역 마크 로레타, 시카고 컵스 벤치코치 라이언 플래허티,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 브랜던 하이드도 초반 후보군에 포함됐다.
최종 선택은 스탬멘이었다. 이로써 스탬멘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출신으로는 유일한 감독이 됐다.
프렐러 단장은 성명에서 "스탬멘은 10년 가까이 우리 조직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왔다"며 "우리 구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자연스러운 리더십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로, 은퇴 후 모두 주변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보였다"며 "인품, 경쟁심, 사람들을 모으는 재능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프렐러는 지역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험은 항상 큰 요소지만 성공한 감독들은 다양한 배경에서 나온다"며 "더 중요한 건 그 사람과 팀의 궁합"이라고 강조했다.

신인 감독에게 주어진 무거운 과제
샌디에이고는 최근 2시즌 연속 90승 이상을 거둔 강팀이다. 지난달 내셔널리그 서부 2위로 90승을 기록했지만 와일드카드 3차전에서 시카고 컵스에 탈락했다. 지난 4년 중 3번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아직 이루지 못한 과제다.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잭슨 메릴, 조 머스그로브, 닉 피베타, 메이슨 밀러 등 핵심 선수들이 있지만 우승 경쟁의 창이 언제까지 열려있을 지는 미지수다. 팔꿈치 수술로 2026시즌 전체를 결장하게 된 39세 노장 선발 다르빗슈의 계약 등 여러 건의 거액 계약이 구단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상황. 약점인 선발 투수진 보강이 내년 시즌 성적의 관건이다.
프렐러는 "지난 몇 년간 많은 경기를 이겼고 좋은 것들이 자리 잡았다"며 "스탬멘이 그걸 알고 있고 그 일부였으며 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의 핵심은 어떻게 다음 단계로 가느냐"며 "플레이오프에 나가고 90승 이상을 거두며 우승을 다투던 팀을 10월 큰 무대에서 뛰고 월드시리즈 경기를 하는 팀으로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라고 강조했다.
이번 오프시즌 이례적 선임 잇따라
스탬멘 선임 소식은 이번 오프시즌 이어진 파격 인사 중 하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대학 야구 감독 토니 비텔로를 영입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33세 블레이크 부테라를 발탁했다. LA 에인절스도 신인 감독 커트 스즈키와 1년 계약만 체결했다.
스탬멘은 샌프란시스코의 비텔로보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훨씬 많지만, 개막일에는 둘 다 신인 감독으로서 2연패 챔피언 LA 다저스에 도전하는 험난한 과제를 떠안게 된다. 최약체 콜로라도 로키스만 아직 정식 감독이 없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