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5. 사진=박승민 기자
지난 13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5. 사진=박승민 기자

[더게이트=부산]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5(G-STAR 2025)'는 첫 메인스폰서 타이틀을 단 엔씨소프트(엔씨)를 중심으로 44개국의 1273개사가 참여했다. 총 부스 규모는 3269개였는데, 지난 '지스타 2024'에 비해 축소된 규모다. 당시에는 1375개사가 3359부스를 마련했다.

인기 점점 줄어드는데…지스타조직위는 뒷전?

벡스코 제1전시장 앞 광장에 설치된 NC의 이벤트 부스. 사진=박승민 기자
벡스코 제1전시장 앞 광장에 설치된 NC의 이벤트 부스. 사진=박승민 기자

이제 더 이상 지스타는 '소문난 잔치'가 아니다. 단순히 맛 보고 즐길 만한 게임은 줄어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커녕 그런 기회조차 시쿤둥하게 받아들였다. 마치 매너리즘에 빠져 뭣이 중한지도 모르는 모양새였다. 정확히는 주최사인 한국게임산업협회보다는 주관사인 지스타조직위원회의 행보가 그렇다. 

[더게이트]가 이번 행사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방문 사실을 지스타조직위에 알리는 과정에서 생긴 '일화'가 단적인 예다. 지스타조직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개막을 코앞에 앞둔 13일 오전 더게이트 측에 "지스타 소속인 문광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아닌데,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이 왜 오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평소 게임산업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동시에 관련 법안도 꾸준히 발의하는 국회 내 대표적인 '친게임파'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관계자들조차 지금은 지스타 위상의 재정립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시키고 어떠한 협조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 등 가용 가능한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위기 징후가 심상치 않다. 

도쿄게임쇼 총출동한 게임사들, 대놓고 '지스타 패싱' 

​'도쿄게임쇼 2025'에서 단일 게임 최대 규모로 붉은사막을 첫 공개해 관심을 끈 펄어비스 부스 현장. 사진=펄어비스
​'도쿄게임쇼 2025'에서 단일 게임 최대 규모로 붉은사막을 첫 공개해 관심을 끈 펄어비스 부스 현장. 사진=펄어비스

이번에 부스 규모가 줄어든 원인으로 주요 게임사들의 '지스타 패싱'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지난해 지스타 메인스폰서를 맡았던 넥슨은 이번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았다. 넥슨은 지난해 B2C관 300부스, B2B관 30부스에 더해 야외 부스까지 별도로 준비했다.

여기에 드림에이지(구 하이브IM)와 라이온하트스튜디오, 펄어비스도 보이지 않았다. 엔씨·그라비티·네오위즈·넷마블·웹젠·크래프톤 등이 대형 부스를 차렸지만 이 같은 주요 기업들의 참여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지스타에서는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는 게임사들은 지스타에 대한 적극성이 예전만 못하다. 지스타가 '국제 게임 전시회'를 표방하며  몇몇 글로벌 기업들이 입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이용자 대상 마케팅 비중이 더 크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독일 '게임스컴'과 중국 '차이나조이'에 비해 지스타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스타 시즌과 엇갈리는 신작 출시 타이밍도 문제

지스타 2025 행사에서 NC 다음으로 관심을 모은 넷마블 부스 현장. 사진=박승민 기자
지스타 2025 행사에서 NC 다음으로 관심을 모은 넷마블 부스 현장. 사진=박승민 기자

신작 출시 시기와 지스타 일정이 맞물리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다. 넥슨의 올해 신작 게임도 모두 지스타 이전 출시작이었다. '던전앤파이터' 스핀오프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3월 28일에 정식 출시했고, 마비노기 모바일도 3월 27일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슈퍼바이브' 역시 7월에, '아크 레이더스'도 10월에 오픈됐다.

해당 게임들의 출시가 지스타 직후로 맞춰졌다면 현장에서 사전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겠지만 올 시즌 넥슨의 신작 출시 일정이 '11월 지스타'와는 엇갈렸다. 이뿐 아니라 한때 글로벌 신작 발표의 중심지였던 지스타가 이제는 해외에서 이미 공개된 신작들의 '재공개'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이미 제기돼왔던 부분이다.  

이밖에 게임사들이 지스타 참가 비용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자체 쇼케이스나 온라인 발표로 신작 공개를 대체하는 흐름 또한 감지된다. 지스타 참여가 '가성비' 측면에서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내용 측면에서도 화려한 부스 연출과 관람객에 대한 굿즈 이벤트에만 집중할 뿐, 지스타가 맞고 있는 위기를 돌파할 만큼 실질적 변화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이온2' 내건 엔씨, 지스타 흥행 견인…"내년엔 장담 못해"

19일 출시되는 엔씨 신작 '아이온2' 체험을 위해 늘어선 대기줄. 사진=박승민 기자
19일 출시되는 엔씨 신작 '아이온2' 체험을 위해 늘어선 대기줄. 사진=박승민 기자

처음으로 메인스폰서로 나선 엔씨가 지스타를 이끌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엔씨는 B2C관 한쪽에 300석 규모 대형 부스를 꾸리고, 오는 19일 공개되는 신작 '아이온2'와 내년 공개 예정인 '신더시티' 체험존을 운영했는데, 행사 내내 두 작품 시연을 위한 대기줄이 끊이질 않았다.

또한 엔씨는 미공개 신작이었던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발표하고, 출시 예정작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타임 테이커즈'도 출품했다. 이를 두고 엔씨 내부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제대로 밀어주는 바람에 그나마 지스타 2025가 성황리에 치러진 거 같아 다행이다"면서도 "국제 게임 전시회로서의 지스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향 설정이 없다면,  앞으로 지스타 위상은 더욱 하락하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