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원주]
“1루, 2루, 3루 다 시켜보고 제일 적합한 포지션을 찾을 생각이다.”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안치홍(35)에 대해 직접 밝힌 말이다. 키움이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안치홍을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 기용하며 실험에 나선다. 단순한 수비 포지션 적응이 아닌, 팀 내 중심타자로서 역할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설 감독은 지난 21일 원주 태장체육단지 야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지도하던 중 "안치홍이 우리팀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며 "가오슝 캠프에서 직접 훈련시켜본 뒤 내년 기용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의 안치홍 영입 의지는 강력했다. 잔여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조건까지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며 사실상 주전 낙점을 알렸다. 구체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72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기본 4년 55억 원과 2년 17억 원짜리 뮤추얼 옵션이 포함돼 있다. 계약금은 30억 원이다.
지난 2년간 한화에서 연봉 5억 원, 옵션 2억 원씩을 받으며 계약금 포함 총 44억 원을 소화했다. 키움에서는 올해 연봉 2억 원, 내년 5억 원, 옵션 2억 원씩을 포함한 2년 11억 원 계약을 이어간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에 따라 원소속팀 한화에 양도금 4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키움은 최소 2년간 15억 원, 옵션 실행 시 최대 4년간 32억 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키움이 최주환을 영입하며 떠안은 4년 42억 원 계약 중 1년치와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다. 최주환보다 더 큰 투자인 만큼, 안치홍의 ‘부활’이 절실하다.
내야 운영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현재 3루 주전인 송성문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하면서, 빈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안치홍이 프로 데뷔 이후 3루 수비 경험이 없다는 점은 변수지만, 설 감독은 “직접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기용 방안엔 타순 전략도 포함돼 있다. 키움의 중심타선은 좌타자인 송성문, 이주형, 최주환 등 좌타 비중이 높다. 설 감독은 “좌우 지그재그 타선을 구상 중”이라며, 우타자인 안치홍을 퍼즐 조각 중 하나로 보고 있다.
2025시즌, 키움은 새로운 중심타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수비 포지션 실험과 함께 안치홍이 타선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