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진다. 투수 쪽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야수를 뽑아야 할지…”
디펜딩 챔피언팀 KT 위즈는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올 시즌 이후를 생각하면 고민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투수력은 큰 걱정이 없지만 야수진, 특히 키스톤 콤비를 구성하는 2루수와 유격수 뎁스가 납작해서 문제다.
주전 2루수 박경수는 앞으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장이다. 유격수 심우준은 아직 병역 의무를 해결하지 못했다. 전천후 내야수 오윤석은 주전보다 백업일 때 더 빛나는 선수다. 당장 심우준 하나만 부상으로 빠져도 내야 수비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게 KT의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2년 전에 한번 있었다. 당시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KT는 유신고 내야수 김주원을 뽑을 기회가 있었지만, KT는 좀더 즉시전력에 가까운 대학 내야수 원광대 권동진을 선택했다. 김주원은 바로 다음 순서인 NC 다이노스가 데려갔다.
지명 이후 두 팀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권동진은 지난해 타율 0.254, 올해 0.133으로 좀처럼 1군 레벨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벌써 시즌 9홈런을 기록한 김주원은 “같은 나이일 때 김하성보다도 낫다”는 찬사 속에, 장차 리그를 이끌어갈 차세대 유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2년이 지난 이제는 더이상 센터라인 내야 약점을 놔둘 수 없는 상황. 외부 영입을 통해서든 육성을 통해서든 미래 2루수와 유격수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는 9월 15일 열리는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8일 수원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이번 신인 지명에서 고민이 많아진다”고 밝혔다.
전면드래프트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작년 우승팀 KT는 각 라운드 맨 마지막에 지명권을 행사한다. 냉정하게 보면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못하다. 김서현(서울고)-윤영철(충암고) 둘을 놓고 고민하는 한화-KIA나 김범석(경남고)-김민석(휘문고) 등 야수 최대어가 후보군인 롯데의 ‘행복한 고민’과 달리 KT 순서까지 대어급 선수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 팀은 사실상 전체 13번째 선수를 뽑는 셈”이라고 했다. 포수 최대어로 주목받은 엄형찬(경기상고), 투수 최대어 심준석(덕수고)이 미국행을 결정한 가운데 대학 최대어 김유성(고려대)도 1라운드 지명이 쉽지 않은 상황. 이 감독은 “3명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대구고 투수 이로운이나 김정운 둘 중 하나가 우리 차례까지 올 수도 있었다”며 입맛을 다셨다.
김서현, 윤영철, 신영우(경남고)이 앞에서 빠져나가고 남은 투수들의 기량은 변별력이 크지 않다. 야수 역시 김범석, 김민석이 일찌감치 빠져나가면 나머지 야수 중에는 포수인 김건희(원주고), 김동헌(충암고) 정도가 그나마 1라운드에 가까운 수준이다. 결국 1라운드 맨 끝에 지명권을 행사할 KT는 고만고만한 투수와 1라운드에 뽑기는 다소 이른 야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1라운드를 투수 쪽으로 갈지, 아니면 야수로 가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이라면서 “앞에서 좋은 투수가 다 빠져나가면 남은 투수들은 비슷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오히려 야수를 잡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내년 이후 투수진 사정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KT가 야수 지명을 고민하는 이유다. 이 감독은 “우리는 내년 후반기 박시영도 돌아오고, 김민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손동현, 박세진도 복귀 예정이고 전용주도 잘하면 돌아올 것 같다”며 “신인이 이 선수들보다 낫다는 보장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감독은 “내년 드래프트에 나올 투수 중에 140km/h 후반을 던지는 투수가 10명 정도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차라리 그때 투수를 뽑는 게 나을까 고민도 있다”면서 “1, 2라운드에서 모두 야수를 뽑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신인 지명 최종 권한은 구단의 몫이겠지만, 사령탑이 ‘야수 얼리픽’ 언급까지 할 정도로 KT의 내야 문제가 한계점에 도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