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가 박건우, 이강철 KT 감독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양의지가 박건우, 이강철 KT 감독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수원]

KBO 8월 MVP를 넘어 9월 MVP까지 넘볼 기세다. 화려한 8월을 보낸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9월에도 여전히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년 만의 포수 골든글러브, 그리고 시즌 뒤 FA 시장에서 생애 두 번째 ‘100억 클럽’ 가입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온다.

양의지는 9월 8일 KBO가 발표한 8월 리그 MVP다. 한 달간 리그 유일의 4할대 타율(0.403)을 기록한 양의지는 홈런 6개로 공동 1위, 출루율(0.488)과 장타율(0.761)까지 모두 1위에 올랐다. 8월 OPS 1.249로 사정없이 투수들을 때려눕힌 결과 양의지는  기자단 투표 총 31표 중 11표(35.5%), 팬 투표에서 330,994표 중 131,324표(39.7%)를 받아 8월 MVP가 됐다.

주장 수난 시대? 양의지는 다르다…주장 맡은 뒤부터 반등 시작, 리더가 체질

만 35세 시즌에도 여전한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양의지(사진=NC)
만 35세 시즌에도 여전한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양의지(사진=NC)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8월에 펄펄 날아다녔으면 9월에는 약간 주춤하는 게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다. 그러나 양의지의 불방망이는 9월에도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양의지는 9월 5경기 타율 0.375에 2홈런 8타점 장타율 0.750으로 8월 못지 않은 기록을 내고 있다. 8일 수원 KT 전에서도 1회 선제 3점 홈런 포함 2안타 4타점으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시즌 첫 한달간 타율 0.150에 OPS 0.603으로 무기력했던 모습은 이미 지워진 지 오래다. 이에 관해 8일 수원 경기전 만난 양의지는 “시즌 초반에는 방망이를 내가 못 이겼다”면서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방망이를 드는 느낌이 가벼워졌고, 배트 돌리는 게 조금씩 나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전 출전이 무산되면서 모든 게 꼬였다. 정상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진 탈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는 그는 “안 좋을 때는 하루에 세 번 폼을 바꾼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결국에는 원래 폼으로 돌아오기 마련인데, 초반에는 배트 스피드가 나오지 않으니까 힘들었다. 거기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고 돌아본 양의지다.

전광판에 표시된 1할대 타율을 보면 웬만한 선수는 멘탈이 무너지게 마련. 천하의 양의지도 이따금 ‘멘붕’이 오는 순간은 있었다. 그는 “(멘붕이) 왔다. 오긴 왔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때마다 타고난 여유와 허허실실로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양의지는 “좀 못한다고 은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구단에서 자를 것도 아니지 않나. 잘 준비해서 다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커진 책임감도 양의지가 분발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후반기 감독님께서 주장을 맡겨주신 뒤부터 책임감이 생겼다. ‘내가 좀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경기에서 좀 부진하다고 포기하는 일 없이 전력을 다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주장들의 무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의 전 구단 주장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주장 완장의 무게를 이겨내고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는 SSG 한유섬과 LG 오지환 정도. 그 외 구단 주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NC 주장으로 임명됐던 노진혁도 전반기 타율 2할대 초반 부진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양의지는 오히려 “주장 역할이 내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시즌 초에는 주장도 아니었고 나도 힘들다 보니 동료들이 힘들어해도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주장을 맡은 뒤엔 팀을 좀 더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됐다. 내가 힘을 내지 않으면 팀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주장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선수협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회장님답게 ‘리더가 체질’인 모양이다. 

“저는 안 떨어지지잖아요. 얼마나 매력적이에요?” 100억 클럽 재가입 앞둔 곰탈여우의 너스레

양의지는 포수 포지션에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사진=NC)
양의지는 포수 포지션에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사진=NC)

양의지가 보통의 선수들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대개 체력 부담이 큰 포수들은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성적이 내리막을 타게 마련이다. 그러나 양의지는 무더위가 시작된 여름부터 펄펄 날고 있다. 전반기 타율 0.256에 9홈런에 그쳤던 양의지는 후반기 타율 0.333에 9홈런 장타율 0.632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묻자 양의지는 씨익 웃더니 “나는 (체력이) 안 떨어진다. 그러니까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나는 힘을 내야 할 때 힘을 낸다”는 말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1987년생으로 만 35세, 이제는 ‘노장’ 축에 드는 나이지만 아직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양의지는 “앞으로도 (몇 년은) 충분하다”며 포수로 활약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NC와 4년 FA 계약이 끝나는 양의지는 올겨울 FA 시장 최대어로 분류된다. 지난 계약(4년 125억)에 이어 이번에도 100억원대 계약이 확실시된다. 

자체 예비 FA 7명 가운데 양의지, 박민우 잔류를 최우선 과제로 정한 NC는 특히 ‘빠지면 대안이 없는’ 양의지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한다. 물론 포수가 약점인 다른 구단들도 양의지 영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는 포수 보강을 위해 샐러리캡을 여유있게 비워놓은 팀도 있다. 든든한 에이전트의 도움까지 받는 양의지에게는 최고의 조건이 갖춰졌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수명이 긴 편이다. 과거 박경완, 김동수, 진갑용, 조인성 등 국가대표급 포수들은 30대 후반에서 40세까지도 좋은 기량을 유지했다. 이들은 신체 능력 감퇴를 경험과 노련미로 극복하며 그라운드에서 오랜 시간 활약했다. 또 포수로 출전하지 못해도 타격으로 기여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관련해 양의지는 “포수를 안 할 거면 (선수 생활을) 그만해야 한다”며 ‘종신 포수’를 선언했다. 그는 “지명타자로만 나가고 포수를 안 하게 된다면 그만할 것”이라며 포수 포지션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지명타자로 받았던 골든글러브를 올해는 다시 포수로 받고 싶은 욕심도 내비쳤다. 양의지는 “이제 (골든글러브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리더가 체질, 포수도 체질인 양의지다. 

“올해 성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반성해야 한다. 초반에 성적을 너무 까먹었더니 회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올 시즌을 돌아본 양의지는 “초반에 안 좋았지만 후반에 반등했기에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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