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호주전 패배는 한국 야구대표팀에 치명타 그 이상의 아픔이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3월 9일 호주전 패배는 한국 야구대표팀에 치명타 그 이상의 아픔이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예선 탈락에 변명도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정작 호주가 한국이 원하던 시나리오대로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호주전 올인’을 안 한 대가는 말 그대로 참혹했다. 

한국은 3월 13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중국과 WBC B조 조별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실낱같았던 8강 진출 희망은 이미 날아갔다. 호주가 체코와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8대 3 승리를 거두면서 8강 진출을 자력 확정했다. 이제 한국은 조별예선 최하위를 피하기 위해 중국전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조별예선 최하위를 할 경우 차기 대회에서 지역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준비 과정에서 변명과 핑계는 이제 사후약방문이다. 기본적인 실력이 부족했던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원래 대회 조별예선 팀 운영 방향이었던 ‘호주전 올인’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 지엔 의문이 남는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과 선수단 모두 대회 직전까지 “오직 호주전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지만, 정작 마운드 운영은 말과 달랐던 까닭이다. 

사실상 B조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좌우할 경기는 호주전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한일전과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체코전, 중국전으로 짜인 일정을 고려하면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모든 걸 쏟아 붓는 게 당연한 전략이었다. 

2023 WBC 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조별예선 탈락이란 결과를 받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2023 WBC 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조별예선 탈락이란 결과를 받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이번 한국 대표팀 마운드에서 대회 기간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투수는 원태인과 박세웅, 그리고 이용찬이었다. 거기에 베테랑 좌완 김광현도 불펜에서 자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대기했다. 하지만, 호주전에서 대표팀 마운드 운영은 마치 다음 날 한일전까지 고려한 움직임이었다. 

호주전에서 4대 2로 역전에 성공했을 때 7회부터 김광현과 박세웅, 그리고 이용찬을 모두 올리는 마운드 총력전을 펼쳤다면 그건 ‘호주전 올인’이란 방향성에 맞는 기용이었다. 그런데 한국 대표팀 벤치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소형준, 양현종 등 투구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니었던 선수들이 올라가 경기 후반 역전패에 큰 영향을 준 부진한 투구를 보여줬다.   

게다가 호주전에서 7회부터 불펜 대기 중이었던 김광현은 다음 날 한일전 선발 등판에 나서야 했다. 3이닝 이상 긴 이닝을 소화하기엔 벅찬 조건이었다. 우려대로 김광현은 2회까지 전력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3회부터 갑작스럽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호주전 패배를 안고 치른 한일전의 부담감을 다른 투수들이 극복하긴 어려웠다. 

이강철 감독은 한일전에서 느꼈던 승부처를 투수 교체 움직임이 늦었던 3회 말로 꼽았다. 3회 말 교체 시점이 늦어진 것도 결국 호주전 패배 여파가 컸다. 호주전 승리를 안고 한일전에 돌입했다면 마운드 운영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한다’와 ‘그래도 여유가 있다’는 상황은 다르다. 선수들의 플레이, 특히 투수들의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작 호주가 한국이 구상했던 시나리오를 현실로 이뤘다. 한국전에 마운드 전력을 올인해 승리한 호주는 중국까지 연이어 꺾은 뒤 일본전에서 마운드 전력에 다소 힘을 뺐다. 그리고 호주는 8강 진출이 걸려있던 체코전에서 한국전 때 활용했던 마운드 전력을 모두 활용해 조별예선 통과를 확정지었다. 

이렇게 8강 진출 시나리오를 그대로 호주에 뺏긴 한국은 중국과 최종전에서 조별예선 최하위를 피하기 위한 대결을 펼쳐야 한다. 차기 대회 지역예선을 피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이 중국전 승리다. ‘호주전 올인’을 망설인 결과는 이렇게 비극적이었다. 어떠한 변명도 핑계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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