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선발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는데, 점수가 안 나면서 승운이 안 따라주고 있다. 나를 포함해 동료 타자들도 그걸 의식하고 있다. 우리가 투수들에게 항상 미안한 이유다.”
6월 1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의 말이다.
영웅 군단은 올 시즌 극단적인 ‘선발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12일 기준, 선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총합이 7.54로 리그 최고다. 또한, 팀 퀄리티스타트(QS) 총합도 37차례로 리그 1위을 질주 중이다.
빛 뒤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일까. 키움은 지난 두 달간 최고 선발진을 갖추고도 그 분위기를 온전하게 누리진 못했다. 팀 타선의 저조한 득점지원(4.11, 리그 최하위) 때문이다.
6월 들어, 희망찬 소식이 들린다. 그간 ‘선취 득점’과 거리를 둔 키움 타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 참고로, 키움은 5월에 열린 26경기 가운데 17경기에서 선취 득점에 실패한 바 있다.
지난 9~11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3연전이 대표적이다. 최근 3경기 모두 첫 득점을 키움 타선이 가져왔다.
타선이 응답해 준다면, 키움 마운드의 외로운 싸움도 드디어 막을 내릴 수 있다.
반등 계기 마련 비결? 김준완-김혜성-이정후로 이어지는 ‘상위 타순’

키움의 5월은 그야말로 ‘엇박자’였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당시 “선발진이 제 역할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승수를 못 챙기고 있다”며 “반대로, 상대 선발들이 너무 편하게 6~7회까지 던진다는 건 타선에서의 문제”라고 진단한 바 있다.
반등은 앞 타순에서 시작됐다. 현시점, 키움 타선을 이끄는 건 왼손 삼인방이다. 최근 김준완-김혜성-이정후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고정한 키움이 그 효과를 쏠쏠히 보고 있다.
외야수 김준완은 사령탑 홍 감독이 찾던 ‘끈질긴’ 리드오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김준완의 강점은 ‘공을 많이 보고, 상대 투수를 길게 물고 늘어지는 것’에 있다. 6월 이후 리그 투수들은 김준완에게 192구를 던졌다. 해당 기간 리그 최다 기록이다.
김준완을 상대한 뒤엔 ‘국가대표’ 타자 김혜성, 이정후가 기다린다.
4월 개막 뒤 큰 부침 없이 꾸준하게 활약해 온 김혜성은 마치 ‘카멜레온’을 보는 듯하다. 테이블세터부터 4번 타자까지, 어느 타순을 맡겨도 곧잘 해낸다.
특히, 이정후는 시즌 초 부진을 완벽히 털어낸 모습이다. 어느새 시즌 3할 타율(0.304)을 회복하더니 6월에만 5할 타자(38타수 19안타)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수원 주말 3연전 방송 중계를 맡은 SBS 스포츠 이동현 야구 해설위원이 12일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김준완이 리드오프로 나와 상대 선발 기를 빼놓으면 타격감이 완전히 살아난 김혜성과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선다. 키움의 반등 원동력은 이 셋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한 까닭이다.
이동현 해설위원 “베테랑 우타자 이형종·이원석, 해줘야 할 역할 분명히 있어”

한편, 이동현 위원이 손꼽은 키움의 6월 ‘핵심 선수’는 따로 있다. 이 위원은 “키움이 더 위를 바라보기 위해선 이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키움엔 좀 더 올라와 줘야 할 선수들이 있다. 바로 베테랑 우타자인 이형종과 이원석이다.”
공교롭게 둘은 올 시즌 새롭게 키움에 합류한 선수들이다. 이형종은 지난겨울 퓨처스 FA(자유계약선수)로, 이원석은 올해 4월 말 트레이드(↔삼성 라이온즈)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 둘이 아직까진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간 둘이 합쳐 179타석에 나와 1홈런 7타점에 그쳤다. OPS(출루율+장타율)는 각각 0.539(이형종), 0.400(이원석)에 머물렀다.
김휘집, 에디슨 러셀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키움 우타자들은 무게감이 확실히 떨어진다. 이원석과 이형종 둘의 반등은 ‘좌타자’ 위주인 팀 타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본연 기량을 얼마나 회복해 주느냐’ 문제다. 두 선수 모두 11일 KT전에서 멀티히트 손맛을 보며 팀의 14-5 대승에 이바지했다. 긍정적인 신호다. 이 둘마저 살아나면, 좌·우로 쉬어갈 틈 없는 타선이 완성된다.” 이 위원의 평가다.
시행착오라면 겪을 만큼 겪었다. 이형종과 이원석은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경험한 베테랑들이다. 이젠 기다림에 부응할 시간이 찾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