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팀업 캠퍼스 야구장에서의 장쑤 거마 야구단 모습(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6월 1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팀업 캠퍼스 야구장에서의 장쑤 거마 야구단 모습(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곤지암]

“옛날에도 중국에서 야구 배우러 많이 왔었지. 대학생부터, 국가대표까지 다양했어. 그때랑 지금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야. 요즘 중국 선수들은 확실히 달라.” 김용국 전 KT 위즈 수석코치의 말이다.

중국 야구의 성장세가 매섭다. 중국프로야구(CNBL) 장쑤 거마 야구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6월 11일 한국에 도착해 다음 달 13일까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팀업 캠퍼스 야구장에서 총 33일간 전지훈련을 치른다.

최근 인스트럭터로 초빙돼 장쑤의 훈련을 돕고 있는 김 전 코치는 “일단 이 선수들은 몸부터 다르다. 이미 몸과 컨디션을 운동선수로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어 온 상황인데, 심지어 배우려는 의지마저 좋다. 연습 때 배운 걸 실전 경기에서 곧바로 사용하더라. 스펀지처럼 쏙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현장에 만난 야구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장쑤 선수단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주목했다. 바로 ‘더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다.


‘만족’ 모르는 장쑤 거마 야구단, 이들은 ‘더 강한 상대’를 찾는다

장쑤 거마 야구단과 경기 가평 웨일스의 연습경기 장면(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장쑤 거마 야구단과 경기 가평 웨일스의 연습경기 장면(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장쑤 거마 야구단(장쑤 휴즈홀스)은 2002년 5월 창단해 2015년 ‘장쑤 천마(장쑤 페가수스)’를 거쳐 2016년 후론 현재 구단 이름을 사용 중이다.

그런 장쑤가 한국·일본·대만 야구로부터 코치진을 영입하고 선진 야구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한국 야구계에선 정삼흠, 김홍집, 현재윤 등이 장쑤의 지도자로 부임하기도 했다.

팀 전력을 끌어올린 결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9년 CNBL 준우승을 차지했고, 리그가 팬더믹 여파로 잠시 중단된 뒤로도 성과는 좋았다. 2022년 중국 전국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2위를, 이듬해인 올 시즌엔 우승에 성공했다.

장쑤의 목표는 5월 15일 재개된 2023시즌 CNBL 우승 트로피다. 그러기 위해선 더 탄탄한 전력을 갖춰야 한다. ‘평균 연령 23세’ 선수단을 구축한 것에 이어 시즌 중 잠시 한국을 찾은 것도 모두 그 일환이다.

장쑤는 도무지 ‘만족’을 모른다. 한국에 온 뒤 6일 만에 연습경기를 3차례나 진행했다. 첫날엔 서울 경기고등학교 상대로 7-0 승리를 거뒀다. 그 뒤 경기도 독립리그 팀인 파주 챌런저스를 6-3으로, 가평 웨일스를 6-5로 꺾었다.

“한국 와서 연습경기를 모두 이겼는데, 일희일비가 전혀 없어. 경기 뒤 곧바로 도열하고 보강훈련을 하던데, 각오가 남다른 이유가 있나 싶더라고.”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장쑤는 이제 ‘다음’을 외친다. 이들은 ‘더 강한 상대’를 찾고 있다.


장쑤 거마 야구단이 걷는 이 길, 중국 야구 ‘미래’일지 모른다

장쑤 거마 야구단 마젠신 단장(사진 왼쪽부터), 첸 보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장쑤 거마 야구단 마젠신 단장(사진 왼쪽부터), 첸 보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야구에만 계속 전념하고 있다. 여기 와서 다른 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은 야구만 보인다.” 장쑤 거마 야구단 일원으로 한국 전지훈련에 합류한 중국 국가대표 투수 왕 웨이이의 말엔 줄곧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이처럼, 장쑤는 한국에 놀러 온 게 아니다. 시즌 중 한국에 캠프를 차린 만큼 ‘전보다 더 발전된’ 팀을 꿈꾼다.

취재 중 스포츠춘추와 만난 장쑤 마젠신 단장은 “우리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수준 높은 팀’과 맞붙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선수들이 자극받고 많이 배울 수 있다”며 “장쑤의 목표는 CNBL 우승이다. 지금 훈련이 쌓이고 쌓여 훗날 리그 경기를 좀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장쑤 사령탑인 첸 보 감독도 고갤 끄덕였다. 첸 보 감독이 “한국에 와서 많은 걸 배워가려고 한다. 다만, 단 하나의 연습경기라도 허투루 하고 싶진 않다. 우리에겐 지금 1분 1초가 귀중한 시간 아닌가”라고 설명한 까닭이다.

이어 마젠신 단장은 “우리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이 아주 부족한 건 아니다. 다만,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라 실전 경기 감각이 부족하다. 이들에겐 현시점 필요한 건 경험이다. 한국 전지훈련을 택한 건 그걸 채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혹자는 “중국 야구가 아직 많이 멀었다”고 말한다. 단적인 예로 중국 야구대표팀은 당장 최근 국제 무대인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본선 1라운드 B조 최하위 탈락 고배를 마셨다. 흔히 야구팬들이 이름 석자 알법한 선수조차 드물다.

어쩌면, 장쑤 거마 야구단이 걷는 이 길이 ‘중국 야구의 올바른 방향’일지 모른다. 희망찬 포문은 장쑤가 먼저 열었다. 향후 한국을 찾는 건 장쑤뿐만이 아니다.

한·중 야구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하드스포츠(한동범 대표)에 따르면, 앞으로 더 많은 중국 팀이 한국 야구와 교류할 예정이다.

그런 장쑤를 ‘나침반’ 삼아 중국 야구가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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