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뭔 자신감인가 했더니, 잘 막았다(웃음). 항상 씩씩하게 던져 기특하다. 개막부터 줄곧 잘해주고 있다”
7월 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이 껄껄 웃으며 ‘한 선수’를 칭찬했다. 프로 2년차 스무 살 좌완 최지민 얘기다.
KIA ‘필승조’ 최지민은 올 시즌 36경기 동안 41.1이닝을 던져 3승 2패 5홀드 3세이브 19볼넷 30탈삼진 평균자책 1.74를 기록 중이다. 특히, 남다른 ‘배짱’이 장점이다.
7일 KT 위즈전이 좋은 예시다. 이날 최지민은 8회 말 속구 9개만 연달아 던져 뜬공아웃 삼자범퇴를 이끌었다. 사령탑인 김 감독이 다음 날 더그아웃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 까닭이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이 “(최)지민이가 구위가 워낙 좋아 속구로 공격적으로 해보자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6년차 베테랑’ 포수는 그런 최지민을 향해 “속구가 매력적인 ‘파워 피처’ 유형이다. KIA에 오기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역 때 통산 1,359경기에 출전한 김 감독을 포함해 ‘산전수전’ 베테랑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최지민을 칭찬했다. 이에 스포츠춘추가 최지민을 만나 ‘9연속 속구 승부’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프로 2년차 20살 필승조’의 배짱 “태군 선배 덕분에 확신 생겨”

전날(7일 KT전) 8회 말 속구만 연달아 9개를 던졌다. 의도된 볼 배합으로 보인다.
그렇다. (김)태군 선배가 ‘속구가 좋으니까 그걸로만 가자’고 말씀하셨다. 직전 7회 말 점수가 나면서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었다.
베테랑 포수인 김태군 영향도 있겠지만, 이제 프로 2년차가 그런 사인을 받고 임무를 명확히 수행한 게 놀랍다.
이날 나도 속구를 더 던지고 싶었다. 그만큼 속구에 자신이 있었다. 태군 선배가 그걸 캐치해 주셔서 좋은 결과를 만든 것 아닐까. 내 공을 믿고 사인을 내주시니까 나 역시 ‘내 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하 8일 기준) 김태군과 두 차례 호흡을 맞췄다. 갈수록 등판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
첫 번째 호흡 때(6일 KT전 0.1이닝 1실점)는 내가 너무 긴장해서 결과가 좋진 않았다. 어제는 달랐다. 서로 딱 맞았다(웃음). 게다가 팀이 승리해 기분이 몇 배는 좋았다.
김태군이 최근 구단 SNS를 통해 ‘친해지고 싶은 선수’로 (최지민을) 손꼽았다.
알고 있다. ‘소심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데, 정확하다(웃음). 내가 좀 그런 편이다. 그래도 태군 선배가 계속 먼저 말을 걸어 주시는 게 참 크다. 이제 만난 지 사흘 정도 됐는데, 내 쪽에서도 편하게 다가갈 정도다. 최근 이틀 등판 뒤에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또 배웠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내겐 값진 조언이다.
7일 속구 스피드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스피드건에 실제 구속보다 덜 찍혀 나온 듯싶다’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는데.
그랬나? 몰랐다. 개인적으론 구속에 딱히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께(6일)엔 볼 스피드가 상당히 잘 나왔는데, 제구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중요한 건 ‘스피드보다 제구’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제는 연투이기도 했다. 내가 신경 쓸건 스피드건이 아닌 아웃카운트다.
“전반기 내내 ‘건강하게’ 던졌다. 그렇기에 100점 만점에 80점 주고 싶어”

어느덧 전반기 막바지다. 지난겨울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호주프로야구(ABL)를 경험하기도 했다.
꿈만 같다. 호주 리그는 내겐 최고의 선택이었다. 물론 질롱에서 잘 던졌지만, 그게 꼭 KBO리그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즌을 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단 믿음이 들었다.
전반기 종료까지 5경기도 채 남지 않았다. 시즌 절반을 돌아봤을 때 본인에게 어떤 점수를 주고 싶나.
(한참 생각하다)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그간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20점이 부족한 건 어떤 이유일까.
세부적인 기록이나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바로 ‘건강’이다. 지난해부터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런데, 몸에 어떤 이상도 없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 다만, 매 등판이 좋았던 건 아니다. 분명히 어떤 날엔 내 투구에 부족함이 있었다. 난 그걸 토대로 삼아 더 성장하고 올라가는 단계에 있다. 남은 20점은 후반기에 채워가겠다.
실은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팬들은 잦은 등판이라든지, 이닝 소화가 많아질수록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을 더 느낀다. 팀은 나를 믿고 마운드를 맡기고 있다. 날 걱정해 주시는 팬분들도 있다. 사소한 건강 관리라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이유다. 감독님과 트레이닝 파트에서 내게 꽤 많은 신경을 쏟고 계신다. 팬분들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몸 관리에 더 신경 쓰겠다.
바쁘게 달려왔지만, 더 바빠질 전망이다. 전반기가 끝나면 ‘올스타전’이, 9월엔 국가대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최지민이 바라보는 ‘후반기’가 궁금하다.
특별한 욕심은 전혀 없다. 마운드에 올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막연한 기대에 쓸데없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처럼 계속 1군에서 건강하게 던지는 게 목표다. 팀은 더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 팀이 이기는 데 내가 보탬이 더 됐으면 좋겠다.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