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목동]
경동고등학교가 1999년(황금사자기) 이후 처음으로 전국대회 4강 고지를 밟았다. 무려 24년 만의 쾌거다.
경동고는 9월 5일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포항제철고등학교를 4–2로 꺾었다. 포항제철고는 이른 시점부터 벌어진 점수 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경동고는 1회 말부터 포항제철고 마운드를 압박해 4점 차 리드를 잡았다. 선취점 포문을 연 건 경동고 4번 타자 겸 포수인 3학년생 강서빈이었다. 강서빈은 무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장현석의 속구를 때려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이에 포항제철고는 곧바로 우완 사이드암 임현준을 올려 실점을 최소화했다. 임현준은 승계주자 두 명을 불러들인 뒤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버텼다.
6회 초엔 경동고를 향해 난관이 닥쳤다. 임현준의 역투로 안정을 찾은 포항제철고가 추격에 나선 것. 1점을 따라 잡힌 경동고는 1사 1, 2루에 ‘소방수’를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극복했다. 바로 3학년생 내야수 유병선이었다.

그런 유병선이 이날 경동고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마운드에 오른 유병선은 포항제철고 타선에 맞서 3.2이닝 동안 40구를 던져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경기를 마쳤다.
한편, 이날 1번-1루수로 선발 출전한 유병선은 1회 선두타자로 2루타를 쳐 ‘빅이닝’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이로써, 투·타를 가리지 않는 활약으로 경동고의 준결승을 견인한 셈이다.
8강전 종료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유병선은 “1루수 자리는 꽤 생소해 재밌었다”며 “오늘 투수 등판 가능성을 염두하고 벤치에서 배려해 주신 것”이라고 웃었다.
유병선은 “투수와 타자, 모두 흥미롭지만, 최근엔 투수가 더 끌린다. 타자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내야수 매니 마차도, 투수론 LA 다저스 우완 에이스 워커 뷸러다. 두 선수 모두 각자 위치에서 최고 아닌가”라고 했다.
유병선은 올해 주로 타자로 고교야구 공식전을 소화했지만, 투수로도 몇 차례 등판한 바 있다. 지난 3일 청주고등학교와의 봉황대기 16강전에도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구종은 속구와 너클커브를 던진다. 올해 속구론 최고 143km/h를 기록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경동고 김철 감독은 “위기 상황에 따라, 유병선을 투수로 투입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 기대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에 유병선은 해맑게 웃으며 “마운드에 오를 땐 늘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잘 던져서 막으면 된다’ 주의다. 오늘 9회 초 위기 상황에서도 단순하게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학부모님들과 학교 친구들, 동문회에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떨어지기엔 너무 아쉽다. 더 올라가기 싶을 따름이다.” 유병선의 포부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