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정규시즌 내내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두 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10월 22일 오후 2시부터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선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1차전이 펼쳐진다. 5전 3선승제로 1·2·5차전은 인천에서, 3·4차전은 창원에서 경기가 열린다.
두 팀은 정규시즌에선 8승 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팀 순위도 시즌 마지막 날까지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SSG가 1경기 차로 3위를, NC가 4위를 차지했다. 득점과 실점으로 구한 기대승률은 NC(0.544)가 SSG(0.473)보다 앞섰지만, SS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대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실제 승률(0.539)을 기록했다. 와일드카드에서 두산 마운드를 박살 내고 올라온 NC는 ‘분위기’ 면에서, 4일간 푹 쉰 SSG는 체력 면에서 이점이 있다.

투수: 실질적인 에이스 대결은 2차전, ‘두 번째 투수’에서 승부 갈린다
1차전 선발로 NC는 우완 신민혁을, SSG는 외국인 좌완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각각 예고했다. 20승 투수 에릭 페디의 등판은 2차전 이후가 될 전망. SSG도 최종전에 등판한 김광현을 1차전이 아닌 2차전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에이스 대결은 1차전이 아닌 2차전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NC가 만약 1차전을 잡으면 2차전에서 페디 카드로 시리즈 승리를 굳힐 수 있다. 1차전에서 지면 2차전을 페디로 잡은 뒤 홈으로 이동하게 된다. 단, 페디의 팔꿈치 컨디션이 정상이고 2차전에 등판해야 성립하는 가정이다. SSG 역시 엘리아스-김광현 선에서 결과를 내야만 선발투수가 불확실한 3차전 이후 경기 운영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양팀 사령탑의 불펜 운영 실력을 확인할 기회다. NC는 페디 외엔 확실한 선발 카드가 없다. 태너 털리는 가을야구에서 소프트 토서의 한계를 드러냈고 신민혁, 송명기는 시즌 내내 냉탕 온탕을 오갔다. 선발이 길게 던지기 어렵다고 보면 선발 바로 뒤에 붙어 나오는 두 번째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SSG도 복사근 부상으로 공백이 있는 커크 맥카티의 선발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라 사실상 엘리아스-김광현 원투펀치에 의존해야 한다. 오원석이 3선발이라고 보면 4차전은 불펜데이 식으로 치러야 한다. 경기 중반 올라오는 징검다리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NC 류진욱이 한 역할처럼 상대 타선의 상승 흐름을 과격하게 진압하는 투수가 누군가 나와야 한다.

야수: 홈런 공방, 타격전 예상…‘이름값’이 필요할 때
NC 타선은 와일드카드에서 홈런 3방으로 14점을 뽑는 화력을 과시했다. 1, 2차전이 국내 최고 타자구장인 인천에서 열리는 만큼 계속해서 활발한 공격이 펼쳐질 전망. 와일드카드에선 서호철, 김형준 등 하위타선에서 미친 선수가 등장했다. 좀 더 긴 시리즈가 펼쳐지는 준플레이오프에선 이름값 있는 상위타선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상대 1-2-3선발이 죄다 좌완인 만큼 좌투수 공략에 능한 박건우, 권희동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리그 최고의 홈런 생산력을 자랑하는 SSG 타선이 이번 시리즈에서 몇 번이나 담장을 넘길 지도 눈길을 끈다. SSG는 2015년 이후 포스트시즌 최다 팀 홈런(28홈런)을 기록 중인 홈런의 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에서 7방의 홈런을 터뜨렸다. 리그에서 페디의 공을 가장 잘 치는 주포 최정이 복귀한 가운데, 정규시즌 부진했던 최지훈이 원래 폼을 찾을지도 관심사다. 최지훈은 정규시즌 신민혁과 페디 상대로 각각 5타수 3안타 타율 0.600을 기록했다.

‘가을사나이’ 후보: 송명기, 김영규, 김주원, 마틴 vs 문승원, 최민준, 이건욱, 이로운, 하재훈, 최주환
이번 시리즈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들의 명단이다. NC 송명기는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2경기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기억이 있다. 당시 송명기의 나이는 스무 살, 프로 데뷔 2년 차였다. 이를 고려했는지 강인권 감독은 와일드카드 1차전 패배시 2차전 선발로 송명기를 기용할 계획이었지만, 1차전 승리로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은 송명기가 아닌 신민혁이다. 정규시즌 불펜 경험이 있는 송명기를 신민혁 뒤에 붙이는 +1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생겼다. 만에 하나 페디의 등판이 3차전 이후에나 가능할 땐 2차전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송명기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또 한 명의 주목할 투수는 좌완 김영규. 와일드카드 게임에선 1이닝 볼넷 3개로 흔들렸지만, 만루에서 좌투수 킬러 박준영을 삼진으로 잡는 기염을 토했다. 류진욱 하나로 5차전 시리즈 불펜을 끌고 가긴 어렵다. 웬만해선 홈런을 맞지 않고,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다 잘 잡는 김영규가 제 몫을 해줘야 한다.
타선에선 김주원과 마틴이 주목할 선수다. 스위치 히터인 김주원은 우타석에서 좌투수 상대로 홈런을 잘 때리는 타자다. 3차전까지 줄줄이 좌완 선발이 등판할 SSG 상대로 장타 생산이 기대된다. 좌타자이지만 우투수보다 좌투수를 잘 공략하는 ‘역스플릿’ 타자 마틴도 이번 시리즈에서 뭔가 해줘야 한다. 정규시즌 홈런은 17개였지만, 홈런공장 인천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SSG 투수진에서는 문승원, 최민준, 이건욱, 이로운 등 우완 투수들이 눈길을 끈다. SSG 마운드에서 상수는 좌완 선발 3인조와 노경은-고효준-서진용의 필승조 3인이다. 쓰는 선수만 쓰는 게 단기전의 특징이지만, 난타전이 예상되는 이번 시리즈에선 투수 6명만 갖고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큰 경기 경험이 있는 문승원과 최민준, 시즌 후반 좋은 투구내용을 보인 이건욱과 이로운 중에서 ‘미친 선수’가 등장한다면 SSG의 마운드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것.
타자로는 하재훈과 최주환을 주목한다. 시즌 후반 놀라운 타격감을 보여준 하재훈은 이제 투수 시절의 활약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확실하게 타자로 각인됐다. 펀치력이 좋아 언제든 중장거리포를 날릴 수 있는 타자로 NC 투수들에게 주의할 대상이다. 범상치 않은 멘탈의 소유자라 큰 무대에서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타율은 낮지만 홈런생산력이 뛰어난 최주환도 경기 후반 대타 카드로 자주 모습을 보일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NC 승리 63.13%, 3승 1패가 유력 시나리오
스포츠춘추는 NC와 SSG의 정규시즌 기대승률을 사용해 양 팀의 맞대결 시 기대승률,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승리확률을 계산했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로 구한 1경기 맞대결 시 기대승률은 NC가 0.571, SSG가 0.429로 NC가 크게 앞섰다.

이를 바탕으로 5전 3선승제 시리즈 경우의 수를 구해봤다. 3승 0패로 시리즈가 끝날 확률부터 3승 2패로 이기는 경우의 수까지 전부 구했다. 그 결과 NC가 3승 1패로 이길 확률이 23.96%로 가장 높게 나왔고 3승 2패 시나리오도 20.56%로 나타났다. 3승 0패는 18.62%로 뒤를 이었다. 이를 합한 NC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63.13%에 달한다.
반면 SSG는 3승 2패가 15.45%로 그나마 가능성 높은 경우의 수이고, 3승 1패는 13.52%, 3승 0패는 7.90%로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이를 합한 SSG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36.87%다.

물론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단기전이 이런 숫자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누구도 생각 못 한 변수, 미쳐 날뛰는 선수의 활약, 감독의 역량과 벤치 분위기에 따라 시리즈의 방향은 예상과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하곤 한다. 게다가 지난해 통합우승팀 SSG는 올해 10월 성적에서 알 수 있듯이 긴박하고 중요한 순간에 신비한 힘을 내는 팀이다. NC 역시 전문가들의 하위권 예상을 깨고 4위까지 올라온 저력의 팀이다. 누가 승리하든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선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가을야구의 진수가 펼쳐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