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5년차’ 장수 외국인 선수가 사자군단에서 나올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의 2024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은 지난겨울 기존 외국인 선수 전원 재계약을 이끈 바 있다. 선수 셋 모두 훌륭한 성적을 거뒀기에 당연했지만, 그저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당초 우려했던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규정이 완화된 가운데,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페이컷’(선수가 자신의 시장 가치보다 조건을 낮춰 계약을 맺는 것)을 통해 양보한 결과다.
이로써,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은 KBO리그 4년차로 2023시즌을 맞이했다. 이는 구단 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의 탄생. 그 외에도 외야수 호세 피렐라는 3년차를, 강속구 우완 알버트 수아레즈는 2년차를 맞았다.
그 뒤 1년이 흘렀다. 후반기 내내 탈꼴찌 경쟁으로 체면을 구긴 삼성은 리그 8위로 올 시즌을 마쳤다. 그런 삼성이 내년 시즌 재도약을 위해 ‘새 판 짜기’에 열중이다. 지난 10월 16일 이종열 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 것이 첫 움직임이다.
삼성 관계자는 “팀에서 이제 새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상황이고, 2024시즌 준비 관련해서 단장님이 현장과 소통하며 내부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시점”이라며 “외국인 선수 계약도 마찬가지로 아직 결정된 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커리어하이 시즌 보낸 뷰캐넌, ‘5년차’ 삼성맨으로 돌아올까

KBO리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뷰캐넌의 활약은 올해 역시 빛났다. 뷰캐넌은 앞선 3시즌 동안 매년 10승·150이닝·100탈삼진, 평균자책 3.50 이하 등을 책임지며 사자군단 에이스로 우뚝 선 바 있다.
올 시즌엔 더 좋았다. 30경기에 등판해 188.1이닝을 던져 12승 8패 139탈삼진 평균자책 2.54를 기록한 것. 2020년 삼성 합류 후 뷰캐넌의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개막전을 책임졌고, 홈 최종전 선발 등판도 단연 뷰캐넌의 몫이었다. 삼성은 원태인과 뷰캐넌을 두고 홈 최종전에는 뷰캐넌을, 원정 최종전에는 원태인을 각각 기용했다. 실력은 물론이고, 선수 특유의 열정, 또 뛰어난 팬서비스가 뷰캐넌을 삼성 팬들의 ‘최애’ 선수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뷰캐넌은 팀이 흔들릴 때 묵묵히 마운드를 지킨 이다. 삼성 투수진은 지난 1년간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총합이 11.65로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낮았다.
그 와중 뷰캐넌은 올 시즌 리그 이닝 2위, 평균자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퀄리티스타트(QS)도 21차례로 리그 으뜸을 차지했다. 삼성 팬들의 올해 시작과 끝은 뷰캐넌과 함께였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에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뷰캐넌과 만날 수 있을까. 이종열 신임 단장은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아직 협상을 시작하기 전이고, 뷰캐넌의 계약 역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고 있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한 삼성 관계자는 “뷰캐넌의 재계약 관련해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일단 구단 내부에서 내년 시즌 밑그림을 그린 뒤 협상 여부가 결정될 듯싶다. 공헌도라든지, 퍼포먼스 등을 고려한 뒤 재계약 여부, 신규 영입과 계약 규모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외국인 선수 계약, 아직 결정된 건 없어…여러 의견 종합 중”

공헌도로만 따지면 줄곧 1선발 활약을 유지해 온 뷰캐넌이다. 그와 달리, 다른 두 외국인 선수는 인상적인 활약을 크게 남기진 못했다. 특히 3년차를 맞았던 외야수 피렐라는 시즌을 완주하긴 했지만, 뷰캐넌과는 정반대 의미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앞선 두 시즌 활약에 못 미치는 커리어 로우를 기록한 것.
피렐라는 지난해 팀 타선 핵심으로 활약하며 안타·홈런·타점·타율·출루율·장타율 등 여러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 간판 외야수 이정후와 열띤 타격 경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그러한 모습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피렐라의 올 시즌 기록은 139경기 159안타 16홈런 8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64다. 앞선 두 해에 비해 무척 아쉬운 성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wRC+(조정득점생산력)도 110.8에 WAR 또한 2.44로 2021년 데뷔 이래 가장 낮았다. 피렐라는 수비보단 뛰어난 타격으로 팀에 공헌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재계약 관련으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선수다.

한편, 시즌 도중 수아레즈의 부상으로 8월 초 늦깎이 합류한 대체 외인 투수 와이드너도 있다. 올해 1월 NC 다이노스와 계약해 KBO리그에 인연을 맺은 와이드너는 허리 부상 악재로 시즌 데뷔를 5월에나 치렀다.
그 후로 ‘퐁당퐁당’ 투구 흐름으로 불안감을 자아낸 와이드너는 NC에서 11경기를 출전해 평균자책 4.52에 그쳤다. 부족한 안정성에 NC는 8월 초 웨이버 공시를 선택했고, 때마침 수아레즈의 이탈로 외국인 선수를 찾던 삼성이 와이드너를 대신 데려왔다.
다만 와이드너는 삼성에서도 기복 있는 모습을 떨쳐내진 못했다. 10경기(9선발) 평균자책 4.56으로 겉만 보면 NC 시절과 다르진 않지만, 세부 지표에선 더 좋지 않았다. 피안타율(0.222→0.289)에 WHIP(1.20→1.46)까지 새 보금자리와는 잘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홈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6경기 평균자책 8.00)에서 부진한 것 역시 뼈아팠다.
이종열 신임 단장은 현재 일본으로 건너가 박진만 삼성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과 소통하고 있다. “부임 후로 가능한 한 팀 내 많은 직원과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는 이 단장은 “외국인 선수 계약은 현장에서 원하는 방향, 또 구단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 모든 걸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KBO리그엔 우리 말고도 9개 팀이 더 있지 않나. 그런 시선으로 보면, 신규 선수 영입도 쉬운 게 아니다. 오프시즌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최선을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