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올해 KBO리그 최고의 팀이 정해진다. 2023 한국시리즈가 11월 7일부터 잠실 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승부로 막을 연다.
전날 열린 입장권 예매의 경우, 사이트 온라인 서버가 일순간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대단했다. 10만 명이 넘는 접속 대기 인원이 몰려 화제를 모은 것. 이처럼, 한국야구 최대 ‘잔칫날’을 향한 열기는 매우 뜨겁다.
다만 제법 달갑지 않은 손님 ‘초겨울 추위’도 한국시리즈 1차전을 찾아올 전망이다. 7일 오전 기상청은 서울 동북·서북권 등에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하강해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그와 함께 “아침 기온이 어제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 추울 것”이라고 날씨 해설을 전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릴 잠실의 기온은 7일 최저 4℃, 최고 11℃로 예보됐다. 2000년대 이후로 이와 견줄 수 있는 ‘겨울야구’는 2002년뿐이다. 공교롭게도 2002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11월 3일 대구의 최저 기온은 4.0℃에 최고 10.6℃로 21여 년이 흐른 지금과 매우 비슷하다.
역대 가장 늦은 개시…2023 KS, 예년보다 ‘추운 날씨’ 전망

올해 한국시리즈는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늦은 개시일을 맞았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11월 8일)을 하루 앞두고 한국시리즈 1차전이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2014년(1차전 11월 4일), 2018년(1차전 11월 4일)이 있었다. 두 시즌 모두 ‘대표팀 선수 차출로 정규리그가 여름에 중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그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파다.
올해 역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었지만, 리그에 따로 휴식기를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즌 중 계속된 비 소식이 잦은 취소경기를 만들었고, 이에 정규시즌이 늦게 끝나면서 가을야구도 덩달아 밀린 것.
참고로 지난해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맞붙은 한국시리즈는 11월 1일에 시작해 8일 6차전으로 끝났다. 또 그 앞 두 시즌(2020,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시리즈 전 경기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다시 말해, 야구팬들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그간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웠던 ‘겨울 날씨’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최근 포스트시즌 역사에선 2016년 한국시리즈가 이 정도로 추웠다. 그해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10월 29일 잠실의 평균 기온은 7.8℃로 이날 최저 3.5℃까지 떨어졌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이래 가장 추웠던 한국시리즈 1차전은 2002년이었다. 그해 KBO리그 정규시즌 또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으로 잠시 중단됐다. 이 때문에 한국시리즈 1차전이 11월 3일에서야 열렸다.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홈 대구는 당시 평균 기온은 6.4℃로 전년보다 뚝 떨어진 추위를 자랑했다. 2001년, 2003년 같은 날짜 기준으로 각각 평균 9.8℃, 15.0℃를 기록한 대구 날씨를 고려하면, 확실히 달랐다.
그 뒤 3~5차전이 열린 잠실도 마찬가지로 초겨울 날씨를 뽐냈다. 특히 5차전이 열렸던 11월 8일, 서울의 평균 기온은 2.5℃였고, 최저 0.0℃를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오래전인데, 이거 하나는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 날씨에 LG 선발 라벨로 만자니오와 마무리 이상훈이 반팔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야구 전설 ‘양신’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들려준 얘기다.
“이를 덜덜 떨면서 뛰었다” 양준혁 해설 기억 속 ‘2002 KS’

삼성의 영구결번 레전드인 양준혁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만 3차례 경험한 이다. 앞선 ‘겨울야구’의 대표 격인 2002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 마해영과 함께 삼성 핵심 타자로 맹활약하며 구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6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양 위원은 “올해 한국시리즈 날씨가 그 정도인가”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양 위원은 ‘2002년’을 회상하며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니 거의 한 달 가까이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날씨가 확 추워지더라. 몸이 추우면 이가 덜덜 떨려서 악물게 되는데 그때 날씨가 딱 그랬다. 팀에서 갑자기 난로를 구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삼성의 당시 한국시리즈 상대 팀은 LG였다. 정규시즌 4위에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도장깨기’를 마쳐 올라온 상황. LG 좌완 듀오 만자니오, 이상훈은 쌀쌀한 날씨에도 반소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누벼 이목을 끌었다.
“그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나는 두 겹 세 겹으로 옷을 껴입고 목까지 감쌌는데 추웠다.” 양 위원의 기억이다.

그렇다면, 2023 한국시리즈에서 ‘겨울야구’는 어떤 변수로 다가올까. 이와 관련해 기자가 묻자, 양 위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시리즈 전체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1차전만큼은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팀 모두 급작스러운 추위에 몸이 예전보단 굳은 채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양 위원은 “그래도 프로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르면 타순 한 바퀴 정도, 아무리 늦어도 한 경기만에 제 감각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양 위원이 우려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추운 날씨와 함께 쏟아지는 비다. 양 위원은 “그런 의미에서 내 기억 속 가장 추웠던 한국시리즈는 그로부터 2년 후인 2004년이었다. 그때는 시리즈 9차전까지 갔고, 비가 하도 많이 와서 경기를 제대로 치르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다행히 한국시리즈가 펼쳐질 수도권에선 예보상 비 소식이 한동안 크게 없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양 위원은 끝으로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한국시리즈 특유의 열띤 분위기에 오히려 ‘업’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양 팀 선수들이 추위 때문에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제 기량대로 팬들 기대에 부응해 주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