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오승환(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오승환(사진=삼성)

[스포츠춘추]

스토브리그의 계절인 겨울이 왔다. 삼성 라이온즈는 2023년 정규시즌을 8위로 마무리하며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 뒤 이종열 신임 단장 체제로 들어선 삼성이 새 판 짜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의 올겨울 첫 움직임은 마무리 오승환과의 재계약이다.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41세를 맞이한 올해 58경기에 등판해 4승 5패 2홀드 30세이브 평균자책 3.45를 기록했다. 불안했던 전반기(26경기 평균자책 4.80)를 딛고 후반기(32경기 평균자책 2.20)에 값진 반등을 일궈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불펜이 취약한 삼성도 오승환이 필요하다. 11월 16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종열 삼성 단장이 “오승환과의 재계약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까닭이다.

하지만 삼성의 시선은 오승환 잔류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 불펜진을 향한 아쉬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이 단장은 “박진만 감독님 역시 불펜 보강에 대한 뜻이 있으시다. 그러한 현장 요구에 맞춰 외부 영입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41세 오승환이 최고 선수’ 삼성 불펜, 최악 부진 휩싸여

삼성 신예 좌완 이승현(사진=삼성)
삼성 신예 좌완 이승현(사진=삼성)

삼성 불펜은 올 시즌 크게 흔들리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전반기에는 마무리 오승환이 부진하며 그 대안으로 좌완 이승현, 베테랑 김태훈 등이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찮았다. 결과적으로 둘은 마무리 안착에도 끝내 실패했다.

첫 마무리 대안이었던 프로 데뷔 3년차 신예 이승현은 시즌 내내 부진에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앞선 두 시즌(99경기 평균자책 4.86)에 비해 발전하기는커녕 올해 48경기에 구원 등판해 평균자책 4.98에 그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시즌 초부터 불펜 불안에 휩싸인 삼성은 4월 말 트레이드를 통한 변화를 꾀했다. 4월 말 키움 히어로즈에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을 내주고, 반대급부로 우완 불펜 자원 김태훈을 데려온 것. 그간 키움 핵심 불펜으로 활약한 김태훈은 2021년 66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15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 3.2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런 김태훈마저 좀처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질 못했다. 삼성 합류 뒤 63경기에 등판한 김태훈은 평균자책 7.28에 더해 피OPS가 0.882로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서 거듭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의 계획은 믿었던 이승현과 김태훈의 부진에 어그러졌다. 다행히 오승환이 후반기에 반등하며 팀의 축 처진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했다. 하지만 삼성이 맞닿은 문제는 오승환뿐만이 아니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승환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리그 불펜 전체 17위에 삼성 불펜 1위다 오승환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한 것. 심지어 오승환 외 WAR 1.00을 넘은 불펜은 우완 이승현(1.03) 한 명일 정도다.

참고로 삼성 불펜진은 올 시즌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팀 평균자책이 5.16으로 최하위에 해당한다. 불펜의 팀 기여를 따질 때, 주로 언급되는 WPA(추가한 승리 확률)에서는 삼성 불펜 총합이 -8.43으로 올 시즌 리그 최악에 달했다. 


‘불펜 보강 필요성’ 느낀 삼성, 포스트 오승환 시대도 준비한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뒷모습(사진=삼성)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뒷모습(사진=삼성)

마침내 겨울이 왔다. 삼성을 포함한 KBO리그 모든 팀이 스토브리그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먼저, FA 시장은 오는 19일부터 열린다. 또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도 22일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은 41세 노장 오승환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오승환 한 명의 잔류만으로는 큰 변화를 불러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마침 이번 FA 시장에 수준급 불펜 자원들이 풀린다. KT 마무리 김재윤(B등급), LG 우승 멤버 좌완 함덕주(B등급)에 이어 두산 우완 파이어볼러 홍건희(A등급)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질문하자, “불펜 보강 의지를 느끼고 있다”고 답한 이종열 단장은 “외부 영입도 고려 중이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듯싶다”고 설명했다. 또 임박한 2차 드래프트 관련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어떤 포지션에 비중을 가져가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팀들과 엄연히 경쟁하는 관계 아닌가. 우리 팀 드래프트 전략은 비밀”이라고 크게 웃으며 말을 아꼈다.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잘 알려진 이 단장이다. 그런 이 단장이 부임 전 외부에서 바라본 삼성 불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단장은 “오승환의 대안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황이고, 지금 당장 팀에는 ‘차세대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그렇기에 오승환이 잔류한 뒤에도 우리는 미래를 향해 준비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요컨대, ‘포스트 오승환’ 시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어 이 단장은 “선수 기용 및 운용 판단은 전적으로 사령탑인 박진만 감독님의 영역”이라며 “나를 비롯한 프런트에서는 박 감독님이 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 수급을 원활하게 도와드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향후 삼성 불펜에 있어, 외부 영입을 통한 선수 보강뿐만 아니라 투트랙으로 이루어질 선수 육성이 중요해진 이유다.

한편 이 단장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의 LG 불펜진을 통해 “큰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물량공세’ 필승조를 앞세워 선발 조기 강판 악재를 이겨낸 한국시리즈 2차전을 예시로 든 이 단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팀이 1, 2년 만에 그런 선수층을 뚝딱 만들 수는 없다. LG 또한 지금의 불펜진에 이르기까지 새싹을 하나하나 틔우면서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 역할은 제법 명확하다. 현장에서 원하는 그림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게 외부 영입이 될 수도 있고, 육성을 통한 방법일 수도 있다.”

끝으로 이 단장은 뎁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육성은 외부 영입과 별개의 영역이다. 좋은 선수를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잘 키우는 게 중요한데, 탄탄하게 준비해서 향후 2~3년 내로 1군 중심에 진입할 수 있는 선수를 올려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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