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표 슈퍼스타 LG 고우석(사진 왼쪽부터), 키움 이정후(사진=LG, 키움)
KBO리그 대표 슈퍼스타 LG 고우석(사진 왼쪽부터), 키움 이정후(사진=LG, 키움)

 

[스포츠춘추]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 ‘바람의 손자’ 이정후에 이어 ‘바람의 손녀사위’ 고우석도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바람의 가족 세 명이 한 팀의 유니폼을 입는 장면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LG 트윈스 구단은 11월 22일 “고우석의 MLB 포스팅 도전을 허가하기로 했다”며?“향후 포스팅 금액이 나온 뒤 선수와 최종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14일 MLB 사무국이 이정후와 함께 고우석의 신분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지 8일 만이다. 

프로 선수에 대한 신분조회는 보통 미국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정후의 미국 진출이야 이미 기정사실이지만, 고우석의 경우 이전에 미국행 꿈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고우석에 대한 미국의 신분조회 요청은 큰 화제가 됐다. 이후 고우석 측은 구단과 만남에서 미국 도전 의사를 전달했고, LG는 내부 논의를 거쳐 포스팅 도전을 허가했다.

단, LG는 “포스팅 금액이 나온 뒤 최종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 구단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할 때는 미국 진출을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LG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진 않았지만 기준선은 ‘구단과 선수가 모두 납득할 만한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 마무리 고우석(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LG 마무리 고우석(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고우석, MLB 오퍼 가능성 높아…미국 복수 구단 관심

분명한 건, 고우석이 실제 MLB 구단의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야구에 정통한 야구 관계자는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다는 건 고우석을 눈여겨본 구단이 있다는 얘기다. 고우석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니겠나”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담당 스카우트가 한국을 자주 찾는 특정 구단에서 고우석을 지속해서 관찰해 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분조회와 포스팅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가로 다른 구단이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한 MLB 구단 스카우트는 “고우석이 포스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구단에 새로 리포트를 써서 보냈다”고 전했다. 다른 MLB 구단 스카우트 역시 “구단에서 흥미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한국보다 외부적 압박 요인이 덜한 미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미국야구에 정통한 야구 관계자는 “투수가 부족한 건 미국야구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특히 불펜투수 구인난을 겪는 구단이 많아 고우석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은 마무리 투수도 아닌 베테랑 우완 투수 레이날도 로페즈와 3년 3,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미국 현지 매체에서도 고우석을 향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22일 스포츠춘추가 LG의 고우석 포스팅 허용 소식을 단독 보도한 뒤 CBS 스포츠, MLB 트레이드 루머스 등의 매체가 이 소식을 인용 보도했다.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고우석에 관해 “한국야구 최고 수준에서 7시즌 동안 활약했고 통산 3.18의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라며 “데뷔 첫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후 네 시즌 중 세 시즌 동안 2.17 이상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고우석이 2023년 고전했다는 점을 언급한 이 매체는 “2021-22시즌엔 더 나은 제구력을 선보이며 세 시즌 연속으로 타자의 28% 이상을 범타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레이드루머스는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 기사를 인용해 “고우석의 구속은 90마일 중반대이며 98마일에 육박한다. 메이저리그 팀에서 중간계투로 활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에서 세 차례나 30세이브를 넘긴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라고 소개했다.

키움 핵심 외야수 이정후(사진=키움)
키움 핵심 외야수 이정후(사진=키움)

 

고우석과 이정후, 이종범 코치가 한솥밥을? “불가능한 시나리오 아냐”

한편 고우석의 미국 도전이 공식화되면서 장인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처남인 이정후와 MLB 동반 진출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정후의 미국행은 오래전부터 기정사실이다. 미국 유력 매체에선 이정후를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 등 스타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과 나란히 거론하는 기사까지 나왔다. 김하성이 받았던 4+1년 총 3,900만 달러를 뛰어넘어 5,000만 달러 안팎의 계약이 가능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키움 구단은 이정후의 에이전시와 논의를 마치고 KBO에 자료를 넘긴 상태다. 이르면 이번 주말을 전후해 포스팅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정후가 KBO 시상식이 끝나는 27일 이후 미국에 건너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코치도 미국행을 도모하고 있다.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LG 구단에 사의를 전했다. 이 코치는 미국 지도자 연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경엽 감독이 과거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것처럼, 이정후가 계약하는 팀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종범 코치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미국에 건너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에 따라선 이정후를 영입하는 팀이 고우석도 함께 영입하는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 미국야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라면서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들은 문화적, 언어적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 절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이정후와 고우석이 함께 뛴다면 현지 적응과 생활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불펜투수인 고우석은 야수인 이정후(약 5천만 달러 안팎 예상)만큼 큰 계약규모를 따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불펜은 어느 팀에나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정후에 입찰하는 팀 가운데 고우석에도 관심을 갖는 팀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한 MLB 스카우트도 사견을 전제로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한번 고려해볼 만한 시나리오다. 만약 우리 팀이 이정후를 영입한다면 그렇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꼭 한솥밥을 먹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드라마와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이정후와 고우석이 MLB 무대에서 맞대결하는 광경, 이정후와 김하성이 한 팀에서 뛰거나 김하성과 고우석이 같은 팀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팬들의 가슴이 뛰는 장면인 건 마찬가지다. 고우석의 ML 도전 선언과 LG 구단의 허락으로 상황이 더욱 흥미로워진 것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