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KT 위즈와 ‘캡틴’ 박경수가 2024시즌에도 동행을 이어간다. KT는 11월 26일 경기도 용인에서 지난 한 해를 결산하는 ‘2023 팬페스티벌’을 개최했고, 박경수는 이날 팬들 앞에서 ‘현역 연장’을 발표했다.
2021년(37세) : 118경기 9홈런 타율 0.192, 출루율 0.301, 장타율 0.347
2022년(38세) : 100경기 3홈런 타율 0.120, 출루율 0.234, 장타율 0.193
2023년(39세) : 107경기 1홈런 타율 0.200, 출루율 0.315, 장타율 0.286
1984년생 내야수 박경수는 최근 3년간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올해 한국 나이로 ‘불혹’을 맞이한 박경수다. 역대 KBO리그에서 박경수를 제외한 37세 이상 2루수가 한 시즌 100타석 넘게 소화한 건 2020년 정근우(LG·177타석), 2013년 조성환(롯데·194타석) 둘뿐이다. 38세 이상으로 허들을 높이면 오로지 박경수(280타석-221타석)만이 역사에 남았다. 그런 박경수마저도 세월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KT는 박경수와의 ‘1년 더’를 제안했다. 팀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부터 나도현 단장까지 박경수를 붙잡았다. 캡틴을 향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을 고려했다. 아직까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나도현 단장이 밝힌 후일담이다.
박경수 향한 KT의 이유 있는 신뢰 ‘리더십과 수비’

박경수는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신인 1차 지명으로 LG에 합류하며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뒤 2014년까지 LG에서 뛴 박경수는 자유계약선수(FA)로 신생팀 KT 위즈로 향했고, 그 인연이 어느덧 내년이면 10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박경수는 KT 유니폼을 입고 지난 9시즌 동안 1,104경기 118홈런 472타점, 타율 0.255, 출루율 0.356, 장타율 0.427을 기록했다. 또 2021년 가을에는 정규시즌 타이브레이커 경기 호수비와 더불어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상 투혼으로 KT의 통합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그해 ‘한국시리즈 MVP’ 영광이 박경수에게 돌아간 까닭이다.
다만 달갑지 않은 손님 ‘에이징커브’가 박경수를 찾아왔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부터 커브가 아래를 향하기 시작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2년 KBO리그에서 100경기 이상 뛴 야수 81명 가운데 박경수의 wRC+(조정득점생산력)는 21.9로 80위에 해당한다. 참고로 81위는 같은 팀 외야수 송민섭(17.1).
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준(야수 82명)에서 박경수가 기록한 wRC+ 68.3은 하위권인 77위에 해당한다. 이에 KT는 박경수의 플레잉타임을 조절하면서 2루에 오윤석, 이호연 등을 기용하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중 지난 5월 중순 롯데와의 트레이드(↔좌완 심재민)를 통해 마법사 군단 새 일원이 된 이호연은 박경수의 도움에 힘입어 6, 7월 맹타(타율 0.355)를 휘둘렀다. 당시 취재진과 만난 이호연은 “(박)경수 선배 글러브를 끼고 4안타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며 “수비는 경수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수시로 여쭤본다”고 그 비결을 손꼽았다.
이는 KT 구단에서 주목한 박경수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나도현 단장은 “두 가지를 주목했다”면서 “먼저 박경수는 ‘클럽하우스 리더’다. 팀 분위기 측면에서 선수들이 많이 의지하는 선수다. 현장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안다. 박경수와의 동행은 이강철 감독님의 의지 또한 강했다. (박경수의 현역 연장은) 그러한 교감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단장은 “두 번째로는 ‘수비’다. 박경수만큼은 수비 잘하는 선수 찾는 건 어렵다. 물론 타격에서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선구안 측면에서는 공을 고르는 능력은 여전히 좋다. 내년 시즌도 공·수에 걸쳐 팀에 충분히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아쉬움이 컸기에 내년 시즌은 ‘절치부심’의 해가 될 전망이다. “팀 전체가 그렇겠지만, 주장인 박경수도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많은 자극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한 나 단장은 “그런 박경수와 함께 내년 시즌 한 계단 더 올라갈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KT의 당면과제 ‘내야 고령화’…세대교체 준비도 해야

“우승은 못 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얻은 게 많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뜻깊은 한 해였다.”
지난 13일 한국시리즈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팀의 미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규시즌부터 가을야구까지 든든하게 뒷문을 책임진 박영현·손동현·이상동 3인방에 더해 이날 한국시리즈 5차전 깜짝 선발 출전까지 일궈낸 신인 외야수 정준영 등은 이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투수 세대교체와 달리 야수 고령화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KT는 주전 야수진 대부분이 30대 중반 이상이다. 젊은 야수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의 경우, KT 선발 야수들의 평균 연령은 31.8세에 달했다. 이것도 열아홉 루키 정준영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선발 출전한 내야수만 따지면 36.2세로 한층 더 올라간다.
이와 관련해 야구계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 관련 이슈는 베테랑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아직 그들을 밀어낼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거나, 벤치에서 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까지 복합적인 게 있다. 세대교체는 KBO리그 많은 팀이 공유하는 숙제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이호연, 강민성, 장준원 등이 내야 백업을 책임진 KT다. 다만 이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다가오는 2024시즌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20대 내야수들이 꽤 있는 편. 심우준, 권동진이 내년 7월 중순 복귀 예정이다. 또 지난 27일 KBO 시상식에서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율상(0.350)을 수상한 1997년생 천성호는 이미 ‘예비역’이다.
올겨울 박경수의 잔류를 통해 KT는 내야 선수층을 한 번 더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박경수를 필두로 베테랑 내야진이 버티는 동안, 신예들이 미래가 아닌 현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키워야’ 다음 기회가 있다. 어려운 숙제를 받아 든 마법사 군단의 2024시즌을 향해 많은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