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황금장갑을 놓고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KIA 박찬호(사진 왼쪽부터), LG 오지환(사진=KIA, LG)
유격수 황금장갑을 놓고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KIA 박찬호(사진 왼쪽부터), LG 오지환(사진=KIA, LG)

[스포츠춘추]

2023시즌 최고 유격수는 누가 될까. 한 해의 결실을 맺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어느덧 1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총 81명의 후보를 확정했으며, 투표는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실시된 바 있다.

투표인단은 올 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른 결과는 오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3층)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골든글러브 최고 ‘격전지’는 단연 유격수 포지션이다. LG 트윈스 오지환,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연말 시상식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둘은 지난달 27일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도 초대 유격수 수비상에 공동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년간 야구계 ‘초년생’의 눈으로 현장을 누빈 기자 역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당연하게도, 유격수 부문 투표는 우열을 가리기 정말 어려웠다. 본 기자는 깊은 고민 끝에 박찬호를 택했다.


‘OPS·wRC+ 1위 유격수’ 오지환, 한국시리즈 맹활약도 있었다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사진=LG)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사진=LG)

먼저 LG ‘캡틴’ 오지환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7실패) 타율 0.268, 출루율 0.371, 장타율 0.396을 기록했다. 타격만 따지면 유격수 후보군(8명)에서 으뜸이다. OPS(출루율+장타율) 0.767은 물론이고, wRC+(조정득점생산력)도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121.5로 유격수 1위를 차지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오지환은 유격수 포지션 선두다. 수비 지표를 제외한 스탯티즈WAR*에서 3.89로 2위인 박찬호(3.69)를 뒤로 밀어낸 것.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초 펼쳐진 한국시리즈에서는 KT 위즈에 맞서 5경기 동안 3홈런 타율 0.316, 출루율 0.409, 장타율 0.842 맹활약으로 팀 29년 만의 우승 쾌거를 크게 도왔다. 그 결과, 오지환은 당시 기자단 투표 93표 가운데 80표(86%)를 얻어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을 안았다.

다만 본 기자의 투표에는 포스트시즌 활약을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의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 사실 이와 관련한 규정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리그 규정(KBO 표창규정 제14조)에 따르면 “골든글러브상은 각 연도의 수비, 공격, 인기도를 종합한 수상자를 투표인단이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후보 선정의 경우, 정규시즌 기록만을 놓고 자격이 주어진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토대로 순위를 결정한 뒤 계단식으로 펼쳐지는 가을야구는 최소 11경기, 최대 19경기까지 가능하다. 그런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해야 한다면 판단 기준이 상당히 모호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본 기자가 고심 끝에 포스트시즌 활약을 투표에서 배제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그해 가을야구 활약에 대한 보상 및 표창은 다른 기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올 시즌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후보 8명의 주요 기록(사진=KBO)
올 시즌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후보 8명의 주요 기록(사진=KBO)

박찬호, 공·수·주 ‘최고의 한 해’ 보냈다고 해도 손색없어

KIA 내야수 박찬호(사진=KIA)
KIA 내야수 박찬호(사진=KIA)

한편 이에 맞서는 경쟁자는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한 KIA 박찬호다. 올해로 프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박찬호는 130경기에 출전해 136안타 3홈런 52타점 30도루(8실패) 타율 0.301, 출루율 0.356, 장타율 0.378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유격수 6명 가운데 3할 타율은 박찬호가 유일하다. 리그 전체 규정이닝 소화 선수(50명)로 폭을 늘려도 박찬호(타율 13위)를 비롯해 단 14명이 올 시즌 3할 타율을 달성했다. 그러나 3할 타율이 ‘박찬호가 최고 유격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종합적인 타격 지표만 놓고 보면, 박찬호는 OPS 0.734에 wRC+도 108.4로 오지환 상대로 열세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수상자 선정은 수비 또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올해 KBO 수비상이 첫선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골든글러브의 성격이 한순간 ‘실버슬러거’처럼 바뀌는 건 아니다. 일종의 합의가 있었다면 모를까, 골든글러브는 여전히 공·수에 있어 ‘최고 선수’를 선정하는 자리다.

그렇기에 타격뿐만 아니라 주루, 수비를 살펴봤다. ‘주자·수비수’ 박찬호는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에서 모두 으뜸이었다. 먼저 RAA도루(평균 대비 도루 득점 기여)에서는 2.23를 기록했고, RAA주루(주루를 통한 평균 대비 득점 생산)에서도 3.16으로 유격수 내 선두에 우뚝 섰다. 수비 평가에는 KBO리그가 제공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박찬호는 올해 신설된 수비상 선발 과정에서 SSG 랜더스 박성한과 함께 유격수 수비 점수 최고점(20.83)을 받은 바 있다. KBO는 이날 발표에 앞서 “수비 기록은 KBO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수비 지표가 활용되며, 포지션별 2~3개 수비 항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총점을 산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록되지 않은 호수비와 실책 등을 보정한 조정 KUZR(KBO Ultimate Zone Rating) 점수가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박찬호의 올해 UZR(9.72)은 경쟁자들인 오지환(6.94), 박성한(8.33)보다 소폭 우위를 가져갔다.

종합적인 모습을 따져도 ‘누가 확실히 앞선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어느 한 곳을 콕 집어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공·수·주를 모두 고려한 끝에 박찬호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확실히 해둘 것은 ‘오지환, 박찬호 가운데 누굴 뽑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점이다. 이 자릴 통해 한 시즌 동안 바쁘게 달려온 두 선수, 그리고 골든글러브 후보 81명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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