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펄펄 끓던 화산이 갑자기 활동을 멈추면 이런 느낌일까. 개장하자마자 대형 계약을 펑펑 쏟아내던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12월 들어 조용해졌다.
11월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시장 개장 이틀만인 20일 전준우(롯데와 4년 총 47억)와 안치홍(한화와 4+2년 총 72억) 계약을 시작으로 21일엔 고종욱(KIA와 2년 총 5억), 22일엔 김재윤(삼성과 4년 총 58억) 계약이 차례로 나왔다. 한동안 잠잠하다 30일엔 두산 양석환이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규모인 4+2년 총 78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그러나 달이 바뀌어 12월이 되면서 시장은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간간이 선수와 구단이 만났다는 소식은 들려도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잇따른 대형 계약을 지켜본 선수들은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구단들은 샐러리캡 때문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면서 12월 중에 열리는 실행위원회가 분수령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여기서 몇몇 구단이 샐러리캡 재조정 안을 꺼낼 가능성이 높은데, 이게 성사되면 구단들이 다시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거란 예상이다.
반면 “샐러리캡 만드는 데 앞장섰던 구단들이 이제 와서 제도를 폐지하자고 선동한다. 샐러리캡에 맞춰 운영한 구단들만 바보가 된다”면서 반대하는 구단도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예상하기 이르다.

임찬규
원소속팀: LG 트윈스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등급: B
내년 나이: 32
올겨울 FA 시장의 유일한 풀타임 선발투수 자원이다. 2023시즌 30경기 14승 3패 평균자책 3.42로 커리어하이 성적을 거뒀고, 팀도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쾌활한 성격에 최신 야구 이론과 훈련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로 더그아웃 분위기와 팀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선수다.
LG 잔류는 기정사실이다. 차명석 단장도 “잡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본인도 각종 인터뷰와 방송 프로그램에서 몸에 흐르는 줄무늬 피를 인정했다. 차명석 단장은 “두어 차례 만났고 협상하면서 조건을 맞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임찬규의 에이전트 대표가 미국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석 관계로 이번 주 미국에 있을 예정이지만 영상 통화 등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함덕주
원소속팀: LG 트윈스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B
내년 나이: 29
좌완 불펜이라는 희소성과 20대 젊은 나이가 매력적이다. 긴 부상 공백을 딛고 올 시즌 57경기 4승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 1.62로 반등했다. 시즌 뒤 생애 첫 FA를 신청했는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신분조회 요청까지 들어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는 건 함덕주에게 관심 있는 MLB 구단이 최소 한 팀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취재 결과 선수 본인은 LG 잔류를 1순위로 생각하지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나온다면 미국이나 일본 무대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다만 꿈을 좇아서 헐값 계약에라도 무조건 미국에 갈 생각까진 없다는 게 함덕주 측의 입장이다. 마이너 계약이나 스플릿 계약까지 감수하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 구단은 신분조회 소식이 알려진 뒤 한 차례 함덕주 측 대리인과 만나 생각을 주고받았다. LG 쪽도 샐러리캡 문제로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이 필요하다. 선수 측도 국외 구단의 오퍼를 기다려본 뒤에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루 이틀 안에 금방 결정이 날 문제는 아니다.

김민성
원소속팀: LG 트윈스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B
내년 나이: 36
올시즌 알짜배기 활약으로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시즌 초 오지환이 빠졌을 땐 유격수로, 서건창이 부진할 땐 2루수로 출전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위기 극복에 결정적 공을 세운 선수다. 시즌 성적도 112경기 8홈런 OPS 0.703으로 LG 이적 첫해(2019년) 이후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올렸다.
LG는 김민성도 잡는다는 방침이다. 차명석 단장은 “김민성도 계약하려고 한다. 선수도 우리 팀에 있겠다고 하는데 협상해서 계약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LG에서 샐러리캡 문제 해결책을 찾기 전까지 시간을 달라고 선수 쪽에 양해를 구하면서 잠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LG가 내부 FA 3명을 다 잡고는 싶은데, 현 상태로는 샐러리캡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12월 중순 이후는 돼야 내부 FA들과 본격적인 계약 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권
원소속팀: KT 위즈
에이전시: MVP 스포츠
등급: A
내년 나이: 29
통산 110홀드를 기록한 KBO리그 대표 불펜투수. 2023시즌엔 42경기 5홀드 평균자책 4.40으로 2018시즌(평균자책 8.39) 이후 가장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볼스피드엔 별 차이가 없는데 작년 9이닝당 5.51개였던 탈삼진이 올해 3.26으로 뚝 떨어진 게 미스터리. 그래도 20대 젊은 나이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불펜투수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반등 가능성은 있다.
KT는 FA 개장을 앞두고 선수와 한 차례 만났고, 개장 후엔 에이전트와 만나 탐색전을 진행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조건까지 주고받지는 않은 상태. 나도현 KT 단장은 “내부적으로 기준점을 잡는 중이고, 선수 쪽에서도 기준을 세워서 조만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서로 조건을 교환하고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 구단도 선수 측도 장기전을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국외 진출설은 사실무근이다.

김민식
원소속팀: SSG 랜더스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C
내년 나이: 35
이번 FA 시장의 ‘포수 최대어’다. 타격엔 다소 기복이 있지만 평균 이상의 수비력과 경험을 지녔고, 무엇보다 SSG 뎁스차트에서 유일하게 1군 풀타임 경험이 있는 포수란 점에서 가치가 있다. 풀타임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로만 포수진을 구성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자칫 몇 년 전 롯데의 ‘나나랜드’ 실패를 되풀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를 모르지 않는 SSG도 협상 테이블에서 “김민식이 필요하다”는 뜻은 전달했다. SSG 관계자는 “조영민 운영팀장과 에이전트가 만나 첫 번째는 구단 쪽 생각을, 다음엔 선수 쪽 생각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2차 협상은 3일에 진행했고 이날 선수 측 요구조건이 구단 쪽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구단도 선수 쪽도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로 생각의 차가 큰 건 분명하다. 기간은 물론 총액에서도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는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다만 구단에선 “선수 측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조만간 다시 만나 이야기할 예정”이란 입장이다. 각종 악재로 내부가 뒤숭숭한 SSG로선 팀 안정을 위해서라도 투수들의 신임을 받는 주전 포수 계약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편이 바람직하다.

홍건희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
에이전시: 에이스펙
등급: A
내년 나이: 32
두산 베어스를 대표하는 우완 필승 카드. 2020년 두산으로 이적한 뒤 4년 연속 필승조에서 활약하며 연평균 60경기-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누적된 피로 탓인지 후반기 들어 부진했지만, 내년 32세의 젊은 강속구 투수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A등급 FA인데도 몇몇 구단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원소속팀 두산과는 두어 차례 만나 탐색전을 가졌다. 두산 관계자는 “양석환 계약이 나온 30일 오후에 구단 사무실에서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금액까지 주고받은 단계는 아니라고. 구단은 선수 측이 원하는 조건을 어렴풋이 짐작만 하는 상태고, 선수 측에서도 “아직 구단 측 조건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일단 다른 구단의 제안이나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뒤에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재윤이 4년 58억 대박을 터뜨린 뒤라, 김재윤보다 두 살 어린 홍건희도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 두산 관계자는 “다시 만나는 날을 미리 정해놓지는 않았다. 협상 담당자가 매일 잠실에 나오기 때문에 하루 전날이나 당일에 갑자기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선빈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B
내년 나이: 35
원소속팀 KIA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양측은 FA 공시 전부터 꾸준히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심재학 단장이 김선빈 부부와 한 차례, 김선빈과 일대일로 한 차례씩 만났다. 구단 운영팀장과 선수 대리인도 따로 만나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뜻을 전달했다. 선수 역시 ‘KIA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FA 공시 이후에도 협상을 이어간 양측은 최근 구체적 조건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서 처음 제안을 한 차례 수정해서 제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선수 측에서도 크게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다 말을 아끼고 있지만, 차이가 도저히 좁히기 힘들 정도로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KIA 관계자는 “선수가 고민해본 뒤에 답을 주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우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없음
등급: C
내년 나이: 36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수년간 팀에 헌신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 훈련 태도, 동료와의 관계, 팬서비스 등 인격적으로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2023시즌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다시 오지 않을 생애 첫 FA이기에 용기를 내 도전했다. 올겨울 FA 중에 에이전트 없이 직접 구단과 협상하는 유일한 선수다.
김대우는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삼성과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이종열 단장님, 운영팀장님과 만나 얘길 나눴는데 팀에서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대우는 이번 주말 결혼해 신혼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FA 계약까지 성공한다면 ‘겹경사’를 누리게 될 것이다.

오승환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C
내년 나이: 42
2024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이종열 단장이 인천공항을 집처럼 드나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러 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잔류라는 큰 틀에는 구단도 선수도 전혀 이견이 없다. 최근 열린 시상식에선 취재진과 만나 마무리 보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알렸다.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오승환이다.

강한울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C
내년 나이: 33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유틸리티 자원. 도루가 많지는 않지만 빠른 발과 정확한 컨택 능력, 나름의 갭 파워를 갖추고 있다. 효과적인 동기 부여만 주어지면 훨씬 좋은 퍼포먼스도 가능한 선수. 가정이지만 만약 강한울이 2022시즌 수준의 퍼포먼스를 계속 이어갔다면, 류지혁 트레이드 영입은 필요 없을 수도 있었다. 류지혁은 내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삼성은 “팀에 필요한 선수”라며 강한울의 잔류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일단 구단과 선수가 서로 조건은 주고받은 단계다. 구단에서 먼저 만나자고 요청해서 대략적인 안을 전했고, 지난주엔 선수 측에서 원하는 안을 건넨 상태. 현재는 구단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종열 단장이 외국 출장 중이라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있다.

장민재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
에이전시: MVP 스포츠
등급: C
내년 나이: 34
한화의 긴 암흑기 동안 묵묵하게 마운드를 지킨 베테랑 투수다. 구속은 130km/h 초·중반대로 빠르진 않지만 포크볼이란 필살기가 있고, 제구력과 게임 운영 능력이 좋아 장수 가능성이 충분하다. 류현진이 나중에 한화에 복귀했을 때 만약 장민재가 팀에 없다면 서운해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지난달 20일 안치홍 계약에 성공한 뒤 장민재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두 차례 정도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는 한화와 협상은 잠시 중단한 상태. 손혁 단장은 “선수가 (시장 상황을) 나가서 보고 싶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선수 측 대리인은 “관심을 보이는 다른 팀이 있다”고 했다. 장민재는 보상선수 없이 영입 가능한 C등급 FA다.

임창민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등급: C
내년 나이: 39
올겨울 FA 시장에서 의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3시즌 친정 키움 유니폼을 입고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시즌 26세이브 평균자책 2.51을 기록했고, 개인 통산 100세이브 대기록도 세웠다. 내년 39세 노장이지만 몸 상태가 좋고 속구 구위가 전성기와 큰 차이가 없어 앞으로 1~2년은 문제없다는 평가. 은퇴 후에는 지도자나 프런트로도 크게 기여할 선수다.
현재 복수 구단과 계약 얘기가 오가는 중이다. 지방 한 구단이 먼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고 이후 다른 구단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붙은 상황. 최종 계약은 지난해 LG 김진성이 받은 계약(2년 7억)을 웃도는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지영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에이전시: 팀퓨처스
등급: B
내년 나이: 38
내년 38세가 되는 노장 포수. 비록 2023시즌엔 부진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키움 돌풍을 이끌었던 철인이다. 아직 체력이나 기량에는 자신 있다는 게 선수 측의 얘기. 포수진에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필요한 구단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일단 선수 측은 해를 넘어가는 장기전도 각오하고 있다. 좀 더 대어급인 김민식이 먼저 계약하고 나면 활로가 생길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B등급이라 운신의 폭이 크진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