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한 우완 잠수함 김대우(사진=삼성)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한 우완 잠수함 김대우(사진=삼성)

[스포츠춘추]

삼성 라이온즈 우완 언더핸드 김대우는 올해로 프로 데뷔 13년차다. 지난 2011년 대졸 선수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FA는) 프로에서만 10년 넘게 뛰면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민을 많이 해왔고, 여기에 ‘시장평가’라는 거창한 표현을 붙이고 싶진 않다. 단지 생애 첫 FA이기에 한 번쯤은 그 권리 행사를 꼭 해보고 싶었다.”

지난 12월 4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김대우의 말이다.

스토브리그 개장 후 김재윤을 영입하며 외부 FA 보강에 나선 삼성은 김대우를 포함해 우완 오승환, 내야수 강한울 등 집토끼 FA 셋을 모두 잔류시킨다는 방침이다. ‘홍길동’ 이종열 삼성 단장이 일본, 호주를 거쳐 미국 일정 강행군을 거치는 와중 선수들을 틈틈이 만났고, 심창섭 운영팀장 또한 선수들과 소통하며 내부 FA 협상 과정을 돕고 있다. 

다만 삼성과 김대우의 협상 풍경은 여느 선수들과는 다르다. 김대우는 별도의 대리인 없이 ‘나 홀로 협상’을 고수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8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 뒤 6년이 지난 현시점에선 ‘에이전트 없는 선수’를 찾는 게 어려운 상황. 실제로 2024년 FA 승인선수 19명 가운데 직접 협상에 나서는 건 김대우가 유일하다.

이와 관련해 김대우는 멋쩍게 웃으며 “그동안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연봉 협상도 그렇고 계속 혼자서 해왔다. 에이전트 제도 없이 뛴 시기가 더 길다 보니 그렇게 된 듯싶다”고 설명했다.


선발-불펜 오가는 ‘마당쇠’ 김대우의 책임감 “야구는 팀 스포츠”

삼성 언더핸드 김대우(사진=삼성)
삼성 언더핸드 김대우(사진=삼성)

지난 2016년 넥센과의 트레이드(↔내야수 채태인)를 통해 삼성에 합류한 김대우는 전천후 마당쇠 역할을 도맡았다. 올해로 삼성에서만 8시즌을 뛰며 251경기 19승 19패 19홀드 평균자책 5.92를 기록했다. 또 삼성이 선발진 부상 및 불펜진 붕괴를 겪은 2023시즌에는 44경기(5선발)에 등판해 64이닝을 던져 0승 2패 4홀드 22볼넷 49탈삼진 평균자책 4.50을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자원은 귀하다. 특히 ‘기어를 바꿔 끼우듯’ 시즌 도중 보직을 변경하는 건 결코 손쉬운 영역이 아니다. 기자가 이를 묻자, 김대우는 “간혹 팀 동료들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면서 “그럼 항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팀이나 선수나 안 되는 게 없다’고 농담처럼 답한다”고 말했다.

이후 김대우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모든 선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다”며 “상황에 따라 누군가는 고정된 보직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희생하거나 바뀐 계획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팀 스포츠다. 나 역시 프로 무대에 살아남기 위해 늘었고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그런 김대우와 계속 함께하고자 한다. 취재에 응한 삼성 관계자는 “(김대우와 구단) 양측 모두 큰 견해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가 있었다. 구단과 선수 모두 각자의 이유로 나름 바빴던 게 이유다.

이종열 단장은 최근 메이저리그(MLB) 윈터미팅 일정으로 미국 출장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김대우를 찾아온 건 생애 첫 FA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일생일대의 중대사인 ‘결혼식’이다.

김대우는 오는 10일 신부 전나현 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를 두고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큰 상황들이 한꺼번에 왔다”고 말한 김대우는 “예비 신부도 그렇고 주변에서 내게 힘을 많이 주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김대우는 “예년 이맘때와는 다른 기분이 들더라. 무엇보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나아가는 게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삼성 향한 깊은 애정 드러낸 김대우, ‘9년차 삼성맨’ 바라본다

삼성 마당쇠 언더핸드 김대우(사진=삼성)
삼성 마당쇠 언더핸드 김대우(사진=삼성)

1989년생인 김대우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역삼초-대치중-서울고-홍익대를 거쳐 프로 첫 발걸음 역시 넥센에서 디뎠다. 하지만 20대 중반 이후로는 줄곧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한때 이적생이었던 김대우의 대구 생활도 어느덧 8년째를 맞았다. 이에 그간 동고동락해 온 팀을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김대우다. 특히 팬들을 향한 언급을 잊지 않으며 “삼성에서 8년 동안 뛰면서 얻은 게 정말 많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팬들의 응원이다. 그 에너지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김대우는 “내가 마운드에 오를 때만큼은 팬들께서 ‘피가 섞인 가족’처럼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신다.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 속에 늘 간직하고 있다. 이 감사함을 더 좋은 활약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삼성의 지난 시즌 마운드에는 고단함이 가득했다. 리그 10팀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불펜진은 물론이고, 5선발 경쟁 오디션이 한 해 동안 끊이질 않고 거듭 진행됐다.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외부 영입에 나섰지만, 공백 대체가 아닌 ‘전력 보강’이 되려면 기존 알짜 자원들은 내년 시즌에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몇 안 되는 삼성의 투수 자원이 바로 김대우다. 김대우는 2020년부터 지난 4시즌 동안 100경기를 넘게 소화하면서도 18차례나 선발 등판을 책임졌다. 이른바 ‘계산이 서는’ 베테랑 김대우가 잔류한다면 삼성 마운드에서 다시 한번 감초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는 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팀 역시 김대우가 필요하다. 김대우가 백년가약과 함께 다가오는 2024시즌 삼성 잔류라는 겹경사를 누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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