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오타니 쇼헤이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다음은 미국 현지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 오타니 쇼헤이는 12월 10일(한국시각)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 오타니는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에 대해 팬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 “다저스를 다음 팀으로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이 계약에는 옵트아웃이 포함돼 있지 않고, 다저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디퍼(연봉 지급 유예)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SPN에 따르면 이 디퍼 조항은 오타니가 직접 제안한 것이다.

야구 역사는 물론 북미 스포츠 역사상 최고 계약 탄생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은 충격 그 자체다. 애초 시장에 나왔을 때 5억 불, 6억 불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7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은 상상을 벗어난 범주에 속한다. 이는 이전 최고기록인 LA 에인절스 동료 마이크 트라웃의12년 4억 2,650만 달러 계약을 훌쩍 뛰어넘은 것. 또 캔자스시티 치프스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가 체결한 4억 5,000만 달러의 계약을 넘어 북미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평균 연봉 7천만 달러 역시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슈어저가 세운 종전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 4,33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또 7천만 달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6,090만 달러)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5,690만 달러)의 2023년 개막 페이롤보다도 많은 액수다.
계약상의 디퍼 조항은 오타니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SPN에 따르면 오타니의 연봉 ‘대부분’이 지급 유예되며, 이를 통해 다저스는 사치세를 조절하고 오타니의 계약 기간 선수를 추가 영입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CAA의 네즈 발렐로는 “장기적 성공을 위한 양측의 진정한 헌신을 반영해 계약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과연 오타니는 7억 달러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미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한 한 MLB 재능 평가자는 “오타니는 일본에서 마이클 조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존재”라며 “6~7년 안에 그만한 가치를 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과의 중계권 계약, 일본 기업의 스폰서십, 그 외 오타니의 마케팅 효과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진단이다.
오타니가 커리어 후반 더는 투수로 나오지 못하고 지명타자나 외야수로만 출전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오타니의 가치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능 평가자는 “오타니가 외야수라고 가정하면 5천만 달러 가치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3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잘 칠 수 있을 것”이라며 “TV와 광고판, 유니폼 판매, 로고 부착 등 가치를 합치면 경기장 안에서는 3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고 경기장 밖에서는 5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 꽤 괜찮은 투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타니 영입한 다저스, 내년 양키스와 우승 경쟁 기대
오타니는 “지난 6년 동안 저를 응원해 주신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팬 여러분, 그리고 이번 협상 과정에 참여한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특히 모든 우여곡절 속에서도응원해주신 에인절스 팬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 에인절스와 함께한 6년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감사를 표현했다.
이어 오타니는 “모든 다저스 팬 여러분, 항상 팀을 위해, 그리고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날까지 다저스뿐만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해 29세인 오타니는 야구 역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 이상 받은 선수로, 지난 세 시즌 가운데 두 번이나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했다. 프로 레벨에서 투타 겸업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베이브 루스 이후 최초의 투웨이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 9월 척골 측부 인대 파열로 생애 두 번째 수술대에 올랐지만 2024년 개막일에 타자로 출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오타니 측의 주장. 2025년에는 투수 복귀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오타니가 FA 시장에 나온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치열한 영입전을 벌였지만 결국 애초부터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여겨졌던 LA 다저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오타니 영입으로 다저스는 최근 후안 소토를 추가한 뉴욕 양키스에 맞먹는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기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에 오타니까지 추가한 타선은 모든 투수에게 공포를 선사할 전망. 다저스는 지난 11년 가운데 10차례나 NL 서부지구에서 우승했고, 5년 가운데 4번 100승 이상을 거뒀다. 지난 2년은 NL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타니 영입으로 다시 정상을 노리게 됐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의 데뷔전은 내년 3월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이 될 전망. 친정 에인절스와는 6월과 9월에 두 차례 맞붙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