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이적이 임박한 외야수 이정후(사진=키움, 오라클파크 SNS)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의 메이저리그(MLB) 이적이 임박했다. 12월 13일 오전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을 시작으로 미국 현지 소식통들은 “이정후와 내셔널리그(NL)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6년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49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KBO리그에서 MLB로 이적한 사례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다. 이정후에 앞서 14명이 포스팅을 시도했고, 그중 5명이 빅리거가 됐다. 종전 최고 이적료 기록은 지난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류현진의 2,573만 7,737달러 33센트(당시 약 280억 원)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정후의 계약은 올겨울 스토브리그 개장 후 MLB 내에서도 규모가 꽤 있는 편이다. 현시점 1억 불이 넘어가는 ‘돈 잔치’는 이정후를 포함해 우완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둘뿐이다. 놀라는 7년 1억 7,200만 달러(약 2,269억 원) 계약으로 원소속팀 필라델피아에 잔류했고,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약 9,233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정후는 새 둥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연봉 1위’가 유력하다. 6년간 옵션 없이 해당 계약을 전액 보장받은 이정후는 연평균 1,883만 달러(약 248억 원)를 수령할 예정으로, 내년부터 팀 동료가 될 1993년생 좌타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와 1996년생 우완 에이스 로건 웹보다 많다. 참고로 콘포토, 웹 두 명 모두 연평균 1,800만 달러(약 237억 원)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피트 푸틸로 단장이 몸소 방한해 고척돔에서의 이정후를 지켜보는 등 적지 않은 애정공세를 펼친 샌프란시스코다. 그만큼 이정후 영입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즌 내내 중견수 오디션 치렀던 SF, 해결책은 이정후 영입 

빅리거 꿈을 이루게 된 외야수 이정후(사진=키움)
빅리거 꿈을 이루게 된 외야수 이정후(사진=키움)

샌프란시스코의 올겨울 제1과제는 취약포지션인 ‘중견수’ 보강이었다. 당장 2023시즌만 해도 뚜렷한 주전 없이 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 중견수 자리에 총 11명을 기용했고, 이 가운데 50경기 이상 선발 출전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팀 내 최다 출전자가 빅리그 데뷔 1년차인 2002년생 루이스 마토스(57경기 48선발 438이닝)였다. 오디션 결과 자체도 형편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중견수들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총합은 팬그래프닷컴 기준 0.4로, 이는 MLB 30팀 가운데 최하위에 해당한다.

타격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연거푸 미흡한 장면이 잦았다. 중견수 포지션 OPS(출루율+장타율)은 0.666으로 MLB 팀 24위를 기록했고,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OAA)로 보면 중견수 포지션 총합이 -1로 MLB 29위에 그쳤다. 올해 중견수 포지션 OAA 총합에서 음수를 기록한 건 뉴욕 메츠(-1)와 보스턴 레드삭스(-2)까지 단 3팀뿐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영입에 온힘을 쏟은 까닭이다.

이에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MLB.com 마리아 과르다도 기자와의 대화에서 ‘중견수 자리에서의 운동 능력 및 수비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중견수 자원인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를 우익수로 더 많이 기용할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정후가 새 인연을 맺을 사령탑은 한국 야구팬에게도 제법 친숙한 얼굴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감독을 맡았던 밥 멜빈이 10월 25일 부임한 것. 포수 출신 멜빈은 2003년 아메리칸리그(AL)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샌디에이고를 거쳐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의 지휘봉을 잡았다. 내년이면 감독 21년차가 된다.

멜빈 감독은 정규시즌 통산 1,517승 1,425패로 승률 0.516을 기록 중이며, 오클랜드를 이끌고 AL 서부지구 우승 고지를 3차례(2012, 2013, 2020년) 밟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0년간 멜빈과 함께한 중견수로는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크리스 영, 코코 크리스프, 라몬 로레아노, 트렌트 그리샴 등이다. 이정후가 이러한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홈런 안 나오는’ 홈구장? 이정후는 ‘2·3루타’로 답한다

이정후는 2017년 이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루타(244), 3루타(43)를 때려낸 바 있다(사진=키움)
이정후는 2017년 이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루타(244), 3루타(43)를 때려낸 바 있다(사진=키움)

이정후가 한 해 81경기가량을 뛸 홈구장 오라클파크에도 역시 이목이 쏠린다. 오라클파크는 2000년 개장 후 줄곧 샌프란시스코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이다. 탁 트인 외야 뒤로는 바다가 보이는 진풍경을 자랑한다.

구장 성향만 따지면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스탯캐스트 종합 파크팩터(97)가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기준 MLB 30팀 가운데 25위다. 좌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24위(97)로 한 계단 올라간다.

오라클파크에서 대체적으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지난 3년간 홈런 파크팩터(84)으로 30팀 가운데 27위에 그쳤고, 좌타자도 25위로 하위권이다. 다만 이정후에게 마냥 불리한 소식만은 아니다.

오라클파크의 3루타 파크팩터(120)는 9위로 MLB 상위권에 속한다. 좌타 입장에서는 2루타와 3루타가 자주 나온다. 2루타의 경우, 좌타 파크팩터(105)가 MLB 팀 10위에 3루타(108)는 13위다. 이정후는 2017년 이후로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루타(244), 3루타(43)를 때려낸 선수다. 그렇기에 오라클파크에서도 ‘운동능력 좋고 컨택 좋은’ 유형인 이정후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이정후의 MLB행으로 NL 서부지구를 향한 관심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역대급 계약으로 다저스에 합류한 오타니, 올 시즌 황금장갑 쾌거를 일궈낸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 등 아시아권 선수만 벌써 3명이다. 특히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와 라이벌 관계가 꽤 깊다. 올 시즌은 다저스가 상대 전적 7승 6패로 우위를 가져갔다.

세 팀은 일정상 각각 정규시즌 최대 13경기를 맞붙게 된다. 이정후는 오타니와의 첫 대면부터 키움 시절 팀 동료인 김하성과의 맞대결을 앞뒀다. 무엇보다, 오타니가 투수로 돌아올 2025시즌에는 투·타 맞대결도 볼 수 있을 전망. ‘바람의 손자’가 써 내려갈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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