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재기 기회를 노리는 우완 이민호(사진=NC, 삼성)

[스포츠춘추]

삼성 라이온즈가 올겨울 불펜 보강에 진심이다. 지난 한 해 내내 뒷문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자군단은 ‘취약 포지션’ 뎁스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삼성 불펜은 2023시즌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팀 평균자책(5.16) 최하위를 기록했다. 팀 승리 기여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삼성 불펜진의 WPA(추가한 승리 확률) 총합은 -8.43으로 올 시즌 리그 최악에 해당한다. 

삼성이 스토브리그 개장 후 FA(자유계약선수)로 통산 169세이브 마무리 김재윤을 영입하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좌완 최성훈, 언더핸드 양현 등을 데려온 까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삼성은 12월 29일 전 NC 다이노스 우완 이민호의 영입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지난 10월 NC에서 전력 외 판정을 받은 뒤 입단 테스트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것. 이민호는 만 30세 젊은 나이에도 12년차 베테랑 경력을 자랑한다.

삼성 역시 이민호의 영입 소식을 전하며 “불펜 뎁스 강화 차원의 영입이다. 트레이닝 강화를 통해 잔부상 없이 시즌을 보낸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펜 강화’ 이민호의 영입, 삼성은 다시 ‘지키는 야구’를 꿈꾼다

전 NC 우완 이민호가 삼성에 합류했다(사진=NC)
전 NC 우완 이민호가 삼성에 합류했다(사진=NC)

삼성 입단 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민호는 “그간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봤지만,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불펜이 가장 익숙한 옷처럼 느껴진다”면서 “팀이 원하는 그림에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민호는 1993년생으로 부산수영초-부산중-부산고를 졸업해 2012년 신생팀 NC의 우선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KBO리그 통산 기록은 7시즌 337경기 529.1이닝 33승 24패 28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 4.88이다. 이 가운데 불펜으로는 30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4.27을 기록했다.

멀티이닝 마당쇠로 활약한 2017년이 가장 빛난 해였다. 궂은일을 도맡으며 NC의 뒷문을 지킨 이민호는 그해 정규시즌 60경기에서 88.2이닝을 던져 5승 1패 6홀드 3세이브 30볼넷 86탈삼진 평균자책 4.06 활약을 펼쳤다. 당시 공룡군단 필승조인 김진성(2.56), 임창민(2.27)에 이어 팀 내 불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3위(1.88)를 기록할 정도. 시즌이 끝난 뒤에는 선동열 감독이 이끌었던 제1회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APBC)’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때 국가대표로 함께 활약한 선수들이 외야수 구자욱, 내야수 류지혁, 우완 장필준 등이다. 이를 두고 이민호는 “그 셋과 같은 팀에 뛰게 돼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다른 동료 선수들과는 그동안 접점이 거의 없었다. 빨리 친해져서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후배들이 내 도움을 필요로 하다면 기꺼이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민호의 기억 속 삼성은 어떤 팀이었을까. 기자가 이를 묻자, 부산고 재학 시절을 떠올린 이민호는 “말 그대로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팀이었고, 그중에서도 철벽 불펜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답했다. 그랬던 삼성이 다시 한번 ‘지키는’ 야구를 꿈꾼다. 올겨울 이민호를 영입한 것도 헐거워진 불펜 뎁스 강화를 위해서다.


“잦은 부상, 변명하고 싶지 않다” 이민호, 삼성에서 재기 노린다

이민호는 2012년 팀 창단 멤버로 NC와 지난 12년을 함께한 바 있다(사진=NC)
이민호는 2012년 팀 창단 멤버로 NC와 지난 12년을 함께한 바 있다(사진=NC)

대화 도중 이민호는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친정 NC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했다. 2012년 팀 창단 멤버로 입단해 올해까지 총 12년을 NC와 함께한 이민호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많은 동료 선수, 코치님, 감독님과 호흡을 맞췄다. 팀에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택진 구단주님도 계셨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민호는 “무엇보다, 팬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내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열정적으로 응원을 보내주신 게 기억난다. 창원에서의 응원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 단 한 차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이민호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간 어깨 부상이 발목을 계속 잡았다. 큰 부상이 아니라서 마음이 더 아팠다. 던질 만하면 조금씩 통증이 있었고, 그런 게 반복되곤 했다. 팀에서 많은 신경을 쏟았는데 결국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너무 죄송하다. 특히 신인 때부터 올 시즌까지 NC 트레이닝 파트에서 고생이 정말 많으셨는데,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어린 나이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많은 이닝을 던졌다. 잔부상은 그 여파일지 모른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를 두고 “내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변명하고 싶지 않다”고 곧바로 선을 그은 까닭이다.

한편 새 소속팀 삼성에는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 있다. 바로 정연창 총괄 트레이닝 코치다. 삼성은 지난 11월 코칭스태프 개편 과정에서 NC 수석 트레이너 출신인 정 코치를 영입했다. 정 코치는 2012년 이민호의 신인 시절을 기억하는 이다.

정 코치는 28일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이민호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엄청난 선수였다. 돌고 돌아, 삼성에서 재회하게 됐는데 기분이 묘하다”며 웃었다. 이어 “(이)민호의 힘이 넘치던 그 시절을 기억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진 상황 아닌가. 내가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으로 이직한 뒤로는 제대 후의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질 못했다. 다만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걸 알고 있다. 민호가 삼성에서 좋은 공을 다시 던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건강한’ 이민호가 불펜에서 제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 오랜 부침을 딛고 다시 일어난 이민호도 새 둥지인 삼성에서 재기를 노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민호를 향해 “그 누구보다 탄탄한 공을 던졌던 선수다. 씩씩한 구위를 다시 한번 보여줬으면 한다”고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이민호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굳센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성 팬들께 아직 보여드린 게 없다. 그렇기에 목표를 말씀드리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좋은 몸 상태로 시즌 준비를 잘해서 작은 하나라도 팀에 보탬이 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