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막전 피치클락 정식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진 분위기다(사진=Bing AI)
내년 개막전 피치클락 정식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진 분위기다(사진=Bing AI)

 

[스포츠춘추]

내년 시즌 개막전에 로봇심판과 피치클락을 함께 선보이려던 KBO의 계획이 과속방지턱에 걸렸다. 올해 마지막 실행위원회 결과, 전반기엔 일단 설치만 해놓고 ‘시범운영’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KBO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열린 단장회의에서 전반기엔 피치클락을 정식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면서 “일단 전반기엔 설치만 해놓고 시험 삼아 운영하다가 후반기 정식 도입 여부를 검토하자는 데 거의 모든 구단이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만간 KBO에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피치클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현장 감독과 코치,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KBO는 지난 12월 14일과 15일 이틀간 부산에서 올해 마지막 실행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이른바 로봇심판,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와 피치클락 도입에 따른 여러 규칙·규약 개정안을 논의했다. 베이스 크기 확대, 견제 제한, 더그아웃 전자기기 허용도 함께 테이블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 구단은 로봇심판과 피치클락을 한꺼번에 도입하는 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실행위 사흘 전인 11일에 열린 감독자회의에서도 현장 감독들은 ‘대혼란이 벌어질 것’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주문한 바 있다. 우선 퓨처스리그에서 테스트를 거친 로봇심판부터 시행한 뒤, 피치클락은 순차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의견을 경청한 단장들 역시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단장 사이에선 ‘벤치 사인이 많은 한국야구 특성상 피치클락을 미국 방식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 ‘보완책 없이 시행하면 혼란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선 피치클락의 개막전 정식 시행은 무리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앞의 관계자는 “전반기엔 시범 운영만 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며 “테스트나 유예기간 없이 갑자기 1군에 도입하면 문제가 클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일단 전반기에는 피치클락을 설치만 해놓고, 위반 시 구두 경고만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모 구단 단장도 “전반기엔 시범 운영을 하면서 문제점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다가, 후반기 정식 운영 여부를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다”며 “정식 도입이 후반기가 될지 그 이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실행안은 내년 1월 열리는 첫 실행위에서 다시 논의해 정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다시 피치클락을 개막전에 정식 시행하기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KBO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전까지는 확정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그에 맞춰 캠프에서 훈련과 연습경기를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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