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는 2018년부터 최근 6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중이다. 그 사이 팀을 거쳐 간 사령탑만 감독대행을 포함해 6명이다.
2023년 정규시즌 종료 후엔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렸다. 바로 ‘승부사’ 김태형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일궈낸 바 있다. 두산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진출만 7차례에 달한다.
‘새 선장’과 함께 재도약을 꿈꾸는 거인군단이 첫 출항에 나선다. 롯데는 1월 31일부터 미국령 괌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키를 쥔 선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외야로 향한다.
24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김 감독은 단호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캠프는 실력을 늘리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외야는 더 그렇죠. 싸워서 쟁취하고, 본인들을 증명해야 할 겁니다.”
‘튼동님이 보고 계셔’ 아쉬움 많았던 롯데의 외야수비

롯데는 2022년 정규시즌을 앞두고 홈 사직구장에 변화를 크게 줬다. 펜스를 높이고, 홈플레이트도 뒤로 당겨 외야 범위를 넓힌 것. 그 결과, 투수 친화 구장으로 탈바꿈한 사직구장은 반대로 외야수들에겐 제법 쉽지 않은 무대가 됐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롯데의 외야 수비는 2022, 2023년 모두 좋지 않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롯데의 외야 타구처리율은 앞선 2년 동안 각각 37.4, 42.0%에 그쳤다. 2022년엔 최하위를 기록했고, 이듬해는 10개 구단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수비력 측면에선 아쉬움이 많았던 롯데다. 김태형 감독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김 감독이 느낀 롯데 외야진은 어땠을까.
기자가 이를 묻자, 김 감독은 곧바로 “리그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약한 건 사실”이라면서 “10개 구단 외야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운동 능력은 다들 좋은데, 수비 디테일이 좀 아쉬운 게 꽤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대화 도중 한 선수를 향해선 특급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주전 우익수로 거듭나면서 눈부신 프로 데뷔 2년 차를 보낸 윤동희 얘기다. 한 해에만 두 차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도 누렸다.

윤동희는 2023년 107경기에 출전해 111안타 2홈런 41타점 타율 0.287, 출루율 0.333, 장타율 0.354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특별히 주목한 건 윤동희의 강한 어깨였다.
“우리 팀의 경우 외야 쪽 송구 능력이 좀 아쉬운데, 윤동희는 달라요. 현시점 롯데 젊은 외야수들 가운데 가장 앞서가고 있는 선수입니다.”
윤동희의 ‘강견’ 면모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일례로 2023년 11월 당시 개최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APBC)’에선 주전 우익수로 출전해 멋진 보살 장면을 뽐낸 게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롯데는 최근 들어 ‘주자 억제’와 관련해 아쉬운 성적을 냈다. 롯데 외야진의 주자 추가 진루 허용률은 2022년 36.9%(리그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23년엔 38.8%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리그 순위와 안정적인 수비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올 시즌 내내 수비 쪽으로 신경을 많이 쏟을 듯싶다”고 덧붙였다.
롯데 외야 전 포지션 무주공산…”시범경기까지 지켜본다”

한편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를 영입했다. 거인군단 새 일원이 된 레이예스는 1994년생 ‘스위치히터’다. 메이저리그(MLB)에선 통산 394경기를 뛰면서 16홈런 33도루 타율 0.264, 출루율 0.294, 장타율 0.379 기록을 남겼다.
롯데는 계약 당시 레이예스를 향해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를 가졌고, 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다”며 남다른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 역시 베테랑 전준우와 함께 레이예스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 다만 아직 포지션이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다.
“레이예스는 아직 영상으로만 확인한 상황이에요. 타격, 주루에서 강점이 있지만, 햄스트링 부상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등 직접 보고 판단할 게 많죠. 레이예스뿐만 아니라 외야 전 포지션은 아무래도 시범경기 때까지 지켜볼 계획입니다.”
김 감독의 2024년 외야 포지션 구성 관련 설명이다.

센터라인을 책임지는 중견수 역할도 여전히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셈이다. 올해로 프로 데뷔 2년째를 맞은 기대주 김민석도 롯데의 주전 중견수 후보다. 김민석은 2023년 루키 시즌에만 중견수로 붙박이 출전해 팀에서 가장 많은 수비이닝(933.2)을 소화하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풀타임 중견수 경험을 쌓은 건 훗날 값진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김민석은 내야수 출신이지만, 갖고 있는 재능을 살려 외야로 온 선수”라며 “지난해 신인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전 중견수가 목표라면 더 발전된 모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게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정수빈, 박건우 등 걸출한 중견수들과 주로 호흡을 맞춰왔다. 평가 허들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외부에서 왔기에 더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을 가졌다.
주루에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특히 롯데 대표 돌격대장 황성빈은 부진했던 예년보다 좋아진 모습이 요구되는 상황. 김 감독이 “발이 빠르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더 많은 기회, 역할을 맡기 위해선 타격과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끝으로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만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주전부터 백업까지, 선수들의 역할을 정하는 건 시범경기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현재 앞서가는 선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정해진 자리는 없다. 경쟁을 통해 잘하는 선수가 좋은 순번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