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홍콩에서 ‘노쇼’ 논란에 휩싸였다.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19년 한국에서 ‘날강두’로 비난받는 것처럼, 홍콩 팬들도 메시를 향해 실망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홍콩 정부까지 나서는 등 사태가 커지는 분위기다.
메시는 2월 4일(한국시각) 홍콩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의 친선 경기에서 교체선수 명단에만 이름을 올려놓고 경기에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전만 해도 메시는 ‘영웅’이었다. 중국 방송에선 메시가 전세기로 입국하는 광경을 TV 생중계했다. 홍콩 시내 아디다스 매장 쇼윈도는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으로 가득 찼고, 도시 곳곳의 전광판에 인터 마이애미 선수들이 등장했다.
이날 경기장은 메시를 직접 볼 기대에 찬 4만여 관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장이 인터 마이애미의 색깔인 핑크색으로 물들었다. 인기 가수들이 경기 전 공연을 펼쳤고, 축구 스타 출신 마이애미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연예인들과 함께 등장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선발 명단에서 빠진 메시는 교체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이애미는 경기 전 메시의 결장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기 전 선수 소개 시간, 핑크색 후드티와 검은 바지를 입은 메시가 소개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메시!”를 연호하며 아르헨티나 출신 최고 선수의 등장을 고대했다.
그러나 메시는 이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후반전 워밍업하는 교체 선수 중에 메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불길한 예감을 느낀 관중들은 “우리는 메시를 원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메시가 아닌 다른 교체 선수가 그라운드에 등장할 때면 큰 야유와 함께 “환불!” 구호가 이어졌다.
경기가 마이애미의 4대 1 승리로 끝나고, 구단주 베컴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야유는 계속됐다. 인터 마이애미가 트로피를 받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매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메시를 보기 위해 최고 4,880홍콩달러(약 83만원)를 내고 경기장을 찾은 4만 관중은 메시가 다리를 주무르는 모습만 보고 돌아갔다”고 묘사했다.

경기후 마이애미의 타타 마르티노 감독은 “팬들의 실망을 이해한다”면서도 메시의 결장이 부상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뛸 수 있기 바란다”며 기대감을 키웠던 감독은 경기 후 “팬들이 실망한 걸 이해한다. 하지만 부상 악화의 위험 때문에 출전할 수 없었다”면서 “만약 잠시라도 출전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에서 오늘 경기에 출전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의 프리시즌 투어 기간 내내 내전근 염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 전에선 훈련 중 약간의 불편함을 느껴 MRI 검사도 받았다. 당시 메시는 처음엔 교체선수 명단에서도 빠졌다가, 후반 교체 선수로 투입돼 마지막 7분만 뛰었다. 이날 마이애미는 0대 6의 큰 점수 차로 완패했다.
마르티노는 “(알 나스르전) 이후 의료진이 매일 메시의 상태를 지켜봤다”면서 “점점 나아질 거라고 믿지만, (홍콩전에) 출전시키는 건 너무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경기엔 메시 외에도 로버트 수아레즈, 세르지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등 바르셀로나 스타 4인조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후보 선수와 젊은 선수들로 선발 명단을 채웠다.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위해 크게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의 사정과 별개로, 최고의 축구스타를 볼 기회를 놓친 홍콩 팬들의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SNS에는 인터 마이애미 선수단 입간판에서 메시의 목을 발차기로 부러뜨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심지어 홍콩 정부까지 나섰다. 홍콩 정부는 이날 메시의 결장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주최 측에 설명을 요구한 뒤, 경기 불참에 따른 행사 지원금 삭감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5년 전 호날두의 한국 ‘노쇼’ 때를 연상케 하는 사태 전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