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가 열린다(사진=쿠팡플레이)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가 열린다(사진=쿠팡플레이)

 

[스포츠춘추]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야구 정규시즌 경기가 한국에서 열린다. TV에서만 보던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초특급 스타 선수들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치고 던지는 초현실적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전망이다. 15일 입국한 양 팀 선수들은 광장시장과 여의도 쇼핑몰 등 헐리우드 셀럽-팝스타 내한 필수 코스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르빗슈의 열렬한 팬이 운영하는 카페에 다르빗슈가 직접 등판하는 훈훈한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카페 사장 ‘광자’는 SNS에 다르빗슈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내 꿈이 이루어졌다. 다르빗슈 선수가 카페에 방문해 주셨다. 아직도 꿈만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야구팬에게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 이제부터 현실로 펼쳐진다.

다르빗슈 팬의 소원이 이루어졌다(사진=광자 SNS)
다르빗슈 팬의 소원이 이루어졌다(사진=광자 SNS)

 

서울시리즈

서울시리즈의 정식 명칭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로 2024년 MLB 정규시즌 동안 미국과 캐나다를 벗어나 4개국에서 진행하는 MLB 월드투어의 일부다. 앞서 3월 9일과 10일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보스턴 레드삭스-탬파베이 레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 연습경기가 열렸고 서울시리즈를 통해 2024 MLB 시즌의 막이 오른다. 4월 27일과 28일엔 멕시코시티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콜로라도 로키스가 2경기를 치르고, 6월 8일부터 9일엔 뉴욕 메츠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다. 

1982년 한국 방문 당시 이만수와 행크 애런(사진=이만수 제공)
1982년 한국 방문 당시 이만수와 행크 애런(사진=이만수 제공)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인연

미국야구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22년엔 마이너리거들로 구성한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팀이 내한해 전 조선군과 친선경기를 가진 바 있다. 경기는 미국이 23대 3으로 대승을 거뒀다. 1927년과 1932년엔 니그로리그 팀인 로열 자이언츠가 내한해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1958년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팀이 내한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슈퍼스타 스탠 뮤지얼이 이끄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서울 운동장에서 서울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카디널스의 3대 0 승리. 이후 1962년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한국을 찾아 역시 서울 대표팀과 경기했다.

1982년에는 홈런왕 행크 애런과 컵스의 전설 어니 뱅크스가 이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너 팀이 내한해 총 8번의 친선 경기를 치렀다. 당시 48세였던 애런은 홈런 레이스에서 5개의 홈런을 날렸고, 51세의 뱅크스는 친선경기에서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애런과 홈런레이스에서 상대했던 이만수 전 감독은 “당시만 해도 일본식 야구가 주류였던 시절에, 애런의 방문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이었다”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위대한 선수를 직접 본다는 기대감이 컸고, 왠지 우리 야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마저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한국 야구장에 선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가 한국 야구장에 선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에서 열리는 첫 MLB 정규시즌 경기

이처럼 과거 미국야구의 내한은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방문해 ‘친선’을 도모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리즈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현역 스타 선수들이 출전해 정규시즌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앞서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2000, 2004, 2008, 2012, 2019),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2001), 호주 시드니(2014)에서 총 8번 국외 개막시리즈를 개최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소식에 정통한 야구 관계자는 “MLB는 과거 도쿄에선 다섯 차례나 개막전을 개최했지만 한국에선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면서 “이번 서울시리즈를 통해 MLB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달라진 한국과 서울의 위상과도 연관이 있다. 앞의 관계자는 “과거 미국 뉴스를 보면 아시아의 중심은 도쿄나 베이징이었고 한국은 변두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한국-서울로 그 중심이 옮겨가는 인상을 받는다. 미국 방송이나 신문 중엔 아시아 특파원을 도쿄가 아닌 서울에 파견하는 매체도 있다. 헐리우드 영화 홍보나 팝스타의 아시아 투어에도 서울이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고 했다. 

1세대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이번 서울시리즈의 중계방송을 맡은 김선우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경기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 그 자체로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항상 멀게만 느껴졌던 메이저리그였는데 박찬호 등 1세대 선수들이 길을 내고 류현진, 김하성 등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 잘 와준 덕분에 서울시리즈라는 대형 이벤트가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당일, MLB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서울에서 보게 되면 굉장히 뭉클한 감정이 들 것 같다. 메이저리그 야구의 매력을 팬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좋은 중계를 위해 노력하겠다.” 김 위원의 각오다. 

“설마 되겠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방구단 한 관계자는 “사실 허구연 KBO 총재가 처음 MLB 개막전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구단들 사이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허 총재는 2022년 총재 취임 직후부터 줄곧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야구를 통한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MLB 개막전의 한국 개최를 추진해 왔다. 메이저리그 역시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합의해 정규시즌 경기의 국외 개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년전 주최사 측 문제로 무산돼 망신을 샀던 ‘MLB 월드 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는 정규시즌이 다 끝난 뒤 열리는 이벤트성 경기란 점에서 애초부터 무리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리즈는 앞서 여러 차례 열렸던 정규시즌 국외 경기란 점에서 자연스럽다. 최근 공격적으로 스포츠 이벤트에 투자하고 있는 쿠팡이 스폰서 겸 프로모터로 나서면서 여러 난관이 자연스럽게 해결된 면도 있다.

앞의 관계자는 “설마 되겠어? 하고 생각했던 대형 이벤트가 마침내 성사됐다”면서 “KBO와 구단들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어찌 됐든 성사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격수로 변신한 무키 베츠(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격수로 변신한 무키 베츠(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저스 vs 파드리스

이번 서울시리즈 1차전의 시구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과거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이후 샌디에이고에서도 활약한 한국야구 최고 스타가 시구자로 나선다.

박찬호라는 상징적 인물이 보여주듯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한국야구와 인연이 깊은 구단이다. 다저스는 과거 박찬호, 최희섭, 서재응, 류현진까지 4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함께했고 현재는 장현석이란 특급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역시 과거 박찬호와 백차승, 최지만이 활약했고 현재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속해 있는 구단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한국인 야수 최초로 MLB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겨울엔 고우석까지 합류하면서 한국인 빅리거 2명이 함께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다저스와 파드리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대표 강팀이자 라이벌이기도 하다. 역사는 다저스가 1883년 창단, 파드리스가 1969년으로 비교가 안 되지만 최근 파드리스가 공격적으로 스타 영입에 투자하면서 신흥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두 팀은 2022년엔 NL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4차전 혈투 끝에 샌디에이고가 승리,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이정후의 마지막 고척 타석(사진=키움)
이정후의 마지막 고척 타석(사진=키움)

 

고척스카이돔

이번 서울시리즈는 훈련부터 연습경기, 개막전까지 모든 일정을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한다. 고척은 국내 유일한 돔구장으로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많은 자본이 투입된 대형 이벤트에 ‘우천취소’라는 변수를 원천 제거하는 장점이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행사인 만큼 서울시도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경기장 시설 개선에 힘을 썼다. 구장 인조잔디를 전면 교체해 MLB 야구장 수준의 충격흡수율(G-max)과 평탄도를 충족했다. 기존 낡은 경기장 조명도 고효율 친환경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했다. 스카이박스 시설도 리모델링하고, 경기장 주변 포토존과 녹지광장도 조성했다.

홈팀 라커룸에 비해 열악했던 원정 라커룸, 식당도 개선했다. 키움 관계자는 “15일에 둘러봤는데 홈팀 못지않게 시설이 좋아졌더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시설을 갖추게 됐다”고 했다. 이번 시리즈 기간엔 다저스가 1루 쪽 홈팀 클럽하우스를, 파드리스가 3루 쪽 클럽하우스를 사용할 예정이다. 팀 코리아와 LG, 키움 선수단은 1층 지하 대회의실을 라커룸으로 사용한다.

주요 일정

서울시리즈 기간에 다양한 연습경기와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16일엔 다저스-샌디에이고 선수단이 경기장 적응 훈련을 소화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한다. 김하성,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오타니 쇼헤이,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가 기자회견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날 다저스-파드리스 선수단은 박찬호와 함께 유소년 야구클리닉에도 참여한다. 이와는 별도로 파드리스 선수단이 용산 어린이공원에서 진행하는 야구클리닉 행사도 예정돼 있다.

17일엔 12시에 키움과 다저스가, 7시엔 팀 코리아와 파드리스가 연습경기를 갖는다. 18일에도 LG-파드리스, 팀 코리아-다저스의 연습경기가 있다. 개막전 전날인 19일엔 가벼운 훈련만 진행하고, 이후 20일과 21일 두 팀의 개막전이 열릴 예정이다. 개막 1차전에는 aespa(에스파), 개막 2차전엔 (여자)아이들의 축하 무대가 준비돼 있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내야수 김하성(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내야수 김하성(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주목할 선수

한국야구가 낳고 KBO리그가 기른 김하성과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가 되어 금의환향한다. 특히 김하성은 친정팀인 키움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가장 큰 박수와 따뜻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LG 트윈스 끝판왕이자 한국야구 대표팀 마무리였던 고우석도 이제는 파드리스 선수가 되어 친정 LG, 대표팀과 맞붙는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야구계 최고의 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베이브 루스’로 불리는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는 올겨울 10년 총액 7억 달러 역대 최대 규모 계약으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일본 대표로 한국을 찾았던 고교생 오타니는 15일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입국장에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서울시리즈는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공식 경기다.

올겨울 12년 총액 3억 5,000만 달러(4,256억 원)에 다저스와 계약한 일본인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타일러 글래스노도 서울에서 다저스 데뷔전을 갖는다. 야마모토는 2차전 선발, 글래스노가 1차전 선발이다. 그 외 무키베츠, 프레디 프리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다르빗슈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슈퍼스타들이 서울 고척돔을 뜨겁게 달군다.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입국한 오타니(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입국한 오타니(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팀 코리아

이번 시리즈는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새 야구 대표팀을 미리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대표팀의 새 에이스 문동주를 비롯해 곽빈, 이의리, 원태인, 정해영, 박영현, 최준용, 정해영 등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들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청소년대표팀 멤버였던 신인 선수 황준서와 김택연의 활약도 기대된다.

야수진엔 한국야구 4번타자 노시환과 예비 빅리거 김혜성을 중심으로 강백호, 문보경, 김주원, 박성한, 최지훈, 윤동희, 문현빈, 김형준 등 1군 주전 선수들이 즐비하다. 메이저리그 최상급 마운드를 자랑하는 다저스-파드리스 주축 투수들의 공을 직접 상대해볼 다시 없을 기회다.

다만 현장에선 만원 관중 앞에서 빅리그 선수들과 상대하는 환경이 자칫 의욕 과잉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동주의 등판을 전제로 ”그런 데서 살살 던지겠나. 엄청 세게 던질 거다.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120%로 던질 거다. 160km/h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시범경기에서) 7~80%로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100%로 던지면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를 전했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도 “아무래도 MLB 선수들과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이다. 특히 미국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은 MLB 쇼케이스라는 생각도 하지 않겠나”라며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다녀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늘이 도운 흥행 대박

서울시리즈 준비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는 ”하늘이 돕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개최가 확정된 뒤 일본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고우석이 파드리스로 향하는 등 흥행을 위한 최고의 조건이 갖춰진 걸 두고 하는 얘기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국 프로스포츠 전문가인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는 “결과적으로 개최 확정 이후 오타니, 고우석이 양 팀 소속이 되면서 서울시리즈를 향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게 사실”이라며 “KBO리그 정규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경기가 야구 붐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서울시리즈 1차전 입장권은 예매 오픈 15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1인당 2매까지만 예매할 수 있는데도 1만 6천 석이 순식간에 동났다. 주최사 쿠팡플레이가 신분증 검사 등 강도 높은 단속을 예고했음에도 중고거래 플랫폼에 암표가 등장했다. 암표 가격은 1석당 50만 원대에서 200만 원대에 이른다. 한 KBO 관계자는 “서울시리즈는 KBO가 아닌 MLB 주최 행사라 KBO는 물론 구단 직원들도 표를 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일본야구 최고 스타인 다르빗슈조차 지인들의 표 요청을 들어주지 못해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점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고척돔의 경기장 규모다. 다르빗슈는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경기장인 고척돔의 규모가 작아 표를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1만 6천석 인 고척돔은 축구장을 개조한 런던스타디움(59,659석)은 물론 도쿄돔(55,000석) 등 그간 MLB 국외경기가 열린 구장들과 비교해 좌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울시가 이번 시리즈를 위해 잔디 교체, 원정 라커룸 리모델링등 개보수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기준에선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 야구 관계자는 “MLB 관계자들이 개보수 이후 고척돔을 확인한 뒤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내야 상단 좌석의 경사나 시야 등은 여전히 문제”라며 “국제대회용으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경기장을 갖추지 못한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허구연 총재가 바라는 국제 교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경기장”이라 지적했다.

다만 현재 건설 중인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향후 건설 예정인 잠실 새 구장이나 청라돔이 개장하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앞의 지방구단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리즈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극받아 야구단과 구장 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MLB 서울시리즈 중계진에 게스트로 참여 예정인 박찬호(사진 왼쪽부터), 김병현, 이대호, 김광현(사진=스포츠춘추 DB, 롯데, SSG)
MLB 서울시리즈 중계진에 게스트로 참여 예정인 박찬호(사진 왼쪽부터), 김병현, 이대호, 김광현(사진=스포츠춘추 DB, 롯데, SSG)

 

시사하는 점

개막전은 야구팀의 한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다. 162경기 가운데 2경기라고 해도, 1경기 차로 가을야구 진출팀과 탈락팀이 갈리기도 하는 게 야구다. 다저스도 파드리스도 개막 2연전에 사활을 거는 건 다른 야구팀과 다르지 않다. 기왕이면 다른 팀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홈그라운드에서 개막전을 치르는 게 좋다.

하지만 두 구단은 기꺼이 10시간 이상 먼 거리를 날아와 한국에서 개막전을 갖는 일정을 감수했다. 파드리스의 경우 2경기 홈 어드밴티지를 포기해야 한다. 다저스도 장거리 원정이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리즈를 치르고 나면 다음 정규시즌 경기까지 거의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수익 분배 등 비즈니스적인 동기를 떠나 ‘야구적’으로만 보면 손해다. 

그럼에도 야구 세계화라는 리그 전체의 비전과 흥행이란 대의 앞에서 두 구단은 사사로운 이익을 일부 희생하고 적극적으로협조했다. 다저스-파드리스 외의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 팬과 리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메이저리그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팬서비스나 리그 산업화를 위한 시도가 ‘경기에 방해된다‘는 논리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KBO리그 구단들이 보기엔 부러운 일이다.

물론 MLB 사무국은 선수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매사 긴밀히 소통해서 협조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KBO 및 국내 구단과는 차이가 있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들에게 무조건 따르라, 협조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 없이 MLB는 이렇게 하는데 너희는 왜 협조하지 않느냐는 논리는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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