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고척]
“이처럼 큰 축제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선수단 연봉 총액 2억 불 팀을 KBO리그 최저연봉 팀이 상대한다. 3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게임 LA 다저스전을 앞둔 홍원기 키움 감독은 팀의 젊은 선수들이 빅리그 슈퍼스타들과 상대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길 바랐다.
이날 키움과 상대할 다저스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이자 스타 군단이다. 올겨울에도 야구계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10년 7억 달러에 영입했고,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타일러 글래스노 등 스타 선수 영입이 이어졌다. 올 시즌 총연봉은 약 2억 1,400만 달러로 2000년대 뉴욕 양키스를 능가하는 ‘신’ 악의 제국으로 불린다.
반면 키움은 팀 연봉총액 57억 5,500만 원에 평균연봉 1억 2,245만 원으로 KBO리그 페이롤 10위 팀이다. 팀 내 최고연봉자가 6억 8천만 원을 받는 이형종. 오타니의 한 달 치 연봉보다도 키움의 팀 전체 연봉 총액이 적다. 선수들의 몸값이나 이름값만 놓고 보면 맞수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강력한 상대와 경기를 앞둔 홍원기 감독은 먼저 “이런 큰 축제를 같이 할 수 있어서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빅리그 선수들의 플레이나 행동을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키움은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기용했다. 경험 차원에서 국내 선수를 기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개막전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 홍 감독은 “후라도는 4이닝 80구 정도를 던질 예정이다. 그 뒤에는 팀의 주축 투수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차례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순은 임지열(좌)-로니 도슨(중)-이원석(지)-최주환(1)-이형종(우)-김동헌(포)-고영우(2)-송성문(3)-이재상(유) 순으로 배치했다. 홍 감독은 “야수 기용은 시범 경기랑 똑같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울시리즈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에 발탁된 포수 김동헌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게 눈에 띈다. 김동헌은 이날 열리는 2경기에 모두 출전할 예정. 홍 감독은 “대표팀 류중일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9이닝을 다 뛰지는 않을 것이다. 2경기를 뛰는 게 흔치 않은 경험이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승패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도 봤지만, 다저스가 워낙 30개 구단 중에서도 최고 강타선 아닌가”라며 “승패를 떠나서 많은 걸 느끼고 가슴으로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한다는 자체가 큰 영광이고 선수들도 그렇게 느낄 거다. 오늘 하루는 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경기를 시즌 개막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개막전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개막전 준비를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나오는 ‘오버페이스’ 우려에 대해서도 “축제의 장이고 기분 좋은 축제라고 생각한다. 개막전 쪽에 더 신경쓰겠다”는 답으로 대신했다.
한편 이번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서울시는 고척돔 잔디와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노후한 잔디를 들어내고 새로 깔았고, 원정팀 클럽하우스 등 시설도 리모델링했다. 고척을 홈으로 쓰는 키움으로서는 반가운 일. 그러나 공사 기간 홈구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이다. 홍 감독은 “우리도 이날 잔디를 처음 밟아봤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홍 감독은 “잔디는 확실히 좋아졌다. 작년까지 인조잔디가 좀 딱딱하고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길이도 길어지고 소프트한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훈련과 게임을 통해서 최대한 경험할 수 있는 걸 경험하고 보완하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바뀐 홈 구장 환경에 적응할 기회도 없이 바로 정규시즌을 맞이하는 건 키움으로선 손해일 수 있다. 야구계 큰 축제를 위해 키움이 희생을 감수한 셈.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아쉬운 부분보다는 모두의 축제이고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