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고척돔 훈련 중 김하성의 수비 모습(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16일 고척돔 훈련 중 김하성의 수비 모습(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유격수로 떠났고, 유격수로 다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 얘기다.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에 참가 중인 파드리스는 3월 20, 21일 이틀 동안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개막 2연전을 펼친다. 팀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 역시 고국에서 열리는 첫 MLB 경기에 출전한다. 참고로 파드리스는 17, 18일 스페셜게임(연습경기)에선 한국 야구대표팀, LG 트윈스 등과 맞붙어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앞서 16일 미디어 인터뷰에 참여한 김하성은 “한국 팬들 앞에서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있어 기대된다”면서도 “특히 5년 동안 활약했던 고척돔이라 기분이 좋다”고 남다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김하성은 KBO리그 넥센·키움 히어로즈에서만 7시즌을 보냈고, 그중 절반이 넘는 세월을 고척돔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한 김하성이다.


“팀에 있어 좋은 결정” 거물 제치고 주전 유격수 낙점된 김하성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사진=샌디에이고 구단 SNS)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사진=샌디에이고 구단 SNS)

올해로 MLB 4년 차를 맞이한 김하성은 파드리스의 주전 유격수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팀 사령탑인 마이크 쉴트 감독은 스프링캠프 초부터 이를 공식화한 바 있다. 파드리스의 기존 유격수 잰더 보가츠는 올해부터 2루수를 맡게 됐다.

무엇보다, 보가츠는 11년 2억 8,000만 달러(한화 약 3,730억 원)에 달하는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팀에 합류한 이다. 김하성이 그런 거물을 제치고 다시 한번 유격수 포지션에서 빅리그를 호령한다.

“김하성은 2022년에 이미 유격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지난해엔 내야 유틸리티로 활약하면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고요. 김하성이 유격수를 다시 맡게 된 건 파드리스엔 좋은 결정이 될 겁니다.”

16일 고척돔 미디어 인터뷰에서 취재진을 만난 쉴트 감독의 설명이다.

김하성은 지난 2021년 빅리그 데뷔 후 본 포지션 유격수 외에도 2루, 3루 등을 오가면서 유틸리티 면모를 뽐냈다. 이 가운데 2년 차였던 2022년은 당시 팀의 주전이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 및 출장정지 징계로 김하성이 유격수에서 131경기(1,092이닝)을 뛰기도 했다.

평가뿐만 아니라, 성과도 무척 좋았다. 수비 역량을 나타내는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의 경우 그해 +10을 기록했고, 규정이닝을 달성한 MLB 전체 유격수 22명 중 7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그 뒤 김하성은 보가츠가 합류한 직전 2023년엔 2루수(106경기)를 주로 소화하면서 3루수(32경기), 유격수(20경기) 등을 오갔다. 美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때 김하성은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OAA)에서 소화 포지션 총합 +9를 기록하는 등 좋은 수비를 펼쳤다.

그 결과, 김하성은 무키 베츠(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등과 경쟁해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한국인 MLB 선수가 최초로 낀 황금장갑이기도 하다.

이로써, KBO리그 최고 유격수로 떠난 후 MLB 주전으로 거듭나 4년 만에 고척돔에 돌아온 김하성이다. 한때 한국 야구팬 기억 속 ‘공격형 유격수’는 잊어도 좋다. 김하성은 빅리그 잔디 및 흙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면서 MLB 대표 공·수·주 겸장 유격수로 변신했다.

이번 서울 시리즈 개막전이 열리는 고척돔에선 MLB에 준하는 경기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개·보수 작업을 앞서 진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잔디, 흙도 마찬가지로 MLB 수준에 맞게 정비를 마쳤다. 16일 고척에서 만난 팀 코리아 대표팀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변화다. 덕분에 서울 시리즈 동안 김하성을 필두로 빅리거들의 명품 수비 장면이 고척돔 그라운드를 수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MVP’ 베츠와 유격수 GG 경쟁? 서울 시리즈는 그 전초전이다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그런데, 쉴트 감독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길 바란다. 바로 유격수 골드글러브다. 쉴트 감독이 16일 미디어 인터뷰에서 김하성의 수비를 계속 칭찬하며 “현시점 빅리그 최고 유격수 중 한 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쉴트 감독은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또 다른 골드글러브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시리즈 상대 팀은 최근 몇 년 사이 어마어마한 전력보강을 통해 신(新) ‘악의 제국’으로 거듭난 다저스다. 다저스는 올겨울에도 오타니 쇼헤이, 타일러 글래스노우,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을 영입하면서 ‘체급’을 더 크게 부풀렸다.

이에 파드리스와 견줄 시 전력상 대다수 포지션에서 다저스가 우위를 점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김하성이 지키고 있는 유격수만큼은 다르다. 다저스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격수 계획이 어그러진 바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기대주 개빈 럭스가 당초 주전 유격수로 낙점받았으나, 수비에서 잇단 실수로 보이면서 결국 2루로 이동했다.

개막은 임박했고, 다저스는 내부에서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에 올해로 31세 시즌을 맞이한 엘리트 외야수 무키 베츠가 올 시즌 주전 유격수를 맡는다. 내야수 출신인 베츠는 MLB 대표 외야수로 성장하며 우익수 골드글러브만 6차례 수상했다. 지난해부턴 2루수, 유격수 출전 비중을 늘렸고, 올 시즌엔 다저스 팀 사정상 유격수로 많은 경기를 나설 전망이다.

베츠는 무려 MVP(2018년 아메리칸리그) 경력을 갖춘 타자다. 다만 빅리그 유격수 경험만 따지면 김하성도 ‘할 말’이 제법 있다. 베츠의 경우, MLB에서 유격수로 뛴 게 지난해 16경기(98이닝)가 전부다. 김하성은 유격수로 이미 한 차례(2022년) 풀타임을 소화했고, 지난 3년 동안 유격수로 186경기를 출전해 1,505.1이닝을 뛰었다. 서울 시리즈를 앞둔 파드리스가 유격수 포지션에서만큼은 크게 웃을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골든글러브 경쟁에선 김하성이 트로피를 챙겼다. 둘의 대결은 해를 넘겨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에서 계속된다. 오는 20, 21일 고척돔에서 펼쳐질 서울 시리즈는 그 전초전인 셈이다.


김하성의 활약, 아시아 내야수들의 MLB 성공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 출신 빅리거들의 성공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만 해도 ‘개척자’ 박찬호부터 시작해 김병헌, 추신수, 류현진 등이 놀라운 족적을 남겼다. 올해부턴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이정후가 성공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스즈키 이치로, 노모 히데오, 구로다 히로키 등 전설들이 활약했고, 현역으론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다르빗슈 유(파드리스) 등이 중심을 잡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들은 유독 ‘내야의 꽃’ 유격수 포지션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프로야구(NPB), KBO리그의 내로라하는 유격수들도 MLB 진출 후엔 대부분 2루, 3루 등으로 포지션을 끝내 변경해야만 했다. 자국 리그 최고 유격수로 군림한 마쓰이 가즈오와 강정호가 MLB에선 각각 2루수, 3루수로 주로 활약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MLB에선 “아시아 출신 내야수의 빅리그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졌다. 김하성은 MLB 입성 후 꾸준한 활약을 통해 그와 같은 편견을 깼다. 심지어 2022년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풀타임 유격수 소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공·수·주를 두루 갖춘 건 물론이고, 가공할 만한 이동거리 및 일정을 이겨내는 체력마저 증명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하성은 “유격수는 어렸을 때부터 뛴 포지션”이라면서 “2022년에도 MLB에서 풀타임으로 뛴 적이 있고, 내 원래 자리에서 안정감 있는 경기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의 첫 MLB 경기에 출전할 수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선배 아시아 선수들이 잘해주셨기에 (저를 포함해) 후배 아시아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김하성의 설명이다.

이어 김하성은 “내가 좋은 활약을 펼칠수록 (후배) 아시아 내야수들이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활약이 수많은 ‘MLB 키즈’를 배출한 것처럼, 김하성도 후배들에겐 남다른 귀감이 되어가고 있다. 김하성을 보고 자란 아시아 내야수들의 먼 훗날 미래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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