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파드리스전 종료 후 미디어 인터뷰에 참석한 LG 우완 임찬규(사진 왼쪽부터), 염경엽 감독, 내야수 오지환(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KBO리그 챔피언이 분투 속 아쉬운 패배에서 희망을 엿봤다.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맞서 LG 트윈스 선발투수 임찬규는 말 그대로 ‘인생투’를 펼쳤고,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빅리그 대표 마구를 걷어 올려 담장을 넘겼다. 개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LG가 투·타 주축의 활약에 웃을 수 있는 이유다

LG는 3월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게임’ 파드리스전에서 4대 5로 패했다. 팽팽했던 승부가 계속됐고, 마운드에선 LG 선발 임찬규의 눈부신 활약이 빛났다.

임찬규의 기세는 1회 초부터 매서웠다. 잰더 보가츠-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제이크 크로넨워스로 이어지는 파드리스 상위 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 다만 파드리스도 그대로 물러서진 않았다. 파드리스는 2회 초 시작과 함께 임찬규 상대로 장타를 연거푸 만들면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LG 선발투수 임찬규(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5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잭슨 메릴-보가츠-타티스 주니어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등판을 마쳤다. 최종 기록은 5이닝 65구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2자책). 앞서 10일 수원에서 열린 시범경기 KT전 등판 때보다 컨디션이 확연히 좋아진 게 돋보였다. 당시 임찬규는 KT 상대로 3이닝 동안 58구를 던져 5피안타 2볼넷 2실점(2자책)에 그친 바 있다.

美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임찬규는 속구(25구), 체인지업(19구), 커브(17구), 슬라이더(3구), 싱커(1구) 등을 던졌고, 그중 속구는 평균 88.4마일(142.3km/h), 최고 90.1마일(145.0km/h)을 기록했다. 결정구인 체인지업은 파드리스 타자 상대로 헛스윙 8차례에 삼진 5개를 만들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한편 LG 주장 오지환이 장타 본능을 발휘해 팀 타선의 자존심을 지켰다. 0대 2로 끌려가던 2회 말 우중간을 넘기는 솔로포를 기록해 추격의 흐름을 마련한 것. 특히 이날 LG 타선을 꽁꽁 묶었던 파드리스 선발 딜런 시즈 상대로 때려낸 장타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시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시카고 화이트삭스)를 통해 파드리스에 합류했다. 2년 전엔 빼어난 활약을 펼친 시즈는 그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득표 2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LG 유격수 오지환(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8일 LG전은 그런 시즈가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뛴 첫 데뷔전이기도 했다. 시즈는 경기 내내 97마일(156.1km/h)을 가뿐히 넘어가는 속구와 마구 수준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타선을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2이닝 동안 30구를 던져 1피안타(1피홈런) 0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유일한 안타와 실점을 오지환이 2회 말 안긴 것. 이때 오지환은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시즈가 던진 88.1마일(141.8km/h) 슬라이더를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은 “오늘 경기는 양 팀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승패를 떠나 두 팀 모두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염 감독과 함께 참석한 임찬규는 “좋은 경험을 했고,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많아져서 한국, 미국야구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인터뷰에 응한 오지환은 “상대 선발 투수(시즈)가 사이영상 2위를 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면서 “속구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 좋은 타이밍으로 이어져 슬라이더를 공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임찬규는 파드리스전에서 느낀 점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속담에 개구리가 황소처럼 보이려고 몸을 부풀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냥 ‘개구리’답게 던지려고 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선 ‘핀포인트 제구’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시즌 들어가서도 이런 느낌을 잃지 않고 좀 더 제구에 신경 쓰면서 던지면 좋을 듯싶습니다.”

오지환은 끝으로 “팀의 어린 선수들은 오늘 경기를 통해 목표 의식도 새로 하고 자극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팀 전체적으로 플레이 하나하나를 다시 점검할 수 있는 경기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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