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타자 강백호가 2024년 들어 포수 마스크를 쓰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사진=KT)
천재타자 강백호가 2024년 들어 포수 마스크를 쓰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사진=KT)

[스포츠춘추]

“(강)백호가 수비 나가서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봤어요. 다른 포지션에선 긴장 많이 하던데...”

KT 위즈 천재타자 강백호의 제3포지션인 ‘포수’ 출전 가능성이 연일 화제다. 이강철 KT 감독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백호는 개막 후 3월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1이닝), 4월 3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2이닝) 등 2경기에서 3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지난 3일 KIA전에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뒤 8회 초부터 포수 수비를 소화했다. 이때 우규민, 이선우 등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강백호는 투수 둘과 함께 안타 하나만 내주고 아웃카운트 6개를 별 탈 없이 합작한 바 있다.

시즌 전부터 미리 준비한 포수 기용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강백호는 올 시즌 개인 장비가 아닌 기존 포수진 장성우, 김준태의 장비를 빌려 쓰고 있다. 당장 3일 KIA전만 해도 미트는 22번(장성우), 헬멧엔 44번(김준태) 등번호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강백호는 개막 후 포수 출전 때마다 제법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 전 홈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그런 강백호를 보면서 “포수를 안 한지 몇 년이 됐는데 몸을 날려서 블로킹을 곧잘 하더라. 그 정도면 포수에 맞게 몸이 타고난 것이다. 송구도 외야수로 뛸 때랑 다르게 간결하다”고 할 정도다.

강백호는 프로 데뷔에 앞서 고교야구에서 ‘투타겸업’으로 명성을 떨친 선수다. 특히 포수 포지션에서도 좋은 가능성을 선보인 바 있다. 팀 사정상 마운드와 타석을 오가면서도 도루 저지, 블로킹, 프레이밍 등 포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한 것. 이러한 천재성이 프로 무대에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고 재학 시절 강백호의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서울고 재학 시절 강백호의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다만 아직까진 확실한 기용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낀 사령탑이다. 이 감독은 강백호의 향후 포수 출전 가능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포수는) 이미 하겠다고 선수 본인이 했어요. ‘1루, 외야, 포수 다 할 수 있다’고 했고, 지금은 그 정도까지만 얘길 나눈 상황입니다.”

분명한 건 지난 3월 31일 대전 원정 한화 이글스전을 기점으로 조금씩 강백호의 포수 출전이 늘어나고 있단 점이다. KT는 현재 장성우, 김준태 포수 둘로 1군 엔트리를 구성하고 있다. 퓨처스팀(2군)에서 차세대 안방마님 강현우가 대기 중이지만,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하단 평가다. 만일 강백호가 포수로도 계속 출전할 수 있다면 KT는 실질적으로 1군에서 3포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테랑 타자가 많은 팀 특성상 체력 안배도 훨씬 수월해진다. 당초 강백호는 올 시즌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병행 중에 있다. 그런 강백호의 포수 출전이 늘어날수록 지명타자 활용 폭은 더 넓어진다. 가령 최근 좋은 타격감을 자랑 중인 문상철을 기존 주전 1루수 박병호와 함께 선발 라인업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프로 데뷔 후 외야와 1루를 오간 강백호이기에 제3포지션 등장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시즌 중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건 수비를 떠나 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수는 체력적인 부담이 심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포수 출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단 점은 변수다. 강백호는 개막 전 3월 10일 수원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이 감독에게 포수 출전을 향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이 감독은 “백호만큼 포수 장비가 잘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고 말했고, 이에 강백호는 “어느 포지션이든 자신이 있지만, 생태계가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답한 바 있다.

한편 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강백호의 1루, 외야 수비는 꾸준히 음수(-)를 기록 중이다. 반면 포수는 비록 출전 수가 적지만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부터 불운의 부상과 누적된 스트레스 등이 겹쳤던 강백호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개막 첫 10경기에서 2승 8패로 부진 중인 KT는 일종의 ‘충격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강철 감독의 판단에 많은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이에 KT와 강백호 모두가 ‘윈-윈’하는 돌파구를 과연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KIA전을 앞두고 강백호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이강철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2일 KIA전을 앞두고 강백호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이강철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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