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장비를 착용한 강백호(사진=KT)
포수 장비를 착용한 강백호(사진=KT)

 

[스포츠춘추=수원]

일회성 기용이나 기분전환용 이벤트, 팬서비스용 서커스가 아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진지하게 ‘포수 강백호’의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잘만 진행되면 선수 개인의 잠재력은 물론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강백호는 4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앞서 3월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 전에서 경기 후반 포수로 깜짝 출전해 화제를 모았던 강백호는 이날도 지명타자로 출발해 8회부터 장성우 대신 포수로 나섰다. 8회 우규민, 9회 이선우와 1이닝씩 호흡을 맞췄고 실점이나 큰 실수 없이 제 몫을 해냈다.

강백호는 4일 경기 전에도 그라운드에 나와서 포수 훈련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이강철 감독은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하면서도 강백호의 포수 기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감독은 “일단 연습만 해놓고 있으라고 했다”면서 “그냥 시켜보는 건 아니다. 나중에 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통산 타율 0.311에 96홈런을 기록 중인 팀 내 최고 강타자를 포수로 쓰는 건, 충분히 포수를 할 만한 자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프로 입단 전인 서울고 시절에도 외야수는 물론 투수와 포수를 오가며 ‘야구천재’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정우영(LG), 주승우(키움) 등 쟁쟁한 동료들의 공을 척척 받아내면서 주전포수로 활약한 강백호다. 

때문에 포수 마스크와 장비를 착용하고 공을 받는 모습이 어색하거나 어설프게 보이진 않는다. 이따금 경기 후반 엔트리에 포수가 바닥나서 야수가 대신 나선 듯한 느낌은 없다. 이 감독도 “지금 하는 걸 봐선 땜빵 포수 같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전날 경기 전 취재진과 대화에선 송구 능력과 타깃 설정 등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시즌부터 도입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도 ‘포수 강백호’를 테스트하기 좋은 조건이다. 프레이밍의 필요성이 사라진 대신 포구와 블로킹, 송구 능력의 가치가 커졌다. 마운드에서 150km/h 강속구를 던질 정도로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강백호에겐 유리한 조건이 갖춰졌다.

포수 출전은 강백호 개인의 커리어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데뷔 초기 탈 KBO급 타자로 큰 주목을 받았던 강백호지만 지난 2년은 부상과 부진 속에 다소 정체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여기에 외야와 1루 수비력이 떨어져서 지명타자 외엔 활용할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수비하러 나가면서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봤다”고 전했다. 

강백호를 포수로 쓰면 다른 야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백호가) 포수로 들어가면 우리는 야수 하나를 더 쓸 수 있다. 그러면 팀이 훨씬 잘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외야수 3명을 동시에 스타팅 라인업에 올릴 수도 있고, 강백호와 마찬가지로 타격엔 장점이 있지만 수비 포지션이 마땅찮은 문상철을 기용할 수도 있다. 주전포수로 체력적 부담이 큰 장성우를 라인업에서 제외한 뒤 경기 후반 대타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엔트리를 한 자리 더 활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포수 변신을 준비하는 강백호(사진=KT)
포수 변신을 준비하는 강백호(사진=KT)

다만 포수 강백호가 완성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감독은 “바로 선발로 나올 수는 없다. 파울플라이 잡는 연습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올해만 보는 게 아니다. 내년, 내후년을 봐야 하고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 감독의 바람대로 강백호가 포수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다면, KT는 FA(프리에이전트)로 대형 포수를 데려온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고의 타격 재능과 강한 어깨를 겸비한, 강백호 본인의 말대로 ‘생태계 파괴’급 포수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강백호는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다. KT는 배정대(중)-천성호(2)-멜 로하스(좌)-강백호(지)-박병호(1)-김민혁(우)-황재균(3)-장성우(포)-김상수(유)로 이어지는 타순을 구성했다. 박병호는 2022년 4월 15일 롯데전 이후 720일 만에 5번타자로 나선다. 선발투수는 윌리엄 쿠에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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