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우리는 한유섬이 홈런치면 이긴다. 어제도 한유섬이 치는 걸 보고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SSG 랜더스 타선엔 ‘공포의 1할타자’가 있다. 타율은 0.170으로 멘도사 라인보다도 훨씬 더 아래지만, 홈런 6개로 리그 홈런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는 한유섬이다. 한유섬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전에서도 2대 2 동점에서 리드를 잡는 솔로포를 터뜨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0일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감독도 한유섬의 결정적인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우리는 한유섬이 치면 이긴다”면서 “한유섬이 치면 그 경기는 거의 이기는데, 어제도 홈런 치는 걸 보면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기분 탓’이 아니다. 올해 SSG는 한유섬이 홈런을 친 경기에서 전부 승리했다. 3월 23일 개막전과 29일 삼성전, 2홈런을 날린 이달 2일 두산전, 3일 두산전에서 연전연승했다. 9일 키움전까지 이기면서 한유섬 홈런=승리 공식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산술적으로는 144경기 58홈런까지도 가능한 페이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은, 일단 제대로 맞으면 다음날까지 날아가는 큰 홈런을 날리는 대신 컨택 정확성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단 점이다. 높은 장타율(0.528) 덕분에 OPS는 0.778로 나쁘지 않지만 타율이 0.170으로 리그 최하위다. 과거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공갈포’ 애덤 던이나 크리스 데이비스가 연상되는 스탯이다.
이에 관해 이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타격코치 출신인 이 감독은 “홈런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밸런스가 그렇게 나쁘진 않다는 것이다. 밸런스가 나쁘면 홈런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준비를 많이 했다. 지난해 실패를 거울삼아 열심히 준비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본인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안타도 조금씩 나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유섬이 올해 도입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때문에 손해를 보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키는 크지만 타격 자세는 기마자세로 낮은 편이다. 본인이 좀 높다 싶은 공을 잡아주는 경우가 많아서 초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 또한 이겨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름 잘 이겨내고 있다.” 이 감독의 말이다.
이어 이 감독은 “안타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순간, 결정적일 때 하나씩 쳐주는 등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보고 있다”면서 “어느 순간에 터지느냐가 중요한데, 한유섬의 홈런은 결정적일 때 나오고 있다. 감독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유섬은 통산 타율 0.270으로 결코 컨택이 나쁜 타자는 아니다. 홈런 7개로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타율은 0.273으로 준수했다. 다만 이 감독은 한유섬이 타율을 생각해서 맞히는 타격을 하기보단, 자기 스윙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 감독은 “한유섬은 컨택이 아니라 홈런 스윙을 하는 타자다. 상황에 따라 컨택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컨택하는 타자가 있고 멀리 쳐야 하는 타자가 있는데 한유섬은 후자 쪽”이라고 말했다.
이어 “멀리 치는 타자는 감독 입장에서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컨택하는 타자는 바로 결과가 나오지만, 홈런 30개 이상 치는 타자들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멀리 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존에 적응하고 안타도 나오다 보면 더 많은 홈런이 나올 것”이라며 믿음을 표현한 이 감독은 “40홈런도 때려본 타자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 계속 믿고 기용할 생각이다.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한유섬은 이날도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다. 최지훈(중)-박성한(유)-최정(3)-기예르모 에레디아(좌)-하재훈(우)-한유섬(지)-이지영(포)-고명준(1)-안상현(2)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다. 김성현은 전날 2차례 몸에맞는볼 여파로 휴식을 취하면서 후반 대수비로 출전한다. 선발투수는 김광현이 등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