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재작년 우승팀을 다들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에요? 왜 하나같이 5강 후보에 안 넣는지 모르겠어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SSG 랜더스 출신 야구인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올 시즌 판도와 야구계 이슈에 관해 대화가 오가다 불현듯 올 시즌 SSG 전력으로 주제가 옮겨갔다.
이 야구인은 SSG를 올해 5강 후보에서 제외한 전문가들의 예상에 불만을 드러냈다. ‘멤버 구성을 보면 결코 나쁘지 않다. 5강은 충분히 간다’며 SSG가 저평가된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팔이 안으로 굽는 스타일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면, 아마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을 거다.

2년전 우승 멤버 거의 그대로, 조병현 등 새 얼굴도 등장
사람들이 올해 SSG를 평가절하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겨울 온갖 사건·사고가 많았다. 김원형 감독의 경질을 시작으로 김강민 사태, 감독선임 논란, 단장 교체까지 부정적 뉴스가 드라마 ‘스토브리그’ 한 시즌어치는 터져 나왔다.
최주환, 김강민 등 빠져나간 전력은 있는데 새로 들어온 전력은 신통치 않았다. 주축 베테랑 선수들이 한 살씩 더 먹었고, 세대교체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왔다. 우여곡절 끝에 뽑은 새 감독은 초보감독이라 잘할지 못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2년 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뤘던 팀이다. 당시 멤버에서 몇몇 얼굴이 사라지긴 했지만 핵심 멤버는 그대로다. 지난해 기이할 정도로 부진을 겪고 올해 반등을 노리는 선수들도 있다. 기대치의 바닥이 아주 높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바닥이 낮은 전력도 아니다.
일단 4월 첫날 현재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SSG는 8경기 5승 3패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개막 2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상대 싹쓸이 승리를 거뒀고, 이후 한화 이글스의 돌풍에 잠시 휩쓸렸지만(3연패) 다시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 싹쓸이 상대가 하위권 후보 롯데, 삼성이란 점에서 대진운이 좋아 보이는 면도 있지만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년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지난해 정규시즌 3위를 이끈 멤버들이 시즌 초반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주포 최정은 벌써 4홈런 13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새로 쓸 기세고 유격수 박성한도 공수에서 물오른 기량을 보여준다. 최지훈이 2년 전의 활력을 되찾았고, 이적생 이지영도 초반 타격감이 좋다.
여기에 스프링캠프에서 영 감을 잡지 못하던 하재훈이 막상 시즌 들어선 언제 그랬냐는 듯 타율 0.320에 OPS 0.906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이숭용 감독은 “하재훈은 자신감이 비결 같다. 미국에서도 비시즌 남다르게 준비했고 기회를 많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선 2년 차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김광현의 에이스 듀오가 건재하다. 입단 2년 차 우완 송영진과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폰트 복사판’ 조병현도 초반 활약이 좋다. 특히 조병현은 평균 146km/h 속구에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좋은 무기를 갖춰 필승조 역할까지 기대된다.
이숭용 감독은 “조병현이 필승조를 맡아야 한다. (올해는) 노경은, 고효준의 등판 경기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조병현이 올라와 줬다”며 “이로운, 한두솔 등 다른 투수들도 자극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무리 서진용 퓨처스 첫 등판…불펜에 든든한 원군 온다
‘초보’ 이숭용 감독도 사령탑이란 새 역할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한 SSG 관계자는 “감독으로 모시기 전에는 무서운 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함께 지내며 보니 구성원들을 편하고 격의 없이 대해줘서 의외였다”고 했다.
캠프 기간엔 아침마다 선수들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친근한 스킨십을 시도했다. SSG가 감독을 바꾸면서 원했던 코치진, 프런트와 소통도 현재까지는 원활한 편이다. 이 감독은 고명준, 조형우, 전의산 등 어린 선수들을 언급하며 “더 성장할 선수들이다. 이 친구들을 믿고, 기다리고 기회를 줄 예정”이라며 신뢰를 강조했다.
4월 초까지 잘 버티면 합류할 원군도 있다. 겨우내 팔꿈치 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 마무리 투수 서진용이 지난 주말 퓨처스 경기에서 첫 실전 등판을 갖고 1군 복귀를 앞둔 상황. 이날 서진용은 최고구속은 140km/h에 그쳤지만 몸 상태나 투구 감각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서진용은 순조롭게 준비 중이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올라오라는 얘기를 자주한다”며 “올라오면 우리 팀 마무리는 서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승원도 잘해주고 있고, 어린 투수들이 계산만큼 올라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며 투수진 전체의 성장을 기대했다.
SSG의 진짜 승부는 이번 주부터다. SSG는 이번 주 순위 경쟁 팀인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와 6연전을 치른다. 여기서 위로 올라가느냐, 아래로 내려가느냐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2년 전만 해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뤘던 팀, 지난해에도 치열한 경쟁 끝에 3위 자리를 지켜냈던 팀. SSG를 5강에서 제외한 게 서툰 판단이었는지는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