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군단 4번 타자 최주환(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연패는 짧고, 연승은 길다. 이보다 더 화끈한 팀이 있을까. 개막 후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얘기다.

키움은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올 시즌 첫 17경기에서 11승 6패(승률 0.647)로 리그 3위에 우뚝 섰다. 이 가운데 4연패 후 7연승, 또 2연패 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더그아웃에서 만난 키움 선수단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신구조화’를 그 비결로 손꼽는다.

이를 두고 4월 14일 고척에서 취재진과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베테랑들이 타선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게 크다”면서 “어린 선수들한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은 팀 분위기를 두고 “선배들이 절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걸 보고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영웅군단 10년 차 터줏대감 내야수 송성문 역시 “최근 팀 성적도 그렇고, 베테랑 형들 덕분에 든든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새롭게 합류한 ‘한 선수’의 이름을 꺼냈다.

“친화력이 워낙 좋으셔서 먼저 다가와서 후배들 긴장도 풀어주시곤 합니다. 저희는 그럴 때마다 많이 배워 가야죠. 내야 수비 관련해서도 대화를 종종 나누는 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최주환은 올 시즌 키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고 있다(사진=키움)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10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에 합류한 내야수 최주환이다. 올해로 36세 시즌을 맞은 최주환은 키움 주전 1루수 및 4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지난 17경기 기록은 4홈런 14타점 타율 0.261, 출루율 0.320, 장타율 0.493으로, 특히 4월에만 12타점을 올리면서 이형종(13타점), 김혜성·송성문(11타점)과 나란히 ‘타점 먹방’을 펼치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더 놀라운 건 뛰어난 친화력에 있다. 그도 그럴 게 최주환이 키움 유니폼을 입은 건 불과 5개월 전이다. 비시즌기를 고려하면 접점은 더 짧아진다. 하지만 이미 선수들과는 한마음 한뜻이 된 최주환이다. 무엇보다, 신예 위주인 키움 더그아웃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든 게 돋보인다.

14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을 마친 뒤 스포츠춘추와 만난 최주환은 대화 내내 연일 웃음꽃을 피웠다. 다음은 최주환과의 일문일답.


흥부자’ 최주환, 남다른 친화력에 영웅군단化 벌써 완료

2024시즌 키움의 출루 세레머니는 ‘NBA’ 컨셉으로 베테랑 최주환 역시 남다른 열정으로 참여 중이다(사진=키움)

더그아웃 내에선 로니 도슨의 ‘흥’을 따라갈 수 있는 선수로 평가가 자자합니다.

그런가요(웃음)? 키움 분위기가 참 좋아요. 제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동료들이 편하게, 또 재밌게 끌어준 덕분입니다. 그만큼 팀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단 말로 들리네요.

최근 팀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이 상승세, 개인적으로도 확실히 느껴지시나요?

물론입니다. 분위기를 확실히 탔죠. 제가 한 경기에서만 삼진 4개를 기록한 날(4월 7일 고척 한화전)이 있어요. 그때 홍원기 감독님이 경기 중에 제게 화를 내시는 게 아니고 ‘기죽지 말라’면서 ‘피카츄 수비 좋다’, ‘피카츄 가자’ 등 격려를 하시는 겁니다. 저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다들 저를 믿어주는 만큼 저 역시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출루 세레머니를 유독 열심히 하시는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르겠어요(웃음). 어릴 때 제 꿈이 농구선수였나 싶기도 합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하는 것 같긴 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닌데,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타격감 얘길 해보죠. 지난 6경기에서 3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50 맹활약 중입니다.

사실 오늘(14일 롯데전)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4회 말 이중 도루 때는 집중한다고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제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또 잘 맞은 타구들이 계속 잡혔거든요. 바빕(BABIP)이 안 좋아서 그런지 타율이 좀 낮은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해보단 괜찮은 상황 같아요.


수비 시프트 없어지자, 최주환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키움 내야수 최주환의 올 시즌 안타 타구 분포도(사진=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
키움 내야수 최주환의 올 시즌 안타 타구 분포도(사진=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

또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클러치’ 면모가 빛나고 있습니다. 수비 시프트 규정 변화가 큰 역할을 했을까요?

이제야 야구가 좀 제대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웃음). 주자 있을 때 자신 있게 계속 치고 있습니다. 시프트가 있었으면 ‘2익수’ 자리에서 아웃될 게 올 시즌부터 안타가 된 경우가 생각 이상으로 많아요.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왼손 타자들은 수비 시프트로 마음고생이 심했죠.

맞아요. 이게 의식도 되지만 확률적으로 아예 안타 치는 게 확 줄어버리니까 ‘내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죠. 그동안 수비 시프트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당시엔 ‘강하게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새롭게 도입된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는 어때요?

저는 일찌감치 신경 안 쓰려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적응하고 맞추면 되는 거잖아요. 오히려 항의할 대상이 없어서 감정 소모가 덜하고 좋던데요(웃음).

수비에도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19년여 동안 이렇게 한 포지션(1루)에 전념한 시즌이 있었나 싶은데요.

처음이죠. 당장 올 시즌 준비할 때 혹시 모르니 1루 말고도 다양하게 연습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시범경기 때부턴 느낌이 왔어요. ‘올 시즌은 1루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 그동안 2루를 많이 소화했던 게 1루 수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수비 범위라든지 병살타 처리, 핸들링, 글러브에서 빠르게 공 빼는 것 등 많이 숙련된 게 있어 1루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2루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곧바로) 없어요. 올해를 기점으로 타격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붙었거든요. 수비로 증명하는 것도 좋지만, ‘4번’ 타순에서 좋은 모습을 이어갈 저 자신이 기대돼요. 원래 좋았던 제 모습을 찾아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윙 스피드가 살아있고, 시프트도 사라졌는데, ‘못 할 것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비 FA 최주환의 잔류 선언? “제 유니폼, 마음 편히 사셔도 됩니다”

키움 주전 1루수 최주환(사진=키움)
키움 주전 1루수 최주환(사진=키움)

세월을 역행하는 모습이 돋보입니다.

요즘 시대엔 ‘에이징 커브’라는 개념이 좀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기량이 무조건 떨어진다’는 건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은 자기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선수들 보면 오히려 비시즌기에 더 치열하게 운동해요. 저도 그런 부분에선 열심히 했기에 자부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투수 친화’ 성격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장타를 만드는 능력(홈 장타율 0.50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공 반발력 얘기가 당연히 있을 듯싶은데, 선수 입장에선 그런 말들이 나올 때마다 아쉽게 느껴지죠. 시간이 흐르면서 훈련 방식, 스타일 등 많은 게 변했고, 타자들도 계속 발전했습니다. 그런 노력들은 잘 부각되지 않고, 공 바뀐 게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미국, 일본, 타이완 공도 써보고 싶어요. 고척 백보드 너머까지 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팀 내부적으론 계속해서 긍정적인 ‘신구조화’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연결고리가 확실히 잘 맞물리고 있어요. 마치 물레방아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좋은 타자들이 많아서 서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가장 큽니다.

11일 인천 SSG전 최주환의 홈런 당시 홍원기 감독의 모습(제공=티빙(TVING))
11일 인천 SSG전 최주환의 홈런 당시 홍원기 감독의 모습(제공=티빙(TVING))

키움엔 특히 어린 선수가 많은데 주로 어떤 대화를 많이 하나요?

제 경우엔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고, 직접 전달할 때도 있습니다. 베테랑들은 기술적인 걸 조언하는 것보단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가령 ‘책임지거나 해결하는 건 우리들이 할 테니 어린 선수들은 타석에서 마음껏 해봐라’ 같은 내용들이죠.

개막 후 주전 1루수로 활약 중입니다. 젊은 내야 가운데서도 고참 격인데 주로 어떤 소통들이 오가는지 궁금합니다.

다들 워낙 잘하잖아요. 특별한 대화는 없습니다. 저만 잘하면 됩니다. 설령 1루에 공이 조금 잘못 오더라도 제가 안전하게 잡아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지금까진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고, 괜찮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료 내야수들과 함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계속 노력 중이에요.

팀에 합류한 지 불과 반년도 되질 않아 벌써부터 ‘복덩이’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키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키움에서 앞으로 보낼 시간이 더 기대되고 시즌도 많이 남아서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더 잘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새로 생긴 응원가도 너무 좋습니다. 조심스럽지만, 팬분들께서 응원가 가사를 외우셔서 ‘다음’에도 부르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마음 편히 제 유니폼을 사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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