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로즈가 세상을 떠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피트 로즈가 세상을 떠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4,256개) 보유자 피트 로즈가 83세로 사망했다. 로즈는 24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17차례 올스타에 선정되고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1989년 도박 혐의로 영구제명 처분을 받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된 채 생을 마감했다.

로즈의 사망 소식에 야구계 인사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신시내티 레즈 구단주 밥 카스텔리니는 성명을 통해 "로즈는 역사상 가장 열정적인 선수 중 한 명이었고, 그가 속한 모든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도 성명을 내고 "로즈는 항상 그의 투지와 열정, 그리고 팀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놀란 라이언의 아들 리드 라이언은 "로즈와 아버지의 대결은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그만큼 열심히 뛴 선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로즈만큼 야구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즈의 사망 이후에도 그의 복잡한 유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전 MLB 커미셔너 페이 빈센트는 "지금은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로즈가 언젠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빈센트는 "야구 경기를 오염시킨 사람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명예에는 도덕적 차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MLB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로즈의 사망 이후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다. 맨프레드는 지난해 7월 로즈의 영구제명에 대해 "선수들과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규칙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로즈는 야구의 규칙 1번을 위반했고, 그 결과는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로즈의 영구제명 처분은 1989년 당시 MLB 커미셔너였던 바트 지아마티에 의해 내려졌다. 로즈는 자신의 팀 경기에 도박을 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이후 로즈는 수차례 복권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스타크 기자는 "로즈는 내가 취재한 가장 슬픈 야구 이야기"라고 회상했다. 스타크 기자는 "그의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됐다"며 "로즈는 야구를 너무나 잘했고, 그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고 평가했다.

스타크 기자는 "로즈는 22세에 신인왕, 32세에 MVP, 40세에도 여전히 안타왕이었다"며 "그는 걸어다니는 야구 역사 박물관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로즈는 내 평생 가장 자석 같은 매력을 지닌 야구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타크 기자는 "도박 문제만 없었다면, 그리고 그 세계의 불순한 인물들과 어울리지 않았다면, 특히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된 다른 문제적 의혹들이 없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더 링어'의 벤 린드버그 기자는 "로즈를 직접 본 사람들에게 그는 결점 있는 영웅이자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인물로 여겨질 수 있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로즈는 그의 최악의 행동들을 넘어설 수 없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로즈는 문화적 아이콘이 됐지만, 그가 도달한 높이만큼이나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로즈의 사망으로 그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전한 뒤 "영구 제명은 죽음과 함께 끝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MLB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로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는 명예의 전당 측의 결정이라고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즈의 고향인 신시내티에서는 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디 애슬레틱의 C. 트렌트 로젠크랜스 기자는 "신시내티 사람들에게 로즈의 업적은 논란의 여지가 적다"면서 로즈가 다른 곳과 달리 고향에서는 환대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앞 로즈의 동상 앞에는 팬들이 가져온 장미꽃과 야구공이 놓였다. 한 야구공에는 "안녕히 가세요, 안타왕"과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50세의 야구팬은 "로즈는 신시내티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레즈 명예의 전당 관장인 릭 월스는 "로즈와 관련된 전시물이 가장 많이 관람된다"며 "우리는 로즈를 통해 노력, 결단, 인내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로즈의 사망은 그의 복잡한 유산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의 뛰어난 기량과 열정, 그리고 팬들에게 준 즐거움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도박 스캔들과 그에 따른 제재, 그리고 성 추문을 비롯한 각종 논란 역시 로즈와 분리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됐다.

앞으로 로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의 기록과 업적, 그리고 그가 범한 과오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야구계의 고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즈의 사망은 스포츠 역사에서 뛰어난 선수의 유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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