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피트 로즈,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자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가 10월 1일(한국시각)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네바다 주 클라크 카운티 검시관 사무소 대변인 스테파니 휘틀리가 이를 확인했다. 사인은 아직 조사 중이나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허슬'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로즈는 24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4,256개의 안타를 기록해 타이 콥의 기록을 경신하며 '안타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1989년 현역 감독 시절 자신의 소속팀 경기에 도박을 한 혐의로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되면서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되는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신시내티 출신인 로즈는 1963년 레즈에 입단해 데뷔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열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볼넷을 골라내고도 전력 질주해 1루로 달려가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로즈는 17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되었고, 1973년 내셔널리그 MVP, 1975년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또한 신시내티 레즈의 '빅 레드 머신' 시대를 이끌며 1975년과 1976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통산 안타 기록이다. 로즈는 1985년 9월 11일, 44세의 나이로 타이 콥의 4,191개 안타 기록을 깼다. 당시 MLB 커미셔너 피터 우베로스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된다"고 말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축하 전화를 걸어 "당신의 업적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나 4년 후, 로즈의 야구 인생은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1989년 3월, MLB는 로즈의 도박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로즈가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를 포함해 야구 경기에 상당한 액수의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즈는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1989년 8월 MLB와의 합의 끝에 영구 제명을 받아들였다. 당시 MLB 커미셔너 A. 바틀렛 지아마티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야구에 큰 오점을 남겼고,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로즈는 수년간 도박 혐의를 부인하다가 2004년에야 자서전을 통해 야구 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로즈는 "야구에 베팅한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로즈의 영구 제명으로 인해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도 박탈되었다. 이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조 포즈난스키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기고한 글에서 "로즈가 없는 명예의 전당은 불완전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반면 로즈의 행동이 야구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로즈의 삶은 야구장 밖에서도 굴곡이 많았다. 1990년 탈세 혐의로 5개월간 연방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또한 2017년에는 1970년대 로즈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로즈는 끝까지 자신의 기록을 자랑스러워했다. 2024년 한 팟캐스트에서 그는 "난 안타왕이다. 그걸 빼앗지 마라"고 말했다. 로즈의 사망 소식에 신시내티 레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