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가 창단 당시 투자금을 둘러싼 분쟁의 결과로 거액을 물어낼 위기에 처했다. '일요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 히어로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75억 원 규모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일요신문에 따르면, 법원은 히어로즈가 홍 회장에게 지급해야 할 전보배상채권 총액을 175억 230만 1888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2023년 말 기준 히어로즈 자본총액 260억 원의 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판결의 근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O 신규 가입을 위해 120억 원의 가입금이 필요했던 히어로즈(당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24억 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이장석 당시 구단주는 홍 회장으로부터 20억 원을 빌렸다.
홍 회장은 몇몇 언론 인터뷰에서 "20억 원에 40%의 지분을 양도해주기로 약속했고 이 대표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히어로즈 측은 이 금액이 투자금이 아닌 단순 대여금이라고 맞섰다.
이 분쟁은 2012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이어졌고, 중재원은 홍 회장의 주장을 인정해 히어로즈에 지분 40% 양도를 명령했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홍 회장은 이장석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고소의 여파로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장석 대표에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이번 민사소송은 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번 재판부는 히어로즈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현금흐름할인방식이 아닌 '무형적 가치'를 고려했다. 서울 연고 프로야구단으로서의 희소성, 선수단 구성 비용 등을 감안해 구단 가치를 754억 800만 원으로 책정했다. 2020년 신세계 야구단이 창단 당시 SK에 1000억원의 인수금액을 지불한 게 일종의 기준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판결로 히어로즈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구단 자체가 존폐 갈림길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기업의 지원금을 받는 타 구단과 달리 키움은 스폰서비와 광고 수입, 입장 수입, 선수 포스팅비로 운영하는 구단이라 175억원의 거액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요신문에 따르면,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 이정호 변호사는 "감정평가 금액 감액 부분 등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별도로 진행 중인 전보배상채권 이행청구에도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히어로즈 측은 일요신문에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지켜볼 예정"이라는 간단한 입장만 밝혔고, KBO 역시 "최종 판결 이후 사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