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야구단 이장석 최대주주(사진=스포츠춘추 DB)
키움 히어로즈 야구단 이장석 최대주주(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KBO로부터 영구 퇴출 징계를 받은 이장석 키움 히어로즈 전 대표이사의 딸이 구단 인턴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단주 딸을 추천한 인물은 이장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위재민 대표이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빠 찬스' 논란을 넘어 이장석의 실질적 구단 경영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7월 15일 '일간스포츠'는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딸 A씨가 지난해 여름과 올해 겨울 두 차례에 걸쳐 키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야구계에서 쉬쉬하며 소문으로만 돌던 이야기가 보도를 통해 공식화된 셈이다. 키움은 A씨 채용 과정에서 공개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와 야구단 인턴 채용 경쟁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다른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요즘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프로야구단 인턴 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다. 인턴 근무가 중요한 경력이 되고 나중에 구단에서 정식 근무할 길도 열리기 때문"이라면서 "인턴이라도 정식 채용 공고를 내고 여러 단계 심사하는 건 물론이고 면접도 여러 차례 봐서 결정한다"고 밝혔다.

키움 히어로즈 위재민 대표이사(사진=키움)
키움 히어로즈 위재민 대표이사(사진=키움)

그렇다면 A씨는 어떤 경로로 인턴이 된 것일까. 이장석 딸의 채용 경위에 대해 키움 한 관계자는 "위재민 대표이사가 직접 추천해서 인턴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위 대표이사는 이장석 구단주의 변호인 출신으로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결국 이 전 대표이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 그의 딸을 구단에 '특별 추천'한 셈이다.

A씨는 여름방학 기간에 한 차례 인턴으로 일한 뒤, 겨울에 다시 한번 인턴으로 채용돼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관해 구단 관계자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마케팅과 SNS 운영 면에서 능력을 발휘했고 내부 평가가 괜찮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한번도 근무하기 힘든 구단 인턴 자리를 특정인에게 두 번이나 제공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키움 마케팅 파트는 최근 구단 신흥 실세로 떠오른 인사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구단 내부에서도 A씨의 정체를 둘러싼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키움 구단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A씨가 이장석 구단주의 딸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현재 키움 소속인 관계자는 "처음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장석 구단주 딸이 맞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야구 관계자도 "처음엔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만 얘기가 나오다가 나중에는 모두가 알게 됐다. 얘기를 들었을 때 '나중에 문제가 될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인턴 기간이 끝났다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면서 "그런데 나중에 다시 인턴으로 데려왔다는 걸 알고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고척 홈경기는 물론 수도권 원정 경기에도 동행하고, 연말 선수단 행사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을 그만둔 뒤에도 종종 야구장 VIP석에서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야구인은 "지난해 야구장에서 관중석에 키움 고위 인사와 젊은 여성이 같이 앉아 있었다. 고위 인사가 정중하게 대하기에 누군가 물어보니 구단주 딸이라고 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키움 관계자는 이장석 딸에 대해 "근무 기간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직분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에서 인턴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에도 필요에 의해 특별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외부에서 구단주 딸이라는 점을 의아하게 여길 순 있지만 마케팅 분야에 전문성을 발휘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KBO에서 영구실격당한 구단주 가족이 구단에서 일하고 업무에 참여한 건 '옥중경영'을 넘어 '가족경영'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키움은 이 전 대표이사의 변호인 출신인 위재민 대표이사가 구단을 이끌고 있고, 지금은 작고한 언론계 출신 영입 인사도 이 구단주의 지인이었다. 과거 옥중경영 의혹의 핵심 인물로 알려졌던 임상수 변호사는 현재도 구단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구단 마케팅 활동 등에 참여하는 인턴은 치열한 경쟁과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사진은 올해 키움의 사회공헌 활동 보도자료 이미지로 본문 내용과는 상관없음(사진=키움)
구단 마케팅 활동 등에 참여하는 인턴은 치열한 경쟁과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사진은 올해 키움의 사회공헌 활동 보도자료 이미지로 본문 내용과는 상관없음(사진=키움)

구단 요직에 측근들이 포진한 가운데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이 전 대표이사의 구단 경영 개입을 금지한 KBO 징계의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이유다. 14일 발표된 감독-단장 동시 경질도 구단주의 뜻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KBO도 이장석 딸의 인턴 근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달 이에 관해 문의했을 때 KBO 고위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영구실격과 연결해서 문제 삼을 수 있을지는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규약이나 법률을 살펴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KBO가 영구실격 제재의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구 퇴출이라는 중징계를 받고도 측근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과연 KBO의 징계 권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이장석 구단주의 영향력이 여전한 이상 키움 구단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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