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스타 조엘 엠비드(30)가 지난주 한 기자를 밀친 사건이 미국 스포츠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15일(현지시간) "엠비드의 기자 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축소판"이라는 제목의 심층 기사를 통해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선수와 미디어 간 갈등의 본질을 짚었다.
사건은 지난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칼럼니스트 마커스 헤이스가 엠비드의 컨디션과 헌신도를 비판하는 칼럼을 쓰면서 시작됐다. 문제가 된 칼럼은 "엠비드는 늘 아들 아서의 탄생이 자신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 강조한다. 식서스 신인 시절 교통사고로 사망한 동생의 이름을 딴 아들을 위해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도 자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위대한 선수가 되려면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경기장에 제대로 나오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일이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엠비드는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하며 자신을 비판한 이 칼럼에 격분했고, 이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를 밀치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NBA 사무국은 이 사건으로 엠비드에게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애슬레틱은 "선수와 기자 간의 충돌은 1907년 타이 콥의 사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엠비드 사태는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해리 에드워즈 박사는 "과거에는 '내일 경기와 무관한 내용은 쓰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선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디어 노출이 너무 많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리포터가 될 수 있어 그런 경계가 사라졌다. 이는 선수와 미디어 간의 역사적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간 스포츠계에서는 미디어와의 갈등이 잇따랐다. ESPN의 스티븐 A. 스미스가 케빈 듀랜트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고, LSU 여자농구팀 감독 킴 멀키가 한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으며, WNBA 선수노조는 USA 투데이 칼럼니스트의 취재 자격 박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은 '미디어 없는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NFL 선수노조는 경기가 없는 날 라커룸을 폐쇄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NBA의 폴 조지는 경기 후 라커룸을 미디어에 개방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은 "미디어와 선수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상호 이해는 줄어들고, 이는 결국 더 날선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는 현 상황에서 이같은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포츠계에서 선수와 미디어 간 물리적 충돌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LA 램스의 짐 에버렛이 토크쇼 진행자에게 탁자를 뒤집어엎은 사건부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디온 샌더스가 해설가의 머리에 얼음물을 부은 일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짐 라이스는 기자의 셔츠를 찢었고, 샌디에이고 차저스의 짐 맥마흔은 의도적으로 기자에게 콧물을 뿜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충돌은 계속됐다. 버팔로 세이버스의 도미니크 하셰크는 칼럼니스트를 밀쳤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케니 로저스는 카메라맨을 폭행하고 장비를 파손했다. 클리블랜드 외야수 알버트 벨이 의도적으로 공을 던져 사진기자를 맞힌 사건이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레이몬드 클레이본이 보스턴 글로브 칼럼니스트와 몸싸움을 벌인 사례도 있었다.
사회학자 에드워즈 박사는 "현대 스포츠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이 소통의 부재"라며 "디지털 시대의 무분별한 미디어 확장과 선수들의 천문학적 연봉이 만들어낸 권력 불균형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즌 4년 2억1600만 달러(약 2800억원)의 계약을 맺은 엠비드에게 내려진 3경기 출장정지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제재의 강도가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점점 더 커지는 스타 선수들의 영향력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양측의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1907년 타이 콥 시대부터 이어져 온 선수와 미디어의 갈등이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지난 117년 중 가장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