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시스템이 아닌 정체성이 먼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새 사령탑 루벤 아모림(39) 감독이 취임 첫 인터뷰에서 독특한 철학을 내비쳤다. 포르투갈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그는 2013년 이후 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는 맨유의 부활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아모림 감독은 16일(현지시간) 맨유 구단 채널 MUTV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3-4-3이나 4-3-3 시스템을 이야기하지만, 맨유에서 전술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건 선수들의 캐릭터와 클럽을 대하는 자세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정체성과 원칙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우리만의 게임 모델, 압박 방식, 세세한 디테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 애슬레틱의 로리 화이트웰 기자는 "아모림이 텐 하흐 전 감독과 달리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전술적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초반에는 좀 더 가벼운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선수 육성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22세의 아마드 디알로를 비롯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코비 메이누, 레니 요로, 라스무스 호일룬 등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릴 수 있다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아모림은 "젊은 팀이니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며 "맨유 선수라면 누구나 그에 걸맞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첫날부터 두려움 없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보여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19년 만의 리그 우승을 이끈 아모림 감독은 맨유와도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모두가 성공에 굶주려 있고, 그래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며 "특별한 무언가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 애슬레틱은 "아모림이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 자리를 노리지 않은 것이 의미심장하다"며 "트로피 수집보다 맨유의 부활이라는 도전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구단 수뇌부와의 유대관계도 강조했다. 아모림은 짐 래틀리프 회장,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이사, 오마르 베라다 CEO 등과 "맨유를 정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아모림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부터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내가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할 때는 진심을 담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4일 입스위치 타운과의 원정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아모림 감독. 구단 역사상 가장 젊은 사령탑이 그려낼 새로운 맨유의 모습에 축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