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 하트(사진=NC)
카일 하트(사진=NC)

 

[스포츠춘추]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가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 기반 스포츠 매체 매스라이브(MassLive)는 21일(한국시간) 하트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의 굴곡진 야구 인생과 재기 스토리를 조명했다. 하트는 202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했지만 4경기 11이닝 동안 평균자책 15.55라는 처참한 성적만 남겼다.

하트는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있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창피할 때도 있었다. 구글에서 찾아보면 'ERA가 16점인 이 바보'라고 할 테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하트는 지난해 12월 NC와 70만 달러(약 9억3천만원)에 계약했다. 그는 "타자친화 리그인 PCL(트리플A)에서 잘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유일한 제안이었다"며 "처음엔 화가 났지만, 결과적으로 한국행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하트는 한국에서의 성공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NC 코치진과 함께 재정비한 슬라이더, 속구 구속의 상승(평균 146km/h), 그리고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이다. 그는 "5-6일마다 보장된 선발 자리가 있어 여유롭게 투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트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배운 가장 큰 것은 존중"이라며 "그들은 야구에 대한 깊은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그게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아내 헤일리와 어린 딸도 창원에서 함께 지내며 한국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이런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트는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57이닝 동안 13승 3패 평균자책 2.69를 기록했다. 특히 다른 투수들보다 40이닝 가량 적게 던지고도 18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탈삼진왕에 올랐다. 이 같은 활약으로 한국판 사이영상에 해당하는 최동원상까지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았다.

미국 야구계도 하트의 성공적인 재기에 주목하고 있다. 팬그래프닷컴의 필자 벤 클레멘스는 "하트는 지난해 NC의 에릭 페디와 같은 궤적을 그릴 수 있다"며 "3년 2400만 달러(약 320억원) 수준의 계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페디는 지난해 NC에서 20승을 거둔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복귀했다.

MLB닷컴도 하트를 "KBO리그가 타자 친화적임에도 인상적인 성과를 남긴 투수"로 소개하며 "평균자책 2.69와 함께 WHIP 1.03을 기록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NC는 하트 잔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호준 NC 신임 감독은 최근 취임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에서 5개 구단이 카일에게 관심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꼭 잡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 취임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페디의 사례처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감안하면 잔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트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매스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또 다시 ERA 15점대를 기록하면 땅에 구멍을 파고 영영 사라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면 깊숙이, 나는 경쟁력 있는 중간 선발진급 투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NC와의 계약이 11월까지인 하트는 예의상 그 이후에나(12월 1일) MLB 구단들과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면서 "MLB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물론 NC 다이노스나 일본에서의 기회도 고려하고 있다. 열린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하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야구에서는 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겠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몇 년간 제게 일어났던 일들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말문을 연 하트는 "저에게는 이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제는 MLB 선수들과 다시 맞설 기회가 있다. 지난해 시작된 것들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 긴 여정이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뭔가 정말로 이뤄낼 수 있다면 정말 달콤할 것 같다"며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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