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허정무(69)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불공정, 불투명으로 뒤덮인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의 문제를 정면으로 조준했다.
허 후보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축구협회 및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허 후보가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의 불투명성이다. 허 후보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제척사유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는 위원들에게 공정한 선거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규정상 협회와 관련 없는 외부 위원이 전체 선거운영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허 후보는 "명단이 공개되면 안 될 무언가 중요한 사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선거 절차와 일정 공고의 문제다. 축구협회는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6일에서야 개정된 '회장선거관리규정'을 공개했다. 허 후보는 "선거 방식, 선거인단 명부 작성 일정 및 절차, 후보 등록 방법 등 관련 공고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촉박하게 해 출마자들이 선거 준비를 할 수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은 부실한 선거인단 구성이다. 선거운영위원회는 규정에서 정한 194명보다 21명(10.8%)이 부족한 173명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동의서 미제출로 배제된 대부분이 현장의 감독(1명)과 선수(17명)들이라는 점이다.
허 후보는 "특정 직군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K리그 감독, 선수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협회와 위원회는 사례나 규정에 없다는 등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이들의 정당한 선거권 행사를 보장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도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사전투표 도입을 요구했으나, 선거운영위원회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운영위는 FIFA 평의회나 AFC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선거는 반드시 선거인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후보는 "이러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관리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선거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까지 선거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몽규 현 회장과 허정무 전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의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 선거일은 2025년 1월 8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새 회장의 임기는 1월 22일 첫 정기총회부터 시작된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심리 결과에 따라 선거 일정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