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너 스콧, 블레이크 스넬과 함께 포즈를 취한 김혜성(사진=LA 다저스)
태너 스콧, 블레이크 스넬과 함께 포즈를 취한 김혜성(사진=LA 다저스)

 

[스포츠춘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투수 블레이크 스넬이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com의 다저스 담당 소냐 첸 기자는 11일(한국시간) 김하성(29·탬파베이 레이스)과 스넬(32·LA 다저스) 사이의 특별한 우정과 이를 통해 형성된 한국 선수들의 네트워크를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김하성과 스넬의 인연은 2020년 말 두 선수가 나란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스넬은 탬파베이에서 트레이드로, 김하성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포스팅을 통한 자유계약으로 팀에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처음으로 새로운 팀에서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21년은 정말 힘들었다. 탬파가 아닌 샌디에이고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라고 스넬은 당시를 회상했다.

김하성의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KBO에서 7년 동안 활약한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구속과 높은 경기 수준에 적응해야 했고, 경기장 밖에서는 낯선 외국 생활과 언어 장벽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김하성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고, 바로 대화하고 싶어도 통역을 거쳐야 하는 시간차가 있어 어려웠다"고 통역을 통해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스넬이 먼저 김하성에게 다가갔다. 스넬은 영어가 익숙치 않은 김하성을 배려해 쉬운 단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친한 친구가 됐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적응 초기 스넬과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그는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리그에서 자리를 잡았고, 2023년에는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간판 선수로 올라섰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다른 한국 선수들을 돕고자 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함께 뛰었던 절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LA 다저스)이 미국에 온 뒤, 김하성은 스넬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스넬은 "김하성은 한국에서 온 모든 선수들을 정말 많이 신경 쓴다. 내게 후배들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스넬과의 대화 덕분에 미국 생활이 훨씬 편해졌다. 정후와 혜성이도 같은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KBO에서 MLB로 진출한 한국 타자는 많지 않다. 2015년 포스팅으로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타자 메이저리거들은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 선수로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했다.

김하성의 경우 박찬호나 강정호와 같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직접 진출한 한국 선수 사례가 많지 않아 참고할 만한 경험담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팀 동료였던 스넬은 김하성에게 큰 의지가 됐다.

"우리는 항상 대화한다. 서로를 좋아하고, 둘 다 야구를 정말 즐긴다. 우리는 야구를 같은 방식으로 본다"고 스넬은 말했다.

김하성의 부탁으로 시작된 스넬의 한국 선수 멘토링은 이정후에게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한 이정후는 단기 계약으로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은 스넬과 만났다. 이정후는 통역사 저스틴 한을 통해 "우리는 매일 클럽하우스에서 대화했다. 그는 내가 정말 노력해야 할 많은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 연결고리는 올 스프링 김혜성에게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도 스넬이 다저스로 이적해 김혜성과 같은 팀 소속이 됐다. 스넬은 "하성이가 내게 김혜성을 잘 챙겨달라고 특별히 부탁했고, 나도 그 역할을 정말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성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보다 김혜성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 스넬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하성이 형을 돌봐준 것처럼 혜성이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김하성이 이정후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던 것처럼, 이정후 또한 김혜성을 위해 같은 부탁을 한 것이다.

김혜성은 국제 스카우트 딘 김의 통역을 통해 "야구에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공유해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김하성을 위해 스넬은 과거 자신의 소속팀이었던 탬파베이 동료들에게 미리 연락했다. "내가 이미 탬파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성이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성과 스넬에서 시작된 인연이 이정후와 김혜성에게 이어지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 사이에 따뜻한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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