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막대한 부채와 지속되는 적자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축구 클럽 '빅4' 수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자금난 속에서도 2조7천억원 규모의 새 경기장 건설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맨유는 지난 시즌 6억6천만 파운드(약 9천100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억3천만 파운드(약 1천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맨유의 부채는 7억3천만 파운드(약 1조원)에 달한다.
프로스포츠 경영 전문 크리스 웨더스푼 기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구단이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규정(PSR) 위반 우려에 시달리는 것은 지난 수년간의 낭비와 방만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맨유의 재정 문제는 2005년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이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구단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구단 인수를 위해 차입한 5억5천만 파운드의 부채는 오히려 늘어 현재 7억3천만 파운드가 됐다.
글레이저 가문은 지난 19년 6개월 동안 이자 지급, 배당금, 경영 수수료 등으로 총 10억 파운드(약 1조3천800억원)를 구단에서 가져갔다. 웨더스푼 기자는 "다른 구단들이 차입금으로 훌륭한 새 경기장을 지었지만, 맨유는 글레이저 가문의 인수를 가능하게 한 부채 외에는 보여줄 것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 영국 억만장자 짐 래트클리프가 맨유 지분 27.7%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래트클리프는 첫해에만 2억3천8백만 파운드(약 3천300억원)를 투자했으나 부채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 래트클리프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구단이 파산할 뻔했다"며 재정 위기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구단은 올해 초 최대 45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구단 레전드에 대한 혜택 축소와 올드 트래포드 구내식당 폐쇄 등 극단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래트클리프 체제에서도 이적시장 지출은 줄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2억1천9백만 파운드(약 3천억원)를 선수 영입에 썼고, 올해 1월에도 3천7백만 파운드(약 520억원)를 추가 지출했다. 이로써 3시즌 연속 2억 파운드 이상을 이적료로 쓰는 높은 지출 행보가 계속됐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맨유는 2025-26시즌 시즌권 가격을 약 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1년간의 가격 동결 후 3년 연속 인상이다. 맨유는 작년 11월에도 시즌 중 어린이와 노인 할인을 폐지해 팬들의 반발을 샀다.
팬 단체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트러스트(MUST)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가격 동결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정난 속에서도 맨유는 지난주 100,000명 수용 규모의 새 경기장 건설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예상 비용은 20억 파운드(약 2조7천600억원)로, "현재 올드 트래포드 자리에 신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웨더스푼 기자는 "맨유의 현금 흐름으로는 이런 사업을 감당할 수 없으며, 외부 대출이나 소유주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맨유의 재정 개선을 위해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필수적이다. 지난 시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음에도 5천3백만 파운드(약 74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맨유는 최근 10년간 유럽대회 수입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웨더스푼 기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맨유는 최근 10년간 유럽대회에서 5억40만 파운드(약 6천900억원)를 벌었지만, 맨체스터 시티(9억40만 파운드), 리버풀, 첼시에 크게 뒤졌다. 또한 맨유는 2013년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지금까지 17억 파운드(약 2조3천5백억원)를 이적료로 썼지만 재판매로 회수한 금액은 3억8천9백만 파운드(약 5천400억원)에 불과했다.
맨유는 최근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진 개편과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7천5백만 달러 규모의 스냅드래곤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성사시킨 빅토리아 팀슨 파트너십 CEO를 비롯해 플로렌스 라파예 상업 이사와 제임스 홀로이드 상업개발 책임자가 해고됐다.
리그 13위에 그치고 있는 맨유로서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현재 가장 현실적인 수익 개선책으로 떠올랐다. 웨더스푼 기자는 "맨유가 유로파리그를 우승해도 상금은 4천만 파운드(약 55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재정적으로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맨유의 상황을 종합한 웨더스푼 기자는 "영국 축구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 덕분에 맨유의 강등 위험은 없지만, 맨유는 나쁜 성적을 위해 수십억 파운드를 쓴 셈"이라고 비판하며 "로마가 하루아침에 건설되지 않았듯이 맨유도 하루아침에 망가지지 않았다. 20년 가까운 방만 경영의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