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 아모림 감독(사진=스카이 스포츠 방송화면)
루벤 아모림 감독(사진=스카이 스포츠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유로파리그 결승 패배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 루벤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비참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오히려 좋아' 정신승리를 시전했다. 자신과 갈등을 빚은 선수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팀의 기강을 다잡았다. 

아모림은 5월 25일(한국시간) 애스턴 빌라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22일 토트넘에게 당한 유로파리그 결승 패배에 대해 "정말 힘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가 더 나은 팀이었고 더 많은 기회를 가졌는데 패배해서 억울하다"고도 덧붙였다.

감독은 결승 패배로 인한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에 대해서는 의외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주중 경기가 하나 줄어든 만큼 스쿼드 운용을 다르게 할 수 있다"며 "선수 로테이션과 스쿼드 뎁스 계획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적은 경기 수가 선수단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오히려 좋아'식 정신승리다.

아모림은 또 "이 모든 고통을 여름 동안 변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며 "내가 6개월 전에 취임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엔 많은 실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즌 중반 취임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팀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역시 '오히려 좋아' 마인드다.

한편 팀 내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아모림은 24일 캐링턴 훈련장에서 열린 선수단 회의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20)에게 새로운 클럽을 찾으라고 직접 통보했다. 아모림 자신은 다음 시즌 잔류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가르나초에게는 이적을 지시한 것이다.

가르나초는 2020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맨유 아카데미로 온 후 144경기에서 26골 22도움을 기록한 유망주다. 올 시즌에도 58경기에 출전해 프리미어리그 37경기 중 36경기에 나설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12월 맨체스터 더비에서 마커스 래시포드와 함께 제외됐다가 복귀하는 등 아모림과의 관계는 늘 미묘했다. 유로파 결승에서도 가르나초는 71분에 교체 투입됐고, 경기 후 "결승까지 모든 라운드를 뛰었는데 오늘은 20분만 뛰었다. 여름을 즐기고 나서 어떻게 될지 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의 형 로베르토도 인스타그램에 "동생이 희생양이 됐다"며 아모림을 공개 비판했다.

아모림은 이전에 애틀래틱 빌바오와의 준결승에서 가르나초가 놓친 기회가 결승 선발에서 제외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메이슨 마운트를 선발로 기용한 결정을 놓고 벌어진 논란이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 셈이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주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사우디 알힐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결승 후 구단이 원한다면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아모림은 "계획은 있지만 지금은 마지막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아모림은 지난 6개월에 대해 "정말 힘들었다. 클럽 전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보통은 이런 변화가 3년에서 5년에 걸쳐 일어난다"며 급격한 변화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동시에 "모든 실수를 지적받아들이지만, 내가 어떻게 플레이하고 싶은지는 분명하다"며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한 확신도 보였다.

맨유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16위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구단 재정까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 창단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루크 쇼가 "선수들이 맨유 선수로서 충분한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아모림은 "스쿼드를 평가할 것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며 여름 개편을 예고했다.

26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애스턴 빌라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후 아모림의 본격적인 팀 재건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맨유는 시즌 종료 후 방콕과 쿠알라룸푸르 투어를 떠날 예정이다. 아모림에게는 자신의 리더십과 전술적 능력을 증명해야 할 결정적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이제 흥미진진한 순간이 왔다.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시점"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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