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유로파리그 결승을 앞둔 루벤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통큰 리더십을 발휘했다. 구단의 짠돌이 정책으로 결승전 티켓을 받지 못한 코칭스태프와 지원팀 가족들에게 자비로 입장권을 제공한 것이다.
5월 14일(한국시각)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아모림 감독은 이번 시즌 클럽의 숨은 영웅들인 스태프들을 위해 사비를 털었다. 약 30명의 스태프 가족과 친구들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입장권 비용을 전액 지불했다.
맨유는 이번 토트넘과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그간의 관례를 깨고 무료 입장권 제공을 전면 중단했다. 선수들의 가족 초청 티켓도 단 두 장으로 제한했고 코치진과 물리치료사, 지원 스태프들에게는 돈을 내고 티켓을 구매하도록 하는 등 지나친 긴축 정책을 보이고 있다.
과거 부자 구단 시절에는 모든 결승전에서 스태프들에게 무료 입장권을 아낌없이 제공해왔지만,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티켓 한 장마저 아끼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2월 소수 지분 투자로 구단 운영권을 확보한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축구계 대부호로 불리는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다수 지분을 쥐고 있지만, 맨유는 2018-19시즌 이후 5년 연속 적자에 빠져 있다. 그 총액은 무려 3억7300만 파운드(약 6300억원)에 달해 극심한 비용 절감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아모림 감독은 지난 2월 모두가 지속적인 비용 절감 조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주변 동료들이 하나둘 짐을 싸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위기 속에서도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솔직히 말해 축구팀의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내 목표는 오직 하나, 이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유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16위로 1992년 리그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맨유로선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거머쥐어야 그나마 체면을 살릴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아모림 감독의 가족까지 챙기는 따뜻한 리더십은 팀 전체에 큰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한편 맨유와 토트넘의 역사적인 올 잉글랜드 유로파리그 결승은 오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두 팀은 같은 리그 팀끼리 맞붙는 이례적인 결승전에서 유럽 무대 정상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